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isruption, 내 옆의 로봇 (3): 당신의 생각이 로봇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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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AI/ 로봇·드론/ VR
- 기사일자 2019.11.20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1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9-11-27 19:53:45
- 조회수302
Disruption, 내 옆의 로봇 (3)
당신의 생각이 로봇을 움직인다
뇌로의 부정 액세스에 대한 심각한 우려
19세기 초 영국에서는 직장을 빼앗기고 마는 것을 우려한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운동(Luddite movement)’이 일어났다. 이러한 격렬한 행동의 배경에는 ‘업무 효율을 높인다고 해도 기계의 생산성에는 대적할 수 없다’라는 인식이 있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약 200년. 로봇의 기술혁신은 사람과 기계의 대치 관계를 완전히 바꿨다. 인류는 자신의 육체를 기계와 일체화하고, 뇌와 기계를 통신 회로를 통해 연결시키기 시작했다. 신체의 제약을 극복하고, 삶의 방식과 업무 방식까지 바꾸려 하고 있다.
피험자(被驗者)가 가만히 눈을 감고 ‘들어올린다’라고 마음 속으로 외치자, 왼쪽 팔에 장착된 로봇팔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 팔을 받쳐주자 로봇팔이 올라왔다. “지금의 로봇은 생각만으로 움직인다”라고 게이오기주쿠대학의 우시바(牛場) 조교는 말한다.
■ 신체의 제약을 극복, 확장하는 능력
피험자 머리를 감싸고 있는 그물망에 그 비밀이 있다. 모든 연결 매듭에는 전극이 있어 뇌의 신경세포가 내보내는 신호를 감지한다. ‘뇌의 지령을 해석할 수만 있다면 본인의 ‘의사’를 센서로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야망을 목표로 시작된 연구는 많은 시행착오 끝에 결실을 맺었다. 뇌에서 나오는 뇌파 등을 통해 원하는 동작을 할 때 나타나는 신호를 찾아내 로봇에 대한 지시로 사용. 뇌와 기계를 연결해 조작하는 ‘Brain Machine Interface(BMI)’라고 하는 기술을 완성한 것이다. 우선은 “뇌경색으로 몸의 한쪽이 마비된 환자의 재활에 사용하고 싶다”(우시바 조교).
생각으로 로봇을 조작하는 기술의 등장은 로봇을 자신의 일부로서 다루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는 뇌가 조종하는 것은 자신의 육체에 한정되어있었다. 새로운 기술을 통해 뇌는 기계와도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대의 창조적 파괴는 인류의 육체로부터의 해방일 것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지금의 육체는 관점에 따라 사람의 능력을 제한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육체의 제한이 없어진다면 선천적인 장애나 건강 상태에 관계 없이 사회에서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이미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나 업무 방식이 크게 달라지는 시대는 시작되고 있다. 전신의 근육이 점차 굳어지는 ALS(근육수축성측삭경화증)을 앓고 있는 A씨. 다수의 전극이 설치된 시트를 뇌에 부착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는 손을 쥐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자, 근처의 로봇팔이 볼을 잡았다가 놓는 조작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컴퓨터 화면에 써있는 여러 히라가나 중에서 ‘잡는’ 감각을 통해 단어를 선택, ‘안녕하세요’ ‘잘 있어요’ 등도 표현할 수 있었다. 이 실험은 2013년에 성공, 현재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오사카대학의 히라타(平田) 교수는 “1년 이내에 로봇을 원격 조정하는 임상시험을 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이와 같은 연구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해진 것은 20세기 말이다. 최초의 실험 대상은 쥐의 뇌였다. 21세기에 들어 원숭이와 사람의 뇌 활동으로 로봇 등을 움직이게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전례 없는 기술인 만큼 처음에는 신체 장애를 극복하는 목적이 강조되었다. 세계인구는 약 74억명(2015년)에서 2060년에는 102억명을 넘어서, 65세 이상의 비율이 8.3%에서 17.8%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 고령자 지원에도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선견을 가진 연구자와 창업자들은 ‘육체에 속박되지 않는다’는 신기술의 이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입이나 손에 의존하는 기존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일신할 가능성을 본 것이다. 인류의 진화 역사에서 본다면 생각으로 조작하는 기술은 인류와 로봇이 대화하는 새로운 언어 획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인류가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시기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빨라도 30만년 전이라고 한다. 직립보행으로 인해 후두와 성대가 내려가고 거기에 생긴 공간을 이용해 다양한 소리를 내면서 대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언어 대신 뇌파 등을 통해 의도를 전달하는 것은 그야말로 제2의 언어를 말하는 ‘신종 인종’의 탄생이다. 언어가 전화 발명을 촉진한 것처럼 뇌를 통한 대화를 혁신으로 연결하려 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2017년에 전문팀을 신설한 페이스북은 머리에 떠올리는 것만으로 상대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컴퓨터기술 구상을 밝혔다. 같은 시기에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창업자로 알려진 머스크 씨도 새로운 회사 ‘뉴라링크(Neuralink)’를 설립했다. 뉴라링크는 올 여름, 두개골에 뚫은 작은 구멍으로 뇌에 다수의 전극을 삽입, 생각만으로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에 의욕을 나타냈다. 기업들의 연구가 성과를 거둔다면 믿을 수 없는 풍경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과 VR기기, 가전에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거의 기계를 직접 조작하지 않고 생각만으로 조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사람들 간에도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지 않고 ‘뇌 통신’으로 대화할 수 있게 된다.
