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록체인이 바꾸는 미래 (1): 국토가 분열되어도 데이터는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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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핀테크/웨어러블/3D프린터
- 기사일자 2019.4.3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9-04-10 22:17:39
- 조회수495
Disruption 단절의 끝에; 제 1부 블록체인이 바꾸는 미래 (1)
국토가 분열되어도 데이터는 남는다
에스토니아, 창업 활발해
▶ 블록체인;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복수의 컴퓨터로 거래 등록을 공유해 분산시켜 관리하는 구조. 새로운 거래가 생기면 그 정보가 전체의 거래 참가자에게 전송되어 모든 거래장부가 수정된다. 과거의 데이터를 위조하기 어렵다는 것이 특징이며 비트코인 등의 가상통화를 뒷받침하는 기술로서 보급되었다. “어떤 내용의 문서가 어느 시점에 확실히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은 증명해 주기 때문에 공문서 관리 및 학력의 증명, 투표의 부정 방지, 토지의 등기부, 식품의 트레시빌리티(Tracibility, 생산이력의 추적) 등에도 이용되고 있다.
발트해와 맞닿아 있는 인구 130만명정도의 에스토니아가 세계에서 가장 앞선 전자 정부를 실현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로 행정 데이터가 조작되지 않는 구조를 구축한 배경에는 외국에게 점령되었던 역사가 있었다. 디지털 공간에서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다면 가령 국토가 없어지더라도 국가는 살아남을 수 있다---. Disruption(창조적 파괴)의 끝에는 북유럽의 소국이 구축한 새로운 ‘국가’는 미래 사회를 위한 힌트를 제시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대안(對岸)에 위치하고 있는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 세계 유산의 구 시가지 카페에서 대학생인 아나스타샤 윌러 씨(19)가 PC를 들여다 보고 있다. 국민에게 부여된 ID 카드의 정보를 입력해 의회 선거의 투표를 10분만에 끝낸다. 예금 잔고 및 병원의 진찰 기록 등 자신의 데이터는 전부 ID로 연결되어 있다. “어릴 적부터 ID 카드를 사용해 왔다. 정보는 보호되고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에스토니아는 2000년대 이후, 주민등록 및 납세, 교육, 육아 등 모든 행정 수속을 전자화했다. 국민에게 ID를 할당해 수속은 24시간, 인터넷으로 완료한다. 3월의 의회 선거에서는 투표한 사람의 2명 중 1명이 인터넷을 통해서 했다. 인터넷으로 할 수 없는 것은 결혼과 이혼, 부동산 매매뿐이다. 전자화에 의한 비용 삭감 효과는 국내 총생산(GDP)의 2%를 넘어선다.
ID 카드는 운전면허증 및 보험증을 겸해 유럽연합(EU) 지역 내에서는 여권 대신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그 혜택을 국민들만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거주자가 전자 상의 국민이 될 수 있는 ‘e레지던시(e-residency) 제도를 2014년에 시작. 가상 국민도 국민과 동일하게 법인을 설립하거나 은행구좌를 개설할 수 있다. 이미 165개국에서 5만명이 등록해 6,600사가 설립되었다. 일본에서도 아베 총리 등 2,500명이 등록하고 있다.
일본의 IT 업계에서 근무했던 구사카(日下) 씨는 2017년 블록체인 기술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블록하이브를 에스토니아에서 개업한 것을 계기로 이주를 감행. 에스토니아 정부의 직원과 함께 가상통화 등의 규정 시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국가 그 자체가 스타트업과 비슷하며 제도 규정에도 스피드감이 있다”.
