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병(未病), 유전자로 파악 -- 투약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에도 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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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바이오/ 농생명/ 의료·헬스케어
- 기사일자 2019.11.19
- 신문사 일경산업신문
- 게재면 16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9-11-26 09:30:33
- 조회수286
Start Up Innovation / Science
미병(未病), 유전자로 파악
투약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에도 응용
-- 도야마대학∙도쿄대학 --
도야마(富山)대학 화한의학종합연구소(和漢医薬総合硏究所)와 도쿄대학의 공동연구팀은 메타볼릭신드롬(대사증후군)이 되기 직전의 상태를 가리키는 ‘미병’의 존재를 유전자 활동 상황을 통해 과학적으로 파악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 발표는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지만, 사실 연구에는 ‘제2막’이 있다. 질병에서 회복되는 과정에 있는 ‘미건(未健)’을 검출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건강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병’이란 건강과 질병의 중간 단계로, 발병 리스크가 높아진 상태를 말한다. 중국의 가장 오래된 의약서 ‘황제내경(黃帝內經)’에 나온 말로, 미병의 시기를 파악해 발병 전에 치료하는 것이 최고의 의료라고 적혀있다.
2천년 이상 전부터 있었던 사고방식이지만, 최근, 발병 전이나 극초기(極初期)의 ‘예방적∙선제적 의료 개입’에 대한 중요성이 현대의학에서도 주목 받기 시작하고 있다. 2017년에 정부가 정리한 ‘건강∙의료 전략’에서도 미병이란 개념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헬스케어 산업 창출이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미병 단계를 과학적∙객관적으로 파악하거나, 정의하는 것은 지금까지 불가능했다.
-- 쥐 실험에서 성공 --
도야마대학의 고이즈미(小泉) 조교와 오쿠마키(奧牧) 조교, 가도와키(門脇) 교수, 사토(斎藤) 학장 등으로 이루어진 연구팀은 도쿄대학 생산기술연구소의 아이하라(合原) 교수팀과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이기는 하지만 미병 단계를 과학적으로 파악하는데 성공했다.
생후 8주째 이후에 대사증후군이 발병한 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연구팀은 3~7주째에 지방조직을 추출. 세포 내 유전자의 활동 상황(유전정보가 복제된 리보핵산이 만들어지는 양)을 아이하라 교수가 개발한 ‘동적 네트워크 바이오마커(Dynamic Network Biomarker, DNB)이론’을 바탕으로 분석했다.
DNB이론은 생체 신호의 흔들림에 착안해 발병의 예후를 파악하는 수학이론이다. 이번 실험에서는 건강 상태에서 질병으로 발전하기 직전에 일부 유전자의 활동이 크게 증감하는 것이 수학적 분석을 통해 알게 되었다.
“유전자 활동의 변화가 크게 증가했을 때가 미병 상태로 판단되며, 2천 수백 년 전부터의 개념인 미병을 대사증후군을 통해 검출할 수 있었다”라고 아이하라 교수는 말한다.
DNB이론은 지금까지 급성 질환 분석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되어왔지만, 대사증후군에서 미병 검출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치매와 사코페니아(근육감소증) 등 천천히 진행되는 질병에도 응용될 가능성이 있다.
공동연구팀이 올 6월에 영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리포트 전자판에 연구 성과를 발표하자 예방∙선제의료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배경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성과에서 또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DNB이론을 통해 질병에서 건강 상태로 회복할 수 있는 조짐을 과학적으로 검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질병 예후와 치유 조짐을 나타내는 요소는 다를 것으로 생각되지만 원리적으로 검출 가능하다”라고 아이하라 교수는 보고 있다.
-- ‘미건’ 연구의 첫 걸음 --
질병에서 회복되는 중간 단계를 ‘아직 건강하지는 않는’ 이라는 의미에서 ‘미건’이라고 도야마대학의 고이즈미 조교는 이름 붙였다.
“매우 고가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효력이 있는지 불확실한 치료약이 개발되고 있는 가운데 치유 조짐이 검출된다면 치료를 지속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아이하라 교수)라고 한다.
또한 투약에 관련된 판단뿐만 아니라 “운동이나 식사 등 셀프메디케이션(Self Medication) 전반에 관련해 이대로 지속해도 될 것이지 등, 개인마다 차이가 있는 문제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고이즈미 조교는 말한다.
현재는 동물실험에서 미병 검출에 성공한 단계이다. 과연 사람도 가능할까? 또한 유전자 활동이 아닌 혈압이나 맥박 등 좀 더 측정하기 쉬운 생체 신호에서 ‘미건’을 검출할 수는 없는 것일까? 과제는 많지만 이러한 문제가 해결된다면, 생활습관병이나 치매 등 여러 가지 만성질환으로부터의 회복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서플리먼트나 운동∙학습을 이용한 기능요법의 효과 측정에 응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건의 과학’이라고 하는 새로운 연구 분야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이번 연구에서는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는 데이터도 확보했다. 미병이 검출된 쥐들에게 약물을 투여했을 때, 표면적으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DNB이론을 통한 분석으로 질병 예후를 나타내는 생체신호의 흔들림이 검출된 경우도 있었다. 이것은 투여한 약이 대증요법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근본적 치료로 이어지는 것인지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약의 효과란 무엇일까? 복용한 약은 복잡한 생체 구조 속 어디에 작용해 효력을 발휘하는 것일까? 최근 이러한 약학의 기초를 묻는 과제가 부상하고 있다. 고이즈미 조교는 “이러한 시점에서 여러 가지 약을 다시 검토하는 것은 약학의 새로운 과제이다”라고 말한다.
연구의 중심 인물인 고이즈미 조교는 한방의가 아니다. 세포생물학에 기초를 둔 한학자다. 현대 약학과 수학 간의 공동 연구가 전통의학 분야에 파고들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점에서 일련의 성과는 의미가 크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