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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 : 제 3부 방사선의 재발견 (1) -- 암세포만 파괴하는 BNCT
  • 카테고리바이오/ 농생명/ 의료·헬스케어
  • 기사일자 2017.12.18
  • 신문사 일경산업신문
  • 게재면 1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7-12-24 23:14:24
  • 조회수1441

암 치료 해체 백서; 제 3부 방사선의 재발견 (1)
암세포만 파괴하는 BNCT
핵 반응, 스파이가 기폭제 역할

특정 유전자를 가진 암을 겨냥해 공격하는 분자 표적 치료제, 면역을 각성시키는 면역약 등, 최근 연이어 획기적인 치료제들이 등장하고 있는 암 치료의 최전선. 그렇다면 초기부터 사용해온 기존의 암 치료법들은 이젠 시대에 뒤쳐져버린 것일까? 아니다. 기존의 암 치료법에도 획기적인 진화가 이어지고 있다. 그 대표 주자가 방사선 치료이다. 정상 세포의 유지 비율을 높이고, 암세포를 내부로부터 파괴하는 새로운 치료법 등 진화는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9월 말 어느 아침. 오사카 다카쓰키(高槻) 시의 한큐(阪急)전철 다카쓰키시(高槻市) 역 앞이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오사카의과대학 캠퍼스 부지 내로 거대한 트레일러가 진입했기 때문이다.

-- 오사카의과대학, 차세대 장비 설치 --
운반해온 것은 스미토(住友)중기계공업이 만든 사이클로트론이라고 불리는 원형 가속기. 오사카의과대학 내에 건설 중인 BNCT(Boron Neutron Capture Therapy, 붕소중성자포획치료법)라고 불리는 차세대 장비의 심장부이다. 당분간 검사와 시운전을 반복해나가고 2018년에 이 새로운 장비의 설치 작업은 완료된다. 작업 완료 후에 승인 신청을 목표로 한다. 승인 신청이 통과되면 오사카의과대학은 최첨단 의료를 시행하는 의료 기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 피폭 위험성 매우 적어 --
오사카의과대학이 추진하는 최신 의료, BNCT의 최대 특징은 정상세포를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방사선 치료의 원리는 방사선 조사에 의한 암세포 파괴이지만, 방사선이 강력한 만큼 그 영향은 정상의 장기 및 조직에도 미친다. 방사선이 정상 세포에 접촉될 경우 신체에 큰 피해를 초래한다.

그러나 BNCT가 보급된다면 이러한 걱정은 없다. 그 이유는 ‘조직이나 장기가 아닌 암세포만을 선택해 공격하는 치료법’(교토대학 오노(小野) 명예교수)이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원자로를 이용한 BNCT 연구를 이끌고 있는 오노 명예교수는 BNCT가 보급된다면 암 치료의 최전선 풍경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BNCT는 어떻게 암세포만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일까? 그 구조는 이렇다. BNCT는 암이 가진 ‘특성’을 이용한다. 암세포는 붕소라고 불리는 원소를 집적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어 이것을 역으로 이용한 것이다.

붕소에는 중성자를 흡수하면 핵반응을 일으키는 성질이 있다. 붕소의 원자핵이 중성자로 인해 ‘리튬 원자핵’과 ‘α입자(헬륨 원자핵)’로 분열해 각각 반대 방향으로 튀어나간다. 이러한 성질을 이용, BNCT는 암세포에 집적된 붕소에 중성자를 조사(照射)해 핵반응을 일으키도록 하는 것이다.

암세포 안에 진입한 붕소는 말하자면 ‘스파이’다. 암세포에 몰래 잠입해 암세포를 완전히 파괴한다. 그러나 우려되는 문제는 있다. 핵반응의 영향이 암세포 주변에 있는 정상 세포에까지 미치게 되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러한 위험성은 없다. 그 이유는 붕소의 원자핵에서 튀어나온 α입자와 리튬 원자핵와의 비거리에 있다.

