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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혁신력 (5): 돈에 지배되는 과학 기술 예산 -- 보이지 않는 국가 전략
  • 카테고리비즈니스/ 기타
  • 기사일자 2018.6.8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8-06-14 21:27:22
  • 조회수401

일본의 혁신력: 토양을 다져야 한다 (5)
돈에 지배되는 과학 기술 예산
보이지 않는 국가 전략

2018년 정부의 과학 기술 예산은 3조 8,400억엔. 10년 이상 3조 5천엔 전후로 보합 상태가 이어져왔지만, 올해는 2017년보다 약 2,500억엔 증가해 오랜만에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여기에는 숫자의 트릭이 숨어 있다.

-- 보여주기식 증액 --
올 과학 기술 예산에는 첨단 기술을 도입한 공공사업, 농업의 실증 프로젝트 및 문부과학성의 인재 육성 등의 예산이 포함되었다. 그 규모는 증가분의 4분의 3인 약 1,900억엔에 달한다. 공항의 폭발물 자동검침기 등 테러 대책 기술도 대상에 포함되었다. 예산은 늘어났지만 대학이나 공적 연구기관의 연구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력 강화를 주장하면서도 정부는 보여주기식 예산 증액을 단행했다. 내각부의 한 간부는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예산은 조금도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하고 밝혔다.

해외 다른 나라들은 과학 기술 예산을 착실히 늘려나가고 있다. 2000년을 기준으로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룬 중국은 거의 12배, 한국은 5배로 증가했다. 미국과 독일, 영국 등 선진국들도 1.5~1.7배 늘었다. 보합 상태는 일본과 프랑스 정도이다. 각국의 물가 수준을 감안한 구매력 가치에서 본다면 일본의 예산은 중국의 6분의 1, 미국의 4분의 1에 불과, 독일보다도 적다.

많은 연구자들이 “예산을 늘려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 중에서도 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어 어려운 재정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일본에서 예산을 계속해서 늘려나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투자해야 하는 분야에 예산을 집중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10년 넘게 과학 기술 예산의 선택과 집중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그 방식이 엄격하지 않아, 이해하기 어려운 예산들도 많다.

-- 효과가 검증되지 않아 --
세계적으로 연구 붐이 이어지고 있는 인공지능(AI). 정부는 2017년, 도쿄역 근처에 국내 최대 AI연구 거점을 가동시켰다. 정부는 연간 예산 약 15억엔을 투입, 연구원 1,000명 이상이 기업과 협력해 첨단 연구를 추진한다. 정부의 전체 AI 연구 예산은 응용 사례를 포함하면 800억엔이 넘지만, 한 개 기업의 AI 연구 투자 규모가 수천 억 엔이라고 알려져 있는 미국과 중국의 IT기업들에 비하면 크게 낮다. 많은 연구자들은 “세계의 관점에서 본다면 많이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차세대 슈퍼컴퓨터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양자컴퓨터로 대표되는 ‘양자 과학’도 상황은 같다. 올해에는 약 30억엔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이것은 미국과 중국의 10분의 1 규모로, 연구 인재도 AI보다 더 적다. 세계적인 연구 붐을 배경으로 선택되는 연구 테마는 많지만, 투자 효과는 검증되지 않은 채 그대로 추진되고 있는 것들이 많다.

선택과 집중의 상징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이 재생의료 분야의 iPS세포이다. 2007년에 교토대학의 야마나카(山中) 교수가 사람의 iPS세포 제작을 발표하자, 한달 후에는 종합 전략이 만들어졌고, 지금은 연간 90억엔이 투입되고 있다. 눈의 난병과 심장병 등의 임상 응용을 목표로 하는 연구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논문 수가 생각만큼 늘지 않자 연구자들로부터 “iPS세포에 너무 집중되고 있다”라는 비난도 나오기 시작했다.

넓고 얕게 예산이 배분된다면 미국과 중국에 대항할 수 없다. 선택과 집중을 어떻게 추진해 돌파구를 열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전략이 필요하다.

 -- 연재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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