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xt Tech 2030: 미생물 간의 ‘대화’ 탐지해 집단으로 제어 -- 사람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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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바이오/ 농생명/ 의료·헬스케어
- 기사일자 2019.12.6
- 신문사 일경산업신문
- 게재면 6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9-12-13 20:02:16
- 조회수385
Next Tech 2030
미생물 간의 ‘대화’ 탐지해 집단으로 제어
사람의 건강 관리에 활용
우리들의 주변이나 몸에 항상 존재하는 생물이 있다. 세균과 같은 미생물이다. 이 미세한 존재는 한데 모이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최근 미생물의 집단을 제어하는 기술이 주목 받고 있다. 쓰쿠바(筑波)대학의 노무라(野村)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그룹은 세균 집단 ‘바이오필름(Biofilm, 미생물막)’의 구조를 관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세균이 집단 속에서 ‘대화’하며 구조를 변화시킨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세균을 자유자재로 제어하는 기술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세균 집단을 조종해 건강 상태를 알 수 있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장내 세균 밸런스가 무너져 있습니다. 세균들을 건강하게 해야 합니다”. 의사는 건강검진 결과를 보고 A에게 이렇게 말한다. A는 처방된 약을 먹고 컨디션이 악화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변 이식 등은 필요 없고, 특정 세균에 작용하는 약을 먹는 것만으로 치료가 되었다. 2030년경에는 이처럼 미생물을 컨트롤해 건강 관리가 가능해질 지도 모른다.
흙 1g에는 1억마리의 미생물이 살고 있으며 영양분 등을 만든다. 사람의 장내 세균 수는 40조개라고 알려져 있다. 미생물은 하수처리에서 질소화합물 등을 제거하는데도 이용되는 등,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다.
세균은 대부분의 경우 한데 모여 ‘바이오필름’이라고 불리는 집단을 형성한다. 바이오필름은 수 십 년 전에 밝혀졌지만, 세균을 분리하지 않고 집단인 상태로 분석하는 기술은 지금까지 없었다.
노무라 교수 외 도요후쿠(豊福) 조교, 야하타(八幡) 조교 등이 참여한 ‘JST ERATO노무라 집단미생물제어프로젝트’ 연구그룹은 바이오필름을 손상시키지 않고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레이저를 조사해 세포에서 반사되는 빛을 통해 형태 및 움직임 등을 파악. 세포 속 여러 가지 물질들이 내는 약한 빛을 AI로 분석해 집단 내부에 있는 세포 종류 및 상태를 분류한다. 세포의 성질뿐만 아니라 바이오필름의 크기와 형태로 약의 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을 자세하게 조사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신기술의 효과가 가장 크게 발휘되는 것은 지금까지 알 수 없었던 세균 간의 ‘대화’ 탐지이다. 세균은 화학물질을 배출하고 흡수하면서 정보를 교환한다. 이 교환을 방해하면 바이오필름이 특정 형태를 형성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연구팀은 밝혀냈다. 노무라 교수는 “세균도 사람처럼 대화를 통해 집단의 구조 등을 조정하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인간은 미생물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시대부터 그 성질을 술 만드는 등에 이용해왔다. 이 시대를 노무라 교수는 ‘미생물 제어 1.0 시대’라고 부른다.
그 이후, 원하는 세균만을 분리해 배양할 수 있게 되면서 항생물질 등의 개발도 추진되었다. 바이오필름이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후반. 세포 간 대화의 존재도 밝혀지기 시작했다.
세포의 대화에는 주위 세포 전체에 전달되는 ‘아날로그’와 가까이 있거나 멀리 있는 특정 세포에 전달되는 ‘디지털’이라는 2종류의 정보 전달 방법이 있다고 한다. 바이오필름의 구조와 세포 간의 대화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추진된다면 2030년경에는 바이오필름을 제어하는 ‘미생물 제어 3.0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 내성균 증가를 억제하는 방법으로도 --
병원체인 세포를 제거하는 여러 가지 항생물질과 감염 등을 예방하는 백신 등이 개발되면서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기존의 항생물질이 잘 듣지 않는 내성균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세균을 죽이지 않고 그 기능을 제어하는 기술이 탄생한다면 내성균 증가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노무라 교수는 “지금까지는 약으로 세균을 죽였지만, 앞으로는 바이오필름의 커뮤니케이션을 이용하는 대처 방법이 개발될 것이다”라고 전망한다.
세균의 물질 교환을 방해함으로써 바이오필름을 우선 분해한 다음 각각의 세균을 공격하는 등의 방법도 그 중 하나라고 한다.
연구실에서 조사할 수 있는 미생물은 자연계의 최대 10%라고 추정되고 있다. 자연과는 다른 환경에서 배양하는 기술이 아직 확립되지 않아 세포 수를 충분하게 늘릴 수 없다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한다.
쓰쿠바대학 등이 개발한 기술을 이용해 채취해온 미생물을 늘리지 않고 집단인 상태로 관찰할 수 있게 된다면 남은 90% 미생물의 정체도 밝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생물을 컨트롤하는 시대를 향해 바이오필름 연구는 가속화되고 있다.
▶ 미생물 연구 동향
- 1674년: 네덜란드의 과학자 리벤후크가 자신이 만든 현미경으로 미생물 발견
- 19세기 후반: 프랑스 과학자 파스퇴르 등이 살균법과 백신을 개발
- 1928년: 영국의 과학자 플레밍이 항생물질 ‘페니실린’을 발견
- 20세기 후반: 미생물 집단이 ‘바이오필름’으로 불리며 주목
- 2019년: 바이오필름을 손상시키지 않고 관찰하는 기술을 이용한 연구가 추진
- 2030년: 사람이 미생물을 제어할 수 있는 사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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