α입자의 비거리는 9마이크로미터, 리튬 원자핵은 4마이크로미터이다. 총 13마이크로미터. 이 13마이크로미터는 묘하게도 세포 한 개의 사이즈와 일치한다. 즉, 암세포 안에서의 ‘반응 현상’이 다른 세포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다. 암세포만이 파괴될 뿐이다. 뇌종양 등 중요한 신경 세포 사이에 침투한 암세포의 경우에도 신경 조직을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을 퇴치할 수 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BNCT의 경우, “한 번 방사선을 조사한 후에도 몇 번이라도 치료가 가능하다”(오사카의과대학 구로이와(黑岩) 암센터장 교수). 지금까지 방사선 치료는 정상 세포까지 피폭하기 때문에 같은 부위를 반복해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BNCT는 그것이 가능하다. 사용하는 것은 약한 중성자선. 피폭 위험성은 매우 적어 몇 번이고 같은 부위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BNCT의 위력은 이미 증명되고 있다. “통증이나 가려움도 없는 치료로, 치료 후 한 달 정도 만에 직장에 복귀할 수 있었다”. 오사카 다카쓰키 시에 거주하는 한 남성 환자(56)는 6년 전인 2011년에 뇌종양이 발견. 수술 후 교모세포종이라고 진단 받았다.

교모세포종의 평균 생존 기간은 약 1년. 5년 후의 생존율은 10%. 모든 암 가운데서도 악성도가 가장 높다고 알려져 있는 암 중 하나이다. 이 남성은 당시, 교토대학 원자로 실험소에서 추진되었던 BNCT 임상 연구로의 참여를 추천 받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BNCT 임상 연구에 참여한 후 그의 상태는 크게 호전되었고, 지금은 아주 건강한 상태다. 암을 발견했을 당시 그는 당시 12살이던 장녀가 20살이 될 때가지 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너무도 무서웠다고 한다. 지금은 재발 증후도 없이 거의 이전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이렇게 직장도 다닐 수 있게 된 것은 BNCT의 기적 때문이다”라며 기뻐했다.

-- 뇌종양에 대한 임상시험 시작 --
BNCT는 ‘미래의 암 치료’라고 불리고 있지만, 임상시험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가속기 타입의 BNCT를 도입한 총합남동북병원(總合南東北病院)(후쿠시마 현)에서는 뇌종양과 두경부암 등에 대한 임상시험을 시작. 남동북 BNC연구센터의 다카이(高井) 센터장은 “빠르면 2~3년 후를 목표로 선진 의료로써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라고 말한다.

한편, 국립암연구센터(도쿄)는 히타치제작소의 미국 자회사 및 CICS(도쿄)와 함께 기존보다 에너지가 적은 중성자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중성자 에너지를 체내에 조사할 수 있는 레벨까지 속력을 줄일 수 있게 되면, 장치도 소형∙경량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금도 다양한 타입의 BNCT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적으로 새로운 설치 계획들이 구체화되고 있다.

교토대학 원자로 실험소의 BNCT를 통해 오사카대학, 오사카의과대학, 가와사키(川崎)의과대학이 공동으로 실시한 임상 연구에서는 난치성 암환자의 생존율이 개선된 결과도 나오고 있다. 연구 성과는 일본방사선종양학회지 ‘Journal of Radiation Research’에도 게재. 두경부암 환자, 오사카의과대학에서의 뇌종양 환자 모두 장기 생존율이 늘어났고, 뚜렷한 치료 효과를 본 환자도 있다고 한다.

암 치료에 붕소 활용
인재∙약제 개선이 과제

말 그대로 꿈의 암 치료라고 불리는 BNCT. 하지만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BNCT를 다룰 수 있는 전문가가 극히 적다는 점이다. BNCT는 입자 가속기를 사용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의학 물리사, 방사선기사 등의 자격을 가진 전문가들이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이러한 전문가 육성이 전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시설 정비의 지연보다도 더 뒤처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과제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이 치료에 사용되는 붕소 약제에 대한 문제이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임상시험에 착수한 남동북 BNCT연구센터의 다카이 센터장에 따르면 붕소를 조직 내에 집적하는 것은 암세포만이 아니라고 한다.

“현재의 붕소 약제의 경우, 점막 등 정상 세포에도 어느 정도 흡수된다”. 이러한 상태에서 중성자를 조사할 경우, 암세포와 동일하게 붕소를 내부에 흡수한 정상 세포들까지 파괴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암세포가 흡수하기 쉽고, (다른 정상 조직을 파괴하는 등의) 부작용이 없는 붕소 약제가 필요하다”(국립암연구센터 중앙병원의 이타미(伊丹 방사선치료과장).

특히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원자력 관련 시설의 규제 강화로 대학 등의 연구용 원자로를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 결과, 중성자를 이용한 연구 자체가 불가능해 신규 붕소 화합물 개발이 추진되지 못한 것이다.

중성자를 만들어내는 가속기의 등장으로 이제야 겨우 붕소 약제 개발 및 효과 검증이 가능해졌지만, 개발 제조사들은 그리 많지 않다. 꿈의 암 치료제라고 불리며 이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민∙관이 함께 추진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 (2)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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