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 대경쟁, 경쟁하는 도시(하) : 붉은 실리콘밸리, 선전 -- 자유와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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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비즈니스/ 기타
- 기사일자 2018.5.16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8-05-23 22:32:44
- 조회수560
스타트업 대경쟁: 경쟁하는 도시 (하)
붉은 실리콘밸리, 선전
자유와 통제의 공존이란 모순 속에 성장
“여기는 이미 뒤처져 있다”. 홍콩을 거점으로 아시아에서 스마트락커 사업을 추진하는 Pakpobox의 공동 설립자 씨는 강 너머에 있는 중국 선전(深圳)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홍콩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11년을 살았던 우(吳) 씨. 이 두 금융 도시에서 자란 우 씨가 우울해하는 것은 전통적인 도시에 흔히 나타나는 규제들 때문이다.
-- 낮은 가격으로 시작이 가능 --
세계 최대 컴퓨터 거리라고 불리는 선전의 화창베이(華强北)를 걷는 많은 사람들의 머리 위를 스페이스 셔틀형 드론이 날아다닌다. 우 씨는 “홍콩에선 규제 때문에 이러한 풍경을 연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자유로움이야말로 이노베이션을 탄생시킨다”라며 진지하게 말한다. 선전은 2017년 홍콩의 GDP를 앞질렀다.
등소평이 개혁 개방을 시작한지 올해로 40년. 선전은 홍콩에 가깝다는 이점을 살려 ‘세계의 공장’이 되었다. 선전에 있는 제조 공유 오피스 ‘메이커 스페이스(創客空間)’에서는 누구나 디바이스용 부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자유롭게 시작(試作), 세계의 고객과 연결될 수 있다.
인터넷 서비스업체 텐센트, 통신기기의 화웨이, 드론의 DJI 등의 거대 기업들은 이 선전에서 독자적인 에코시스템을 구축했다. 텐센트에 인수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창업자들도 이곳으로 모이는 등, 젊은 우수한 인재들이 찾아오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지금까지 IT 혁명을 주도하는 ‘Bay Area’는 미국 서해안의 실리콘밸리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를 의미했다. 디지털 혁명의 흐름 속에 거대 기업을 탄생시켜온 지역이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은 스타트업기업들도 인수하며 사업을 확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높은 연봉의 직원들이 모이면서 실리콘밸리의 집세는 계속해서 상승. 실리콘밸리는 살기 힘든 곳으로 인식되며 사람들이 기피하기 시작하고 있다.
-- 정치와 불가분의 관계 --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판 ‘Bay Area’의 존재감은 높아지고 있다. 텐센트 계열 벤처캐피탈 등은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기업에 잇따라 투자하는 등, 중국 기업들의 활발한 움직임에 대해 미국에서는 경계론도 나오고 있다.
미∙중 마찰의 배경에 있는 양국 간 다른 방식의 이노베이션 창출 경쟁. “기회를 잡고 스스로를 발전시켜나가는 열쇠는 경제 발전이다’. 이전 등소평은 이렇게 말했다. 현재 중국은 GDP에서 세계 2위로 약진.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자유로운 발상을 가진 창업자들을 배출하는 아이러니한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도 정부가 자국의 산업 육성을 위해 미국 IT 대기업의 중국 내 활동을 제한한 ‘인터넷 쇄국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자 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이 국정 조언 기관인 전국정치협상회의의 위원을 맡는 등 중국의 기업과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최근에는 신생 기업들에도 공산당 조직이 만들어지는 등 중국 정부의 기업 지배는 강화되고 있다. 중국은 당의 통제 하에 사업가들이 독창성을 경쟁한다는 모순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2030년대에 GDP에서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중국. ‘붉은 실리콘밸리’를 원동력으로 미국을 이길 수 있을 것인지가 21세기의 커다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 연재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