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하는 은행과 기업의 관계 -- 금리 선택인 ‘메인 뱅크 시스템’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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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비즈니스/ 기타
- 기사일자 2017.11.23
- 신문사 일간공업신문
- 게재면 15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7-11-30 08:18:54
- 조회수629
금융위기로부터 20년
변화하는 은행과 기업의 관계
금리 선택인 ‘메인 뱅크 시스템’ 약화, 디지털화와 비 금리수익이 활로
1997년 11월, 홋카이도탁쇼쿠(北海道拓殖)은행이 파산했다. 자산 가격 버블 붕괴로 발생한 불량 채권이 늘어나면서 금융기관의 대형 파산이 연이어 일어난 금융 위기로부터 20년이 지났다. 이 위기는 일본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은행과 기업 간의 관계에 변화를 초래했고, 지금도 기업 금융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더 이상 예전처럼 대출이 불량 채권화되어 경제와 금융시스템에 큰 영향을 주는 등의 리스크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전국은행협회의 히라노(平野) 회장은 1990년대와 현재의 변화를 이렇게 지적했다. 그의 말처럼 당시와 비교해 지금의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는 고도화되었고, 기업은 과잉 채무를 줄여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 은행과 기업 모두 재무 상태가 건전해졌고 이것이 지금의 기업 실적 호조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은행과 기업 간의 관계에서는 아직까지 금융위기의 잔재가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업은 금융위기가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라고 교토대학의 노사키(野崎) 교수는 지적한다. 거액의 불량 채무를 안고 있던 당시의 은행들은 자본 확보를 위해 과도한 융자금 회수 및 대출 축소를 시행했다. 기업들은 은행 대출 의존에 대한 리스크를 자각하게 되고, 은행 의존에서 벗어나 직접적으로 금융 비중을 높이는데 주력해왔다.
금융위기가 ‘메인 뱅크 시스템’을 약화시켰다는 견해도 있다. 기업과 그 기업의 최대 채권은행이 장기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는 메인 뱅크 시스템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경제 발전을 뒷받침해왔지만, 고베대학의 이에모리(家森)교수는 “기업이 은행과의 이해관계가 아닌 금리를 바탕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우량 기업들에게는 메인 뱅크에 의존할 필요성이 낮아졌다. 이러한 흐름이 금융 위기로 가속화된 것이다”라고 분석. 금융위기 이후, 은행과 기업 간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구축이 어려워졌다라고 한다.
10월에 일본은행이 발표한 ‘금융 시스템 리포트’에 따르면, 기업의 거래 은행은 2000년대 전반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업과 은행 간의 관계가 분산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기업 수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금융 거래처를 모색하기 위해 은행이 영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업이 경제적 합리성만을 중시해 복수의 은행 가운데 제일 낮은 금리의 은행을 선택하는 것이 보편화된다면, “기업과 메인 뱅크 간의 거래 관계가 약화되고, 장기적으로는 은행의 정보 생산 활동 침체로 인해 자금 배분의 효율성이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금융 시스템 리포트에서는 경고하고 있다.
“최근 일본 기업은 거래 은행 수가 많아져 은행과의 관계가 약화되고 있다. 거래 은행의 수를 줄여 좀더 깊이 있는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하는 와세다대학의 가와모토(川本) 교수. 금융위기 이후 은행과 기업 간의 주식의 상호 보유가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을 우려한 것이다. 반면, 은행의 입장에서는 기업과의 관계 강화는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지고, 은행들 간의 금리 인하 경쟁에 휘말리지 않고 수익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금융청이 금융위기 이후에 도입한 금융 심사 매뉴얼과 엄격한 심사 방법으로 불량 채권 문제는 해소되었다. 한편, 금융청은 2003년에 지역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기업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Relationship Banking”를 촉구했지만, 엄격한 심사가 ‘상대 기업의 사업 내용이 아닌 담보나 보증의 유무 여부를 필요 이상으로 중시’(금융 시스템 리포트), 형식적인 융자 행태를 양성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것을 교훈 삼아 금융청은 은행과의 대화를 중시한 심사 방법으로 개정할 방침이다.
일본은행의 금융 완화 정책에 따른 저금리 금융 환경의 장기화로 이자 및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은행들에게 대출을 축으로 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로부터의 변혁이 요구되고 있다. 세계적인 디지털화를 배경으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비용 절감 및 비(非)금리 수익에 활로를 모색하는 은행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금융위기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약화된 기업과의 관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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