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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첨단 부재, 한일 상호 의존 -- 침착한 삼성, ‘일본 중시’ 분업 체제
  • 카테고리사물인터넷/ ICT/ 제조·4.0
  • 기사일자 2019.9.20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9-09-30 08:59:40
  • 조회수403

반도체 첨단 부재, 한일 상호 의존
침착한 삼성, ‘일본 중시’ / 분업 체제에 찬물 끼얹는 정치


일한 산업계가 수출 규제로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그 한가운데 서 있는 삼성전자의 일본을 중시하는 조달 자세는 현재로서는 변하지 않았다. 반도체 첨단 개발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에게, 앞서고 있는 일본에서 부재를 조달하는 것은 필수다. 일본 기업도 거대 고객인 삼성을 놓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 대립에 의해 일본 의존에 대한 위험이 표면화되면서 ‘일한 반도체 연합’의 향후 전망은 불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금수까지 단행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우리는 일본 정부의 진의를 알 수 없습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재료의 수출 규제를 발표한 7월 1일. 수출 규제 대상 품목을 취급하는 소재업체뿐 아니라 다른 공급업체의 영업담당자에게 삼성전자의 조달부문에서 문의가 이어졌다.

경제산업성으로부터 사전에 설명을 들은 일본 업체들은 “서류만 잘 갖추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허가는 나올 거라고 들었습니다. 귀사의 공장을 멈추게 하는 일은 없습니다”라고 회신했다. 그래도 삼성전자는 본사의 조달 팀을 일본에 파견해 조달처를 개별적으로 방문해 생산량이나 재고 확인에 분주했다.

-- 일본 공급업체 23사로 2위 --
삼성전자가 기술 개발을 견인하는 반도체의 경우, 주요부재는 일본 업체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다. 거래 관계를 공개한 주요 100사의 공급업체 리스트 중 일본 기업은 23사로, 한국 기업(39사)에 이어 2번째로 많다. 23사는 스미토모화학, SUMCO, 다이요닛산(大陽日酸)과 같은 소재 업체와 도쿄일렉트론, 캐논, 알박(Ulvac) 등의 제조장치 업체다.

“조달처 변경에 대한 위험을 삼성은 알고 있다”. 반도체 제조용 약품을 공급하는 화학업체 간부는 이렇게 설명한다. 반도체 생산은 수천 개 이상의 정밀한 공정을 2~3개월에 걸쳐서 진행한다. 같은 재료라도 업체마다 미묘한 ‘버릇’이 있어, 조달처를 변경하면 수율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디스플레이나 배터리 등에서도 중핵 부재를 일본 기업이 잡고 있다. 아사히카세이의 시바타(柴田) 부사장은 “공급업체들도 그렇게 간단하게 재료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삼성에 반도체 부재를 공급하는 일본 기업의 대표는 “삼성의 일본을 중시하는 조달 자세는 흔들리지 않는다”라고 한결같이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7월 10일에 대그룹 총수들을 긴급 소집했을 때도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은 일본 출장을 우선했다. 미리 예정하고 있었던 금융기관과 장치∙부재 업체 대표들과도 면담, 정치적인 대립 속에서도 기업간의 협조를 호소했다.

텔레비전이나 이동전화,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같은 분야에서 일본의 전자기기 업체를 추월해온 삼성. 성장 과정에서 “일본을 배워라”라는 경영 방침은 철저했었다.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 지금의 삼성그룹으로 키운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까지 3대가 모두 일본에서 유학. 유창한 일본어로 “일본기업과의 계약을 착착 체결해 나갔다”(전 전자기기업체 사장).

본업인 제조업에서 전자산업으로 진출한 계기가 된 것도 1969년 산요전기와 체결한 흑백 TV를 생산하는 합작회사 설립이었다. 그 후에도 NEC나 도시바, 도레이, 소니, 스미토모화학 등과 협업해 대기업의 초석을 다졌다. 한국 수원시에 위치한 삼성 본사 내의 박물관에는 산요전기에 대한 고마움이 기록되어 있다.

-- 자사보다는 외부 --
삼성이 타사로부터 기술을 흡수해 온 배경에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한국 기업에서는 5년, 10년 단위의 기초연구를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삼성에서 일하는 일본인 기술자)는 사정도 있다. 제품 조달력을 높이려는 삼성에 있어서 첨단 부재는 자사 개발보다도 외부 조달이 비용 면에서도 유효하다는 판단도 작용한다. 또한 일본 공급업체 측에도 ‘삼성 퍼스트’라는 사정도 있다.

예전에 주요 거래처였던 일본의 전자기기 업체가 잇달아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축소했다. 일본이 쇠퇴하는 사이에 삼성은 반도체에서 8조엔, 디스플레이에서 3조엔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 최대 디바이스 기업으로 성장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이 최대 고객이 되었다.

첨단 부재를 외부에 의지하는 삼성과, 최대 고객을 잃고 싶지 않은 일본의 공급업체의 상호 의존 관계는 여전히 강고하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에 대해 한국정부나 국내 여론은 ‘경제 보복’이라며 격하게 반응한다. 결과적으로 첨단 부재의 지나친 일본 의존이 위험으로서 강하게 인식됨으로써 삼성도 당장은 대체 조달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8월 이후에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3개 품목에 대해 수출 허가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 측이 일한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파기를 결정하는 등 양국 관계를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 간의 대화 부족에 대해 입을 닫고 있는 양국 산업계. 쓸데없는 도발 행위가 이어진다면 삼성과 일본의 공급업체가 축적해 온 공동 번영의 분업 체제도 무너질지 모른다.

▶ 한일 대립, 중국은 어부지리
일한 정치 대립은 경제 면에서도 중국의 이득으로 이어진다. 특히 반도체 등 하이테크 산업에서 패권을 노리는 중국 입장에서 반도체 세계 1위의 삼성은 언젠가는 추월해야 할 대상이다. 수조 엔 규모의 설비투자를 정부 주도로 추진하는 중국의 추격에 삼성도 주춤할 여유가 없다.

현재 반도체 제조 장치 업체의 ‘중국 시프트’는 시작되었다. 설비 투자액이 1조엔 규모의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이 잇달아 부상하는 중국은 생산설비를 판매하는 장치업체에게 유망한 시장이다. “일본 기업도 영업 담당을 중국에 100명 단위로 장기 파견해 각지에서 상담을 추진하고 있다”(도쿄일렉트론 담당자).

중국 업체가 첨단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양산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일본의 부재업체도 중국으로 시프트할 것이다. 액정 패널의 경우는 중국 기업이 생산 능력에서 한국을 추월한 선례가 있다. 업계 내에서는 “다음은 반도체”라는 의견이 강하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의 안기현 상무는 “일한 사이에 벽이 생기면 재료, 장치, 최종제품의 각 분야에서 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반도체산업이 이득을 보게 된다”라고 경종을 울린다.

일본의 일렉트로닉스 산업을 궁지로 몰아넣은 삼성이, 이번에는 중국에게 추월 당하는 시나리오가 점점 현실적이 되고 있다. 한국의 전체 수출의 20%를 담당하고, 증권시장 시가 총액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의 쇠퇴는 한국 경제 전체의 쇠퇴를 의미한다. 현재의 경제 침체에 고민하는 한국 정부도 정치 대립을 계속할 여유는 없을 것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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