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의 세기 (1): 디지털 빈곤 5.4억명 -- 사람의 가치, AI가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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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사물인터넷/ ICT/ 제조·4.0
- 기사일자 2019.4.22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9-05-01 23:19:34
- 조회수433
데이터의 세기; 점수로 평가 받는 인생 (1)
디지털 빈곤 5.4억명
사람의 가치, AI가 평가
방대한 정보를 활용하는 데이터 경제가 확대되면서 모든 가치를 숫자로 나타내는 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사람의 신용 및 장래성을 점수로 평가하는 스코어링(Scoring)이라는 기술이 잠재된 가치를 발굴한다. 반면, 디지털화로 인해 주요국의 노동 인구 6명 중 1명인 5.4억명이 새롭게 빈곤에 빠지게 된다는 예측도 있다. 데이터로 평가되는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스코어링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두 가지 모두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2018년 가을, 베트남 호치민에 사는 회사원 쯔이 씨(26)는 월급의 절반에 가까운 1,000만동(5만엔)짜리 스마트폰을 샀다. 그녀의 개인 데이터가 평가 받은 덕분이었다.
-- 숨겨진 신용을 발굴 --
그녀가 이용한 것은 금융 앱 ‘홈 크레디트(Home Credit)’. 이용자는 스마트폰 요금 지불 내역과 페이스북 의 친구 등의 데이터를 900점 만점으로 평가 받아 금융 조건이 결정된다. 이 점수는 본인에게는 공개되지 않지만, 쯔이 씨는 월 이자 1%로 600만동을 대출했다. “절차가 정말 간단했다”.
스코어 금융은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금융 인프라가 빈약한 지역에서 이용자가 늘고 있다. 은행처럼 근무처와 소득 확인 등 서류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심사가 없다. 주로 스마트폰을 통해 수집되는 생활 데이터로 신용을 평가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전세계에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은 17억명. 하지만 이들 중 3분의 2는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 스코어 금융은 기존의 금융이 간과해온 신용을 발굴해 창업 등의 기회로 이어준다.
최근 세계적으로 스코어 기술의 활용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한국의 결재 서비스 업체인 카카오페이는 2017년, 세계 최대 스코어시스템 ‘즈마(芝麻)신용’을 전개하는 중국 알리바바그룹 계열과 자본 제휴를 맺었다. “한국판 즈마신용이 될 가능성이 있다”(카카오페이). 한국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등 지원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도 기업의 스코어 금융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스코어 금융이 항상 약자 편에 서있는 것은 아니다. 딜로이트 토마츠 컨설팅은 4월, ‘2030년까지 G20에서 최대 5.4억명의 버추얼 슬럼이 생겨날 것이다”라고 추산. 15~64세 생산 연령 인구의 6명 중 1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버추얼 슬럼은 앞으로 나오게 될 새로운 빈곤층이다. 개인의 스코어가 취업, 주택 임대 등 많은 분야에서 공유될 경우, 점수가 낮은 사람은 모든 분야에서 배제된다. 취업에 실패해 저임금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게 되다면 점수는 더욱 낮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져 “빠져 나오기 힘든 심각한 곤경에 빠지게 된다”(야모리(矢守) 매니저).
이 새로운 빈곤층은 중국에서 가장 비슷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민간 기업인 앤트파이낸셜의 즈마신용 스코어는 구매 기록과 교우 관계 등을 망라한다. 정부도 개인정보를 관리해 과거에 부정을 저지른 사람에게 항공기 이용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처럼 민관 양측에서 데이터 관리가 추진된다면 신용이 낮은 사람은 사회로부터 배제될 수 밖에 없다.
-- 재생산되는 차별 --
사회의 차별과 편견을 조장할 위험도 있다.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 경찰본부. 항의하는 100명 이상의 시민 앞에 무어 본부장은 “데이터 사용 방법을 재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2011년부터 이용하고 있는 범죄 예측 시스템이 문제가 된 것이다.
AI가 과거의 수사 정보를 분석해 범죄 가능성이 높은 인물과 지역을 제시. 이를 통해 범죄는 일부에서 감소되었지만, “흑인 등에 대한 과잉 단속으로 이어졌다”라는 지적이 나왔다. 과거 수사에서의 인종 차별 영향을 받아 AI가 “차별을 재생산했다’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데이터를 통해 만들어진 스코어로 사람의 인생과 사회의 행방도 좌우되는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뒷짐만 지고 있다가는 아무 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UN의 세계식량계획(WFP)는 새로운 난민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난민이 조국에서 보유한 교육 및 경력 등의 기록을 피난처로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WFP가 지원하는 61개국 3천만명 이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난민의 대부분은 조국에서의 기록을 잃게 된다. “과거를 가져갈 수 있다면 제로에서 출발하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 WFP의 폴리카리 최고정보책임자는 이렇게 말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데이터 경제를 뒷받침하는 기술은 어떨 때는 위협이 된다. 동시에 기업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세계의 난제를 해결하는 잠재력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우리는 어떻게 제어해야 할 것인가? 풍요로움으로 향하는 길을 찾아야 할 때가 왔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