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전자 업계, 다시 세계에 도전 -- 빠른 의사결정 필요, ‘이길 수 있는’ 시장
-
- 카테고리비즈니스/ 기타
- 기사일자 2018.9.13
- 신문사 일간공업신문
- 게재면 36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8-09-19 15:26:25
- 조회수342
리먼 쇼크 10년, 산업계는 어떻게 변했나 (2)
전기∙전자 업계, 다시 세계에 도전하다
빠른 의사결정 필요, ‘이길 수 있는’ 시장에서 싸운다
리먼 쇼크로부터 10년은 일본의 전기∙전자 업계가 ‘어떻게 세계와 싸울 것인가?’를 모색한 10년이었다. 리먼 쇼크가 초래한 수요 급감은 각 기업들의 설비 과잉 등의 문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응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일본의 전기∙전자 업계가 이전부터 안고 있던 사업 모델 그 자체의 오류를 알아차리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 결과, 수요를 회복한 후에도 전기∙전자 업체들의 이익률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10년의 시간을 거쳐 일본의 전기∙전자 업계는 새로운 모습으로 세계에 도전한다.
● 기술이 아니라 빠른 의사결정
“일본의 전기∙전자 업계는 괴로운 시기를 보냈다. 기술력이 뒤떨어져서일까? 그렇지 않다”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의 구레 분세이(呉文精) 사장은 ‘전기∙전자의 패배’에 대해 이렇게 분석한다.
1980년대에 세계시장을 석권한 일본의 반도체기업이 쇠퇴한 원인은 ‘백화점’이라 불린 상품 라인업에 있었다. 제품군을 확장하면 확장할수록 상승효과가 떨어지고 수익성은 저하되었다. 2000년대에 재편 및 통합 과정을 거쳐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등이 탄생하였다.
리먼 쇼크나 동일본대지진 후의 수요 급감은 일본의 반도체기업의 제품군과 그와 연결된 생산거점이 과잉 상태라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하게 하였다.
구레 사장은 “품질이나 고객 기반은 문제 없다. 중요한 것은 그 분야에서 싸우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 여부다”라고 지적한다. 목표하는 시장 세분화를 결정하고 마케팅을 반복하며 기민하게 반응한다. 일본의 전기∙전자 업계에 있어서 이 10년은 사업의 원칙을 일깨우기 위한 10년이었을지도 모른다.
7,873억엔. 히타치제작소는 09년 3월기에 제조업으로서는 사상 최대의 당기 적자를 계상하였다. 지금의 히타치는 과거 최고 이익을 내기까지 부활하였지만 개혁을 추진한 가와무라(川村) 회장(당시)은 나중에 “속도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구조개혁 100일 플랜’을 표명하고 Hitachi Maxell, 히타치플랜트테크놀로지 등 상장 5사를 포함하여 사내 컴퍼니제도를 도입하였다. 당시, 성역이라고 여겨졌던 사업 포트폴리오의 재검토에도 착수하였다.
채산이 안 맞는 사업을 조기에 정리하면 수중에는 우량 사업이 남는다. 경영 재건을 위한 속도도 빨라진다. 부적절한 회계 문제로 인해 선수를 빼앗겨 결국에는 핵심 사업인 반도체메모리 자회사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하게 된 도시바를 봐도 그것은 분명하다.
신속한 의사결정은 확실한 대원칙이다. 그러나 08년을 전후한 시점에서는 히타치와 같은 거액의 적자를 계상하기까지 내몰리지 않았다면 판단하기 어려운 시기이기도 했다. 그 이전에 반도체나 이동통신사업에서 조기 철수를 결정한 것은 미쓰비시전기뿐이었다. 리먼 쇼크와 같은 시기에 발생한 일렉트로닉스 업계의 거대한 지각변동을 많은 경영자는 간파하지 못했다.
07년 1월 9일. 미국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이벤트에 참석, 초대 스마트폰 ‘iPhone’을 소개하였다. 잡스 씨는 “오늘 애플은 전화를 ‘재발명’한다”라고 선언하였다.
그 말대로 애플은 휴대전화의 사업 모델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꿨다. 08년 미국 구글의 스마트폰용 기본소프트 ‘안드로이드’의 투입과 함께 하드웨어 중심의 업계를 소프트웨어∙플랫폼으로 이행시켰다.
핀란드의 이동통신업체 노키아 등 단말 사업에서 성공한 경험이 큰 기업일수록 이 변화에 둔감했다. NEC 등 일본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리먼 쇼크로 일본의 전기∙전자 업체들의 업적은 하락했지만 그 전에도 이익률 수준은 결코 높지 않았다. 금융위기로 인해 생산설비 등의 과잉에 눈을 빼앗겨 사업 모델의 체질적인 결함이 보이지 않았던 것도, 리먼 쇼크 이후에도 정체가 계속 이어진 원인 중 하나다.
● 10년을 고심하다
본질적인 결함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하드에서 소프트웨어로의 이행에 뒤쳐지고 또한 자사 플랫폼에 타사의 사업을 채용하여 서비스의 질과 양을 확대하는 ‘에코시스템’을 확립하는 시점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의 전기∙전자 업체에 있어서 최근 10년은 명예보다 실리를 취하며 사업 포트폴리오의 재구축을 위해 고심한 10년이기도 하다.
최근 10년의 매출 추이를 보면 일본 업체는 수익감소 또는 미세한 수익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애플은 이익뿐 아니라 매출도 급성장. 08년에 324억달러였던 매출은 2015년에는 2,000억달러를 넘었다.
그런 애플도 미국의 하이테크 업계에서는 이미 고참이 되었다. ‘포스트 스마트폰’이라고도 불리는 음성인식 스피커에서는 아마존과 구글에 추월당했다. 애플조차 차세대 플랫폼을 장악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시장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일본의 전기∙전자 업체 중 포트폴리오 재검토에 있어서 상징적인 곳은 항상 애플과 비교되는 소니일 것이다. 리먼 쇼크 직후인 09년 3월기부터 12년 3월기까지 4기 연속으로 당기 적자에 빠지는 등 침체가 계속된 소니. 12년에 취임한 히라이(平井) 사장(당시)은 인원감축과 자산매각, 텔레비전사업의 분사화, 컴퓨터 ‘VAIO’의 매각을 단행. 본업인 일렉트로닉스 부문도 16년 3월기에 흑자로 전환하였다. 현재 스마트폰 사업에 과제는 있지만 게임이나 반도체를 축으로 과거 최고 수익을 달성하였다.
독일증권주식조사부의 요시다(吉田) 부사장은 “전자기기 기업들은 최근에 와서 적어도 ‘이길 수 있는’ 에코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히타치의 제어기술(OT)과 IT를 조합한 IoT(사물인터넷) 플랫폼 ‘Lumada’는 고객과 파트너의 시스템을 연결하여 협업을 추진한다.
파나소닉과 미쓰비시전기도 산업용 IoT 기반 서비스를 전개한다. 전기∙전자 기업은 각각 IoT를 축으로 업종의 장벽을 넘어 타 산업과의 연계를 가속한다. 소니도 게임뿐 아니라 로봇 강아지인 ‘aibo’를 플랫폼 사업으로서의 전개를 전망하고 있다. 타사와의 협업도 고려하고 있다.
싸우고 싶은 시장이 아니라 이길 수 있는 시장에서 싸운다. ‘애플의 속박’이 드디어 풀린 지금, 일본의 전기∙전자 업체가 재공세를 펼칠 수 있는 체제가 정비되고 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