■ ’멀티태스킹’도 가능
뇌는 자동차를 운전 중에 통화하는 등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다중작업)’에 강하지 않다고 생각되어왔다. 하지만 이러한 상식을 뒤집은 연구 사례도 나오고 있다. 국제전기통신기초기술연구소(ATR, 교토)의 연구실. 뇌파를 측정하는 모자를 쓴 피험자가 양손으로 판을 들고 그 위에서 공을 굴리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 때 옆에 있던 사람이 패트병을 건네자 공을 굴리던 사람이 생각으로 왼쪽 팔 옆에 있는 로봇팔을 움직여 패트병을 잡도록 했다.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눈 앞의 상황에 집중하면서도 제3의 ‘팔’을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뇌가 본래 멀티태스킹를 구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로봇기술 업무 방식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요리를 하면서 원격으로 로봇팔을 조작해 아이를 달래거나, 서류를 체크하면서 장착된 로봇팔로 문서를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인력이 부족할 때 몸에 로봇팔을 장착하면 되기 때문에 ‘인력부족’이란 개념은 무너진다. 한 사람 당 업무 능률은 상승되어 ‘노동력’의 정의마저도 흔들린다.
연구에 참여한 오사카대학의 니시오(西尾) 특임교수는 멀티태스킹에 대비해 인류는 뇌의 기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실험에서는 로봇을 잘 다루는 사람과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으로 분명하게 나뉘었다. 니시오 특임교수는 “로봇을 이용하는 훈련을 통해 멀티태스킹 능력을 향상시켜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한다. 훈련을 반복한다면 뇌의 신경섬유 구조가 달라져 뇌 안의 네트워크가 복잡해질 것이다. 10명의 이야기를 동시에 이해한 쇼토쿠태자(聖德太子)와 같은 인간을 넘어선 능력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뇌가 로봇까지도 조작하는 능력을 발휘할 때 우리들은 보다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행복해질 것인가는 다른 문제이다. 너무 지쳐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기술을 구사한다면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중요한 일인지 판단해 우선 순위를 두고 집중하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우리에게 기존의 업무 방식을 재검토할 계기도 제공해주고 있다.
-- 뇌로의 부정 액세스에 대한 심각한 우려 --
새로운 기술이 가져다 주는 것은 장미빛 미래만은 아닐 것이다. 의사와는 다르게 기계가 폭주해 사고를 일으키거나 사람을 다치게 할 가능성도 있다. 우시바 조교 등 국내외 연구자들은 2017년, 사고의 법적 책임 등을 사전에 명확히 하여 합의 아래 이 기술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윤리강령을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우시바 조교는 “형법 및 보험제도 설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다. 시급한 검토가 요구된다”라고 말한다.
연구자들이 두려워하는 미래 중 하나는 뇌로의 ‘부정 액세스’이다. 여기서 말하는 부정 액세스란 무선을 통해 뇌 안의 정보를 훔치거나, 위조하는 것이다. 궁극의 개인정보인 생각이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읽혀지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관련된 문제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과도한 기대감과 뇌의 정보가 읽혀질 수 있다라는 강한 불안감이 현재 존재한다”라고 우시바 조교는 말한다. 윤리강령 발표로부터 2년 넘게 지난 지금도 각국에서는 법 정비 등 구체적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거액의 연구 자금과 풍부한 인재를 보유한 페이스북 등은 기술개발을 계속 추진하고 있을 것이다. 뛰어난 기술은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다. 기술의 진보를 직시한 논의를 정부와 시민이 시작해야 할 것이다.
▶ 제1선의 연구자가 제창하는 윤리 강령
1. 뇌파 등의 조작이 불러일으킨 사고 및 사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2. 읽어 낸 뇌정보의 보호 및 뇌로의 부정 엑세스 방지에 힘써야 한다.
3. 기술 정보의 신속한 개시와 사회의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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