- 'DX 공창(共創)'의 핵심 -- 트라이얼이 매달 산토리와 카오 등을 후쿠오카로 부를 수 있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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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사물인터넷/ ICT/ 제조·4.0
- 기사일자 2022.6.14
- 신문사 Nikkei X-TECH
- 게재면 online
- 작성자hjtic
- 날짜2022-06-23 10:34:17
- 조회수292
Nikkei X-TECH_2022.6.14
'DX 공창(共創)'의 핵심
트라이얼이 매달 산토리와 카오 등을 후쿠오카(福岡)로 부를 수 있는 이유는?
하카타(博多)역에서 버스로 산을 넘어 1시간 남짓. 도시권의 교통망에 익숙한 사람에게 편하다고 할 수 없는 장소에 산토리, 카오(花王) 등 유력 브랜드 기업의 DX(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담당자가 매달 한 번, 일주일 간 모이는 장소가 있다. 이곳은 바로 대형 할인점 트라이얼컴퍼니의 ‘무수부(Musubu) AI’이다. 과제를 공유해 하나로 통합하는 힘과 로케이션의 매력이 코로나19 사태에도 기업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이유다.
하카타역에서 댐을 가로질러 이누나리(犬鳴)산을 넘으면 2016년 폐교된 구(舊) 요시카와(吉川)초등학교가 보인다. 주위가 강과 산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풍경 속에 다양한 새소리가 울려 퍼진다. 5월 17일, 교사(校舍)의 정취가 강하게 남아있는 건물 안에 산토리와 카오, 가루비(Calbee)와 니혼햄 등 유명한 브랜드 기업의 DX 담당자들이 모였다.
구 요시카와 초등학교는 2021년 7월 29일, 미야와카(宮若) 시와 트라이얼컴퍼니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무수부 AI로 재탄생 했다. 교실 등을 새틀라이트(위성) 오피스나 프로젝트 룸으로 활용, 업종이나 경쟁의 벽을 뛰어넘은 제휴를 통해 소매 유통업의 DX로 이어지는 AI 개발 거점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제조와 도매 등 28개 기업과 1개 단체가 참가하고 있다.
무수부 AI에서는 매월 5일 간 '미야와카(宮若) 위크'라는 제목의 이벤트가 개최된다. 참가 기업들이 모여, 트라이얼의 매장 내 카메라로 수집된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상품 배치를 자동 작성하는 방법 등에 대해 워크숍이나 논의를 거듭한다.
현재 참가 기업 대부분은 미야와카 위크나 미팅 등이 있을 때 무수부 AI를 이용한다. 모든 기업에게 핵심인 DX 멤버를 매월 1주일 간 모이도록 하려면 이에 상응하는 매력이 필요할 것이다.
트라이얼은 어떻게 유력 기업들을 먼 거리의 실제 장소까지 부를 수 있는 것일까? 거기에는 강점을 가진 기업들이 서로 협력해 새로운 가치를 낳는 디지털 변혁, 말하자면 ‘DX 공창(共創)’에 빠질 수 없는 시점과 입지에 대한 독자적인 아이디어가 있다.
-- 공통 과제를 찾아내 참가 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자원을 제공 --
트라이얼은 셀프 계산대 기능이 있는 태블릿 단말기를 탑재한 장바구니 카트 ‘스마트 쇼핑 카트’의 활용 및 카메라 AI(인공지능)를 사용한 데이터 분석 등 IT와 소매 유통의 융합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매장 내 설치된 카메라는 고객의 동선이나, 고객이 어느 선반을 보고 있는지, 어느 상품을 손에 들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화할 수 있다.
많은 소매 사업자는 구매 데이터나 그 활용에 대한 노하우를 경쟁의 무기로 활용하기 위해 자사나 일부 관계 기업이 독점해왔다. 하지만 트라이얼은 유통업 전체의 효율화와 변혁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설정하고 자사의 점포를 데이터 수집과 실험의 장으로서 무수바 AI에 참가하는 제조사나 도매 업체 등에 제공하고 있다.
