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 확장의 미래] 장애인 선수의 경이로운 뇌, 독자적으로 진화 -- 장애와 훈련으로 뇌의 회로가 초(超)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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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미래기술,전망/첨단산업
- 기사일자 2021.7.5
- 신문사 Nikkei X-TECH
- 게재면 online
- 작성자hjtic
- 날짜2021-07-13 16:26:07
- 조회수463
Nikkei X-TECH_2021.7.5
[인간 확장의 미래]
장애인 선수의 경이로운 뇌, 독자적으로 진화
장애와 훈련으로 뇌의 회로가 초(超)재편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장애인 선수의 뇌가 독자적으로 ‘진화’한다는 사실이 최근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이에 대한 지식은 뉴로리허빌리테이션(Neuro-Rehabilitation, 신경질환에 기인하는 기능 장애 회복을 위한 재활치료)이나 선수의 새로운 훈련법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신경과학의 성과 및 지식들이 아직 스포츠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는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뉴로모듈레이션(Neuromodulation)이 나오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입스(극도의 긴장·불안 증세)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나오게 된다면 임펙트가 클 것이다”. ‘패럴림픽 브레인’의 저자로, 장애인 선수의 뇌활동을 분석하고 있는 도쿄대학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양학부의 나카자와(中澤) 교수는 이렇게 예측한다.
뇌에는 ‘가소성(可塑性)’이라고 하는 성질이 있다. 스포츠선수와 같이 경기 별로 특정 트레이닝을 반복하는 경우, 뇌 신경세포(뉴런) 사이의 시냅스 전달의 효율이나, 그 구조가 변화하는 등의 재편이 일어난다. 나카자와 교수는 몇 명의 패럴림픽 장애인 선수들의 신체 능력을 조사하는 가운데 그들의 운동을 제어하는 뇌 기능이 놀라울 정도로 변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다양한 경기와 장애를 가진 운동선수의 뇌를 조사한 결과, “패럴림픽 장애인 선수의 뇌에서는 올림픽 선수에 비해 훨씬 큰 변화가 일어난다”(나카자와 교수)라고 한다.
현재는 이러한 사실들이 이제 막 밝혀진 단계이지만, 미래에는 뉴로리허빌리테이션의 발전이나 스포츠선수의 새로운 훈련법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인간의 몸은 산소 농도가 낮은 고지와 같은 어떠한 장애 상태에 직면하면, 뇌가 거기에 적응하려고 변화하는 성질이 있다. 이것을 이용해 가상적인 장애 상태를 만들어 ‘뇌를 단련하는’ 훈련법을 생각할 수 있다.
-- 의족 선수의 특징적인 뇌 활동 --
멀리뛰기에서 8.48m라는 정상인의 세계기록에 가까운 대기록을 가진 의족 선수가 있다. 패럴림픽 금메달을 2번이나 거머쥔 독일의 렘 선수. 나카자와 교수는 한 TV 프로그램의 협조로 렘 선수의 뇌를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로 검사해볼 기회를 얻었다. 하지 근육을 움직일 때 사용하는 일차운동피질(Primary motor cortex) 영역을 파악하기 위해 fMRI 안에서 다리관절, 무릎관절, 고관절을 각각 움직이게 하고 이 때의 뇌 활동을 기록했다.
그림 4를 보면, 오른쪽(의족) 무릎관절을 제외한 모든 관절의 주위근을 자유롭게 수축하도록 한 경우, 반대편 운동 영역을 중심으로 강한 활동이 관찰되었다. 하지만 오른쪽 무릎 관절 주위 근육을 움직일 때만은 양측성 운동 영역 활동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양측성은 정상인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 우뇌는 단독으로 몸의 왼쪽을 움직이게 하고, 반대편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나카자와 교수는 복수의 의족을 한 비운동선수와 정상인 멀리뛰기 선수의 뇌도 함께 조사했다. 그 결과 양측성 운동 영역 활동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렘 선수의 의족 무릎관절뿐이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뇌 활동은 렘 선수 특유의 것일까? 나카자와 교수는 높이뛰기 T64라는 아시아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패럴림픽 4위의 기록을 가진 스즈키(鈴木) 선수의 뇌도 조사했다. 그러자 렘 선수와 마찬가지로 의족 무릎 관절 주위근을 수축시킬 때 뇌의 양측성 활동이 나타났다. “의족을 사용해 스포츠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 중에 양쪽의 뇌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이 통계적 우위로 볼 수 있다. 한편, 의족을 사용하지만 스포츠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서는 이러한 양측성 활동을 볼 수 없었다. 즉, 의족과 함께 특정한 스포츠 트레이닝을 통해 뇌의 양측성 활동이 일어나는 것이다”라고 나카자와 교수는 말한다.
-- 정상인을 뛰어넘는 기록의 비밀--
장애인 선수의 세계 기록이 거의 동등한 조건에서의 정상인 선수 기록을 뛰어넘는 경기가 있다. 다리에 장애를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벤치프레스 경기 ‘패럴림픽∙파워리프팅’이다. 최중량급인 이란의 라만 선수의 기록은 310kg으로, 정상인 선수보다 10kg 상회한다고 한다.
나카자와 교수는 장애인 파워리프터의 신경과학적 특성을 알아보았다. 구체적으로는 엄지와 검지로 물건을 집는 동작(핀칭), 악력계를 잡는 동작(그리핑), 상완에 힘을 주고 팔 전체를 위로 올리는 동작 등을 할 때 각각 활동하는 뇌의 영역을 fMRI로 측정해 정상인과 비교했다. 그 결과, 장애인 파워리프터는 어깨 둘레 등 상완근을 움직일 때 뇌의 넓은 영역이 활동, 손가락 힘줄을 움직일 때 활동 영역이 넓은 정상인 선수와는 달랐다.
특히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 것은 악력계를 잡는 그리핑 실험이었다. 실험에서는 피험자에게 사전에 측정한 자신의 최대 악력의 10%, 20%, 30%를 각각 20초 간 발휘하는 과제를 주었다. 그러자 장애인 파워리프터가 발휘하는 힘이 정상인에 비해 안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나카자와 교수는 그리핑할 때의 힘에 주목하고, 스포츠를 하고 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복수의 척수손상자(SCI)의 협력을 얻어 위와 동일한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많은 SCI가 장애인 파워리프터와 마찬가지로 정상인보다 안정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SCI 중에서도 운동기능 뿐 아니라 감각도 마비된 완전 척수손상자의 손 기능은 정상인보다 확실히 우수했다. “이것은 뇌의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보상적으로 상지(上肢)의 기능이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나카자와 교수)라고 한다.
또한 나카자와 교수는 그리핑으로 최대 악력의 20%를 발휘하는 과제를 부과했을 때의 정상인과 완전 척수손상자의 뇌 활동 영역을 비교했다. 그 결과, 후자의 뇌 활동 영역이 적고, 신경 활동의 관점에서 효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예를 들어 축구선수가 다리를 움직일 때도 나타나며, 세계적 축구선수인 브라질의 네이마르 선수가 참가한 실험에서는 그의 뇌 활동 영역이 참가자 중 가장 적었다고 한다.
장애와 엄격한 트레이닝으로 뇌의 재편이 진행된 장애인선수의 뇌에서는 향후에도 새로운 발견이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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