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자암호, 중국 주도로 표준화 -- ISO 승인, 올 가을에 기준안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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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미래기술,전망/첨단산업
- 기사일자 2019.6.12
- 신문사 일경산업신문
- 게재면 7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9-06-19 14:28:20
- 조회수353
양자암호, 중국 주도로 표준화
ISO 승인, 올 가을에 기준안 마련
기밀 정보가 제3자에게 해킹되는 것을 방지하는 차세대 암호기술 ‘양자암호’의 규칙 제정을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이 제안한 양자암호 보안에 대한 국제적 평가 기준을 만든다는 구상이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승인을 얻었다. 올 가을에 국제 표준이 되는 기준안이 마련된다. 이를 통해 중국은 양자암호 기술 개발만이 아닌 규칙 제정에도 주도권을 거머쥐게 되어 보안 분야에서의 존재감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양자암호는 양자역학의 물리적 성질을 이용한 암호이다. 정보를 보내는 측은 암호화 및 해독에 이용되는 열쇠에 대한 정보를 빛의 입자(광자)에 실어 보낸다. 제3자가 이를 해킹할 경우 흔적이 남기 때문에 광자 상태를 확인하면 해킹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고성능 양자컴퓨터 등 차세대 컴퓨터가 개발되고 있는 가운데 양자암호는 데이터 유출을 방지하는 기술로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국의 표준화 기관인 정보기술시큐리티평가센터는 2018년 10월, 양자암호를 널리 보급시키기 위해 ISO 작업부회(Working Group)에 보안을 평가하는 국제표준을 책정하는 것을 제안했다. 작업부회에 참가하고 있는 45개국 가운데 기권표를 제외하면 3분의 2 이상의 국가가 이에 찬성해 표준화 추진이 2월에 결정되었다.
양자암호는 차세대 암호의 후보로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국제적 평가 기준이 없어 높은 안전성을 어필하기 어려웠다. ISO 작업부회가 4월 5일까지 이스라엘에서 개최한 회의에서는 중국의 연구자들이 기준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결정되었다. 중국이 규칙 제정을 주도해 ISO의 승인을 얻게 된다면 양자암호를 이용하는데 필요한 장치 등을 판매할 때 기업뿐만 아니라 각국의 정부 조달에도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ISO에서 규칙 제정을 담당하는 의미는 크다. 조직이 정보 보안 체제를 충분하게 정비하고 있는지를 인증하는 ‘ISO227001’은 2005년의 발효 이후 많은 국가에 보급되어 2017년 시점에 160개국의 약 4만개 조직에서 이용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통신기기업체 화웨이 등을 통한 정부 조달을 금지하는 방침을 밝힌 한편, 2013년의 스노든 사건에서는 미국 당국이 개인정보를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발각되어 중국의 경계심도 강하다. 중국은 보안 기준 책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기밀 정보를 보호하는데 양자암호를 이용하려는 목적도 있다.
중국은 양자암호의 기술 개발에서 미국과 일본, 유럽에 앞서있다. 2017년에 위성으로부터 송신한 광자를 약 1,200km 떨어진 지상의 두 지점에서 수신하는데 성공. 2018년에는 위성을 이용해 양자암호의 열쇠 정보를 자국과 유럽 간에 공유하는 것을 실현했다. 광(光)섬유망에서도 베이징~상하이 간에 2,000km의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 전력망과 금융 등 중요 인프라에 관한 정보의 해킹 방지를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규칙 제정에서도 주도권을 장악하게 된다면 보안 분야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 미국은 반대표, 유럽도 독자적 기준안 책정 추진 --
중국 주도의 규범 만들기에 미국은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이 제안한 국제 표준 책정을 추진하는지 여부에 대한 투표에서 미국 대표로서 투표권을 가진 미국의 국가규격협회는 “중국의 제안은 불완전하다”라며 반대표를 던졌다. 미국과 중국은 하이테크 경쟁을 펼치고 있어 미국은 자국이 지금까지 담당해온 보안을 평가하는 규격 책정의 주도적 역할을 중국이 쥐는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암호 등의 보안 분야에서는 지금까지 미국이 국립표준기술연구소 등에서 결정한 기술이 세계 표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양자암호에서는 중국의 제안으로 ISO의 논의가 시작되면서 관례가 무너지게 된 것이다.
기준안 책정을 추진하는 앞으로의 회의에는 미국도 참가한다. 기준안이 중국에 유리한 내용이 되지 않도록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책정에는 미국과 중국 외에도 일본, 영국, 러시아, 캐나다 등 10개국이 참여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올 가을까지 국제 표준의 기준안을 만들어 2022년의 발효를 상정하고 있다.
양자암호의 표준화를 둘러싸고 유럽전기통신표준화기구(ETSI)도 유럽의 독자적인 보안 기준 책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의 연구자들도 이에 관여하고 있다. 일본은 유럽의 기준에 준거하도록 주장, 중국에 유리한 기준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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