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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콜럼버스의 달걀’로 이뤄낸다 -- 최신 기술 보다 유연한 발상이 중요
  • 카테고리비즈니스/ 기타
  • 기사일자 2019.7.23
  • 신문사 일경산업신문
  • 게재면 16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9-07-29 17:00:04
  • 조회수392

Start Up Innovation / Science
혁신, ‘콜럼버스의 달걀’로 이뤄낸다
최신 기술 보다 유연한 발상이 중요

최근 일본에서는 정부도 기업도 대학도 이노베이션을 부르짖고 있다. 획기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최신 기술이나 사이언스가 불가결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 기술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혁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유연한 발상이 연구자에게 요구된다.

5월 말, 영국 과학잡지 네이처에 개제된 도쿄대학의 젊은 연구자 야마자키(山崎) 특임조교의 연구 성과가 인터넷과 SNS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다. 백혈구와 적혈구의 모체가 되는 조혈간세포를 시판되고 있는 액체 접착제를 이용해 대량으로 배양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 액체 접착제로 배양 --
조혈간세포는 백혈병 등 혈액 질병을 치료하는데 매우 중요한 세포이지만, 인공적으로 세포 분열을 반복해 수를 늘리는 것이 어렵다.

어려운 학술용어들이 즐비한 네이처 논문에 사무실이나 가정에 있는 액체 접착제라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는 소재가 등장한 것이 재미있었던 것일까, 그의 논문은 화제로 떠올랐고 트위터 등에는 많은 댓글들이 올라왔다. “이렇게 뜨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라며 야마자키 조교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연구 동기는 매우 진지했다. 바이오 세계에서는 연구 성과가 논문으로 나와도 다른 연구자가 그것을 재현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세포 등 ‘살아있는 것’을 다루는 분야이기는 하지만 이전부터 이러한 점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던 야마자키 조교. 배양액에는 소의 혈청 성분과 알부민을 이용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었지만 야마자키 조교는 여기에 의구심을 가졌다. “품질이 안정적인 화학물질로 배양액을 대체한다면 조혈간세포도 배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약 30개 후보물질 중 그가 선택하게 된 것은 액체 접착제의 원료인 PVA(폴리바이닐알코올). 실험해본 결과, 상상 이상으로 조혈간세포가 늘어났다. “배양액에 화학물질을 이용한다는 발상은 보통 떠올리기 힘들다”(한 바이오연구자). “착안점이 콜럼버스의 달걀에 해당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연구 상식에 의구심을 가진 것이 좋았던 것 같다”라고 야마자키 조교는 말한다.

수술 현장에서 이용되기 시작하고 있는 ‘알케리스(Archelis)’는 외과의가 장착한 채로 걸어 다닐 수 있는 ‘의자’이다. 다리와 정강이, 허벅지 3곳을 벨트로 고정하기만 하면 된다. 반쯤 일어선 자세로 수술할 때 몸을 지탱해준다. 복강경수술과 같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수술을 할 때 이용할 경우 의사의 신체적 부담이 줄어든다.

지바(千葉)대학 시절에 공동연구에 참가한 지치(自治)의과대학의 가와히라(川平) 교수는 “수술 현장과 외과의의 입장에서 생각해낸 아이디어로, 설 것인가, 앉을 것인가라는 2가지 선택지에서 벗어난 것이다. 장착한 채 걸어 다닐 수 있는 의자는 그야말로 콜럼버스의 달걀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의(醫)∙공(工) 연대의 경우 공학자는 최신 기술에 의존해버리지만 알케리스의 경우, 금형 가공업체 니트(요코하마 시)와 협력해 ‘의∙산(産) 연대’로 제품화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연구의 제1인자인 게이오기주쿠(慶応義塾)대학의 마스이(增井) 교수도 기술 추구보다도 새로운 상식을 발명하는 중요함을 주장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2006년부터 2년 간, 미국 애플사에서 아이폰의 일본어 예측 변환 입력 개발에 참여했다.

마스이 교수가 이노베이션에 있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그가 스스로 고안한 ‘콜럼버스의 달걀’ 지수. ‘임펙트’를 ‘복잡함’으로 나눠 산출해내는 것이다. 누구나가 깜짝 놀랄만한 일(임펙트)을 매우 간단한 방법(최소한의 복잡함)으로 실현하면 지수는 높아진다. 그야말로 연구자의 역량과 센스가 중요하다. 이러한 성과만이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당연함’이 된다고 마스이 교수는 말한다.

지금부터 100년 정도 전, 이노베이션을 제창한 경제학자인 슘페터는 이 단어를 상당히 넓은 개념으로 사용했다. 새로운 ‘생산물의 창출’, ‘생산 방법 도입’, ‘판로 개척’, ‘공급원 획득’, ‘조직 실현’의 5가지가 조합되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변혁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 가치를 창출 --
일본에서는 이노베이션이란 개념이 ‘수입’된 1950년대 후반, ‘기술 혁신’이라는 말로 번역되었다. 이후, 제조의 힘이 이끌어온 고도 경제성장 속에서 이노베이션에는 최신 기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았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아닌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이노베이션이다. 오랜 기간 미국에서 로봇 연구를 리드해온 카네기멜론대학의 가나데(金出) 교수도 “특출한 기술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의 연구 현장에서는 새로움 또는 다른 사람과의 차별화를 너무 강조한다”라고 지적한다.

매년 가을, 노벨상에 앞서 ‘사람을 웃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연구’를 표창하는 이그노벨상. 일본인 연구자들이 12년 연속으로 수상하고 있다. 노벨상의 패러디로 무시해버릴 수도 있지만 아이디어의 기발함이나 참신함은 전세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그노벨상 수상 뉴스를 들을 때면 일본인 연구자들의 유니크함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콜럼버스의 달걀’은 어느 곳에서든 잠재되어 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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