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성 고려, 한 걸음 앞으로(5) : 구태의연한 낡은 규제 -- 규범은 스스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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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비즈니스/ 기타
- 기사일자 2018.5.5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8-05-12 08:14:04
- 조회수401
생산성을 고려, 한 걸음 앞으로 (5)
구태의연한 낡은 규제
규범은 스스로 변화해 간다
“약은 복용하셨나요?” 컴퓨터 화면에 비친 ‘도쿄 스카이트리역 앞 내과’(도쿄)의 가네코(金子) 원장의 질문에 40대 남성은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 달에 한 번 온라인 진료를 받고 있는 이 남성은 고혈압을 앓고 있지만, 혈압약 복용 후 증상이 호전되고 있다. “이전에는 같은 약을 처방 받기 위해 매번 통원해야 했다. 지금은 정말로 편리하다”라고 말한다.
통원의 번거로움이나 대기 시간이 줄어드는 등 환자들에게 이점이 많은 온라인 진료는 환자의 통원∙대기시간을 평균 80분 단축해준다. 일본에서는 2015년에 겨우 규제가 풀렸지만 보급에 걸림돌이 많다.
-- 800년 분의 시간 --
예를 들어, 대면 진료에 비해 현저히 낮은 진료 보수. 온라인 진료 보수는 1,700엔으로 대면 진료의 약 절반이다. “진료 방법은 같은데”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의사들 사이에서 많은 것도 기피되고 있는 원인이다. 또한 4월부터는 3개월에 한 번 대면 진료가 의무화되었다. 기존에는 온라인 진료만으로 충분했던 환자들도 통원해야 하는 것이다.
기술의 진보를 반영하지 않아 생산성 향상을 저해하는 구태의연한 낡은 규제는 우리들 생활 곳곳에 존재한다. 주택 구입에서 유산 상속까지 필요한 경우가 많은 인감 증명서. 지금도 문서만을 인정하는 지자체 등이 적지 않다. 회사 설립 시에 필요한 등기 증명서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정보경제사회추진협회(JIPDEC)에 따르면, 인감, 등기, 납세 등 각 증명서 첨부를 생략한다면 연간 약 8,300억엔의 경제 효과가 있다고 한다.
-- 소극적인 태도가 강해 --
공공 문서의 전자화가 발달한 에스토니아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로 보안성이 높은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안전하게 거래하는 시스템을 구축. 컴퓨터 등으로 바로 행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연간 5억건 이상 이용되고 있고, 2017년 1년 동안에만 사람에 의한 작업을 800년 분 절감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추산된다. JIPDEC의 사카시타(板下) 상무이사는 “일본도 제도 개선과 시스템 구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한다.
규제에 대한 국내 기업의 소극적 자세도 문제이다. 드론의 세계적 기업인 중국 DJI의 최신 기종은 최대 5대가 연계되어 농약을 효율적으로 자동 분산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에서는 농업용 드론의 자율 비행 관련 제도가 아직 정비되어 있지 않아 DJI도 현시점에서는 자율주행 기능 이용 자제를 경고하고 있다. DJI 일본법인의 우(吳) 사장은 “해외 다른 나라들은 우선 시행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제도를 만든다. 하지만 일본은 제도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아 어쩔 방법이 없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규제가 무서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을 것인가?” 야마토운수(현 야마토홀딩스)의 중흥을 이끈 오구라(小倉) 씨는 ‘택배’를 전국적으로 전개했을 당시 좀처럼 노선 면허를 허가해주지 않는 운수 행정에 대해 행정 소송까지 일으키며 시장을 개척했다. 지금의 일본은 어떠한가? 기업이 규제에 대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서는 다른 나라와의 생산성 차이는 점점 벌어지게 될 것이다.
일본, 의료 IT화 가능성 커
보험금 청구에 한달 걸리던 것이 수십 분으로 줄어
문서의 경우, 한 달 정도 걸리는 보험금 청구 절차가 겨우 수십 분 안에 완료된다. 도쿄해상일동화재보험(東京海上日動火災保險)과 미국 스타트업기업 Planetway는 병원과 연대해 정보의 보안성을 유지하면서 블록체인 기술로 신속하게 진료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실험에 성공했다. 계속해서 증가해가는 국민 의료비. 규제가 많아 비효율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의료야말로 IT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꼭 필요하다.
도쿄 마루노우치(丸の內)에 있는 도쿄해상일동의 사무실. IT기획부 과장대리의 아케미치(明道) 씨가 노트북에 상해 보험금을 청구해온 계약자 정보를 입력하자 수 분 만에 치료 내용 등이 기록된 진료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은 이번 실증 실험의 일환이다. 현재는 의사의 진단서 작성 및 기타 서류를 보험사와 계약자가 서로 주고 받는데 시간이 걸려 보험금 청구로부터 지급까지 한달 정도 걸리는 경우가 많다. 아케미치 과장대리는 “손해보험 청구만 연간 40만 건 정도로, 이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절차가 크게 간소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한다.
국민의료비는 2015년에 42조 3,644억엔. 9년 연속 증가세로 국내 자동차 산업의 출하 규모(약 50조엔)에 거의 필적하는 수준이다. 의료의 생산성 향상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다른 산업에 비해 지연되고 있는 IT화이다. 현재는 병원간 환자의 정보 등의 공유가 추진되지 않아 전자 진료 기록의 보급률도 병원, 진료소 모두 30% 정도에 불과하다.
Planetway 등의 기술을 이용한다면 앞으로 보안성이 높은 개인 건강 정보를 병원 간에 공유해 질병을 미연에 방지하는 미병(未病) 대책도 추진하기 쉬워진다. 의료를 포함해 사회보장 분야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면 공공 자금 지출 증가를 막을 수 있어 소비세 증가 억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사회 보장이야말로 생산성 개혁의 핵심이다.
-- 연재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