에스토니아가 전자 대국으로의 길을 서두른 이유는 국가 존망의 위기감 때문이다. 유럽과 러시아의 경계에 위치한 요충지인 에스토니아는 13세기에 덴마크로부터 침공당한 이후, 독일 및 스웨덴, 러시아에 의한 지배가 이어졌다. 1918년에 일단 러시아로부터 독립하는 것도 40년, 또다시 소련이 합병되는 바람에 독립을 유지한 기간은 짧다. 1991년에 소련으로부터 독립해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및 EU에 가맹. 2007년에는 러시아로 의심되는 세계 최초로 국가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받게 되어 정부 및 은행 시스템이 한 때 다운되었다. “그 일로 커다란 경종을 울렸다”라고 에스토니아 정부 관계자는 회상했다. 그 이후부터 크리미아를 합병한 러시아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정된 사람과 자금을 통해 신생 국가를 구축하는 비장의 카드로 주목한 것이 블록체인이었다. 개인이나 기업의 데이터 및 거래 기록 등을 중앙집권형으로 관리하지 않고 분산시켜 관리한다.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강하며 조작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에스토니아의 시큐리티 기업인 가드타임이 개발한 실시간으로 데이터의 조작을 감지하는 기술을 채택. 정부 및 기업 등은 필요에 따라 한정된 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으나, 누가 언제 접속했는지가 전부 기록으로 남아 국민은 자신의 데이터가 열람된 이유를 정부를 통해 조회할 수 있다. 부정 접속에 엄격한 형벌을 가함으로써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2018년에는 NATO의 가맹국인 룩셈부르크에 ‘데이터 대사관’을 개설했다. 국민의 정보를 국외에 보관한다면 만약의 경우, 국토를 침략 받을 경우에도 전자 상에서는 행정을 집행할 수 있으므로 국가는 존속하게 된다는 사고 방식으로, 룩셈부르크 이외의 국가에서의 증설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IT 전략을 총괄하는 시크트 최고정보책임자(CIO)는 “국가의 핵심을 잃지 않는 상태로 국가를 세계에 개방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에스토니아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영토라는 개념에 얽매이지 않는 디지털 국가를 구축했다. 투명성이 높은 제도에 매료되어 세계에서 우수한 인재가 한데 모여 잇따라 창업을 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이루어 내고 있다. Disruption의 끝에 소국 에스토니아가 손에 넣은 소프트웨어 파워야말로 데이터 세기(世紀)에서 국가 번영을 이끄는 국가전략이 되고 있다.
에스토니아의 신흥 기업을 조사∙지원하는 스타트업∙에스토니아에 따르면, 에스토니아에는 약 550사의 스타트업 기업이 있다. 이들 기업으로의 투자액은 2018년에 약 3억2,800만 유로(약 410억엔)으로, 5년 정의 10배로 확대되었다. 그 90%가 해외로부터이다.
글로벌기업가정신연구(GEM)이 정리한 기업의 활발함을 나타내는 종합기업 활동지수는 미국과 영국의 상회해 세계 1위이다. 통화 소프트웨어인 스카이프를 필두로, 국제송금을 맡고 있는 영국 트랜스퍼와이즈, 배차 앱의 택시파이 등, 에스토니아 발(發) 기업의 활약이 눈에 띄고 있다.
2014년 설립한 자바티컬(Jobbatical)은 온라인에서 전세계 인재와 기업을 연결하는 구인 사이트를 운영한다. 해외에서 일하고 싶은 인재가 등록해 채용이 정해지면 취직에 필요한 비자 취득 등의 수속을 지원한다. 지금까지 약 50개국의 30만명 이상이 해당 사 경유로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제국이나 캐나다 등으로 취직했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2019년 중에 ‘디지털 노머드비자’를 발행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비자는 일하면서 전세계를 날아다니는 노머드(유목민)형 인재에게 365일의 체류를 인정한다는 것으로, 에스토니아가 가맹하는 EU지역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원하는 장소에서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라고 조 버티칼 창업자인 힌드릭스 씨(35)는 말한다. 일하는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조직의 경계나 국경을 뛰어넘어 일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삶의 방식을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에서 성공한 기업이 에스토니아에 자금 및 노하우를 환원하는 호순환도 이뤄지고 있다. 그런 거점 중 하나가 탈린의 공장 철거 부지를 재개발한 ‘리프트 99’이다. 스타트업 기업용의 공용 오피스에서는 밤낮없이 사업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젊은 세대들로 붐빈다. 운영 스텝의 유리마 씨(20)는 “기업가가 함께 성장하는 장소가 되고 있다”라고 말한다.
첨단 기술로부터 탄생한 새로운 서비스가 기존의 틀을 깨는 Disruption(창조적 파괴). 기존의 연장선상이 아닌, 불연속의 변화가 일고 있는 현장을 취재해 경제 및 사회, 삶에 미치는 영향을 모색해 본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