제조업체나 도매업체들도 지금까지 자사 및 외부 기관의 조사를 상품 개발과 디자인, 판촉 등에 활용해왔다. 하지만 기존에 수집해온 데이터는 모니터 조사, 설문조사 등 한정된 소비자로부터의 의견이나, 협력 관계에 있는 소매점의 POS(판매시점 정보관리) 데이터로 대표되는 ‘언제 무엇이 몇 개 팔렸는가’와 같은 계산대 통과 시의 데이터가 중심이었다. POS 데이터에서도 고객 ID에 연결된 ID-POS 데이터나 자사 상품 외 다른 카테고리의 데이터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가루비의 고객마케팅컴퍼니 영업기획본부 마쓰나가(松永) 리테일사이언스 부장은 무수부 AI의 활동으로 "점포 내 카메라 데이터를 사용해 소비자가 매장에서 어떻게 구매 의사 결정에 이르는지, 또는 이르지 못하는지를 볼 수 있는 의미가 크다"라고 말한다. 상품이 소비자의 눈에 잘 띄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소비자가 손으로 집어들 정도로 상품에 관심을 가지는지 등을 추측할 수 있어 정확한 시책을 내놓기 쉬워진다.
또한 무수부 AI는 올 4월 20일 개점한 트라이얼 GO 와키타(脇田)점에 인접해 있어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장 내 상품 배치나 전자간판 표시를 변경하거나 특정 속성을 보이거나 쇼핑 행위를 하는 소비자에게 상품 광고나 쿠폰을 제공하는 등의 실험이 가능하다.
업계의 장벽을 뛰어넘어 '식품 A와 일용품 B를 동시에 사는 소비자가 많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타업종 업체가 연대해 판촉 기획을 검토하는 것과 같은 보기 드문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 지방에서 창출되는 비 일상감, 무수부 AI 입지의 묘미 --
수도권에서 무수부 AI를 찾아가려면 비행기나 신칸센을 이용해도 수 시간의 이동이 필요하다. 트라이얼은 일견 불편한 입지에도 유력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일부러 사람들이 오프라인 장소에 모일 필요성이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들지만, 참가 기업들은 오히려 오프라인 이벤트 개최를 반기고 있다. 서로 다른 업종이나 경쟁사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DX를 함께 창조하려면 참가 기업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해 진심으로 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표면 상의 의견이나 감상 교환으로 끝나게 되고 논의나 실험은 진전되지 못한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미야와카 위크에서 모여 감염 대책을 시행하면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 ‘여기에서만의 이야기’나 속마음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 논의도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산토리의 나카무라(中村) 광역영업본부장 겸 주류 DX 프로젝트 서브리더 )라고 한다.
무수부 AI는 교실 구조, 오르간과 현미경 등이 그대로 남아있어 초등학교 분위기를 즐길 수 있고, 창문 밖은 푸르른 풍경이 펼쳐져 있다. 도심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이러한 환경은 "좋은 의미로 비일상감이 있어, 개방적인 발상을 이끌어낸다”(니혼햄 가공사업부 마케팅추진부의 시마다(島田) 씨).
또한 무수부 AI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와키타온천이 있어 “공기도 음식도 맛있어 이동 시간을 포함해 재충전할 수 있다”(카오그룹 고객마케팅 체인스토어부문 JBP추진부의 시부야(渋谷) 매니저)라는 등, 참가 기업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아직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무수부 AI를 DX 공창의 성공 사례로 평가하는 것은 이르다. 제조 및 도매업체 등도 비용을 들여 참가하고 있는 이상, 향후에는 상응하는 성과도 요구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업종이나 경쟁의 벽을 뛰어넘은 협력 관계와 참가 기업이 전향적으로 참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낸 점은 DX 공창(公創)을 추진하는 기업에게 참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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