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봉 40만엔’을 통해 본 화웨이의 흡인력 -- 성과금도 충실, 일본기업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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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비즈니스/ 기타
- 기사일자 2017.11.15
- 신문사 일경산업신문
- 게재면 2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7-11-20 16:31:38
- 조회수1065
‘초봉 40만엔’을 통해 본 화웨이의 흡인력
성과금도 충실, 일본기업 긴장
“초봉 40만엔. 이정도 수준이라면 우수한 인재가 몰릴 수 밖에 없다”. 올 여름, 중국의 통신기기업체 화웨이(華爲技術)의 구인정보가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다. “유럽기업과 겨우 어깨를 나란히 한 수준으로는 특별하지 않다.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글로벌 스탠다드이다”. 초봉 금액에 대해 화웨이 재팬(도쿄) 홍보팀으로부터 이런 코멘트가 되돌아 왔다. 일본에서 화웨이는 2012년부터 이공계열에서 매년 10명 전후의 신입사원을 채용해왔다. “2015년부터 초봉이 서서히 인상됨에 따라 최근에는 우수한 인재가 모이기 시작하고 있다”(홍보팀).
취직정보사이트 ‘리쿠나비(리쿠르트 그룹이 제공하는 취업 포털사이트)2018’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 9월~2018년 3월의 하반기 채용을 시작. 이공계 전공의 대졸∙대학원 수료 예정자를 대상으로 ‘알고리즘 엔지니어’, ‘카메라 광학 엔지니어’ 등 3개 업종을 모집. 급여는 학사 졸업생에게 40만 1,000엔, 석사 졸업생에게 43만엔을 제시하고 있다. 리쿠나비에 공개된 소니의 2016년 급여는 ‘대졸 21만엔 8,000엔, 대학원졸 25만 1,000엔’이었다.
화웨이는 올해, 도쿄 시나가와(品川)역 앞 빌딩에 영상인식기술 연구거점을 설립했다. 한 헤드헌팅회사 사장은 “여기에 거점을 마련한 것은 시나가와에 사무실이 있는 소니와 캐논, 도시바 기술자를 노린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3개 회사를 포함해 일본 기업에서 이미 5명 정도를 최대 연봉 3,000만엔에 스카우트했다. “중국 본사는 연봉이 더 높지만, 일본인 기술자가 이 정도 수준의 금액을 받은 적은 없다. 국내 전근도 없기 때문에 조건이 좋다”.
입사 2년 차인 다카하시(高橋) 씨(26)는 중국의 대학에서 바이오 테크놀로지를 전공. 이후 귀국해 화웨이에 입사했다. 일본의 한 중견 기업과 조건을 비교해보았지만, “대학 때처럼 경쟁이 치열한 세계”를 각오하고 화웨이를 선택했다. “올해의 부서 예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입사 2년 차이지만 사내 회의에서 의견 제시가 요구되기도 한다.
“솔직히 인센티브가 크다”. 센다(千田) 씨(38)는 화웨이에서 소프트뱅크와의 공동 실험 등, 타사와의 신규 사업 구축에 종사하고 있다. 일본인 동료들도 국내 전자업체나 통신회사에서 이직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프로젝트 완결 후, 연봉이 일본 기업의 수 배로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센다 씨는 “급여뿐만 아니라, 실력에 따라 평가되는 시스템이 동기 부여가 된다”라고 강조했다. 무선통신 기술자로 일했던 국내 제조사의 인사는 정형적인 연공 서열을 통해 이루어졌다.
지바(千葉) 현 후네하시(船橋) 시의 이전 DMG모리세이키(森精機)의 공장 부지에는 현재 화웨이의 제 2 연구소 건설이 진행 중이다. “이번에도 인재들이 빠져나가지 않을까 인사부는 긴장하고 있다”. 통신기기분야에서 화웨이의 라이벌로 알려진 NEC의 간부는 이렇게 말한다.
화웨이는 2013년에 요코하마(橫浜)연구소를 설립했다. 요코하마 연구소는 기획 및 설계 단계의 제품 개발에 특화되어 있는 반면, 후네하시 연구소는 모노즈쿠리 부문까지 담당하는 연구소가 될 전망이다. 이곳의 채용 대상은 전자 및 정밀기기 공장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일본인 기술자. 전체적인 제조 프로세스를 연구하는 실험장으로 만들 예정으로, “채용 규모는 수 십 명으로, 이미 십 수 명은 확보하고 있다”(화웨이 간부)라고 한다.
19987년 인민해방군 출신의 런(任) 대표가 전화교환기 판매점을 개업한 것이 화웨이의 시작으로, 2016년 매출은 약 8조 7,000억엔으로 후지쓰와 NEC의 합계를 뛰어넘었다. 스마트폰은 매출의 일부분으로, 주력은 휴대전화 기지국에 설치하는 통신기기 등이다. 런 대표의 입버릇은 ‘재물은 뿌리고 인재는 모은다(財散人集)’이다. 그 말처럼 그는 매출의 10%를 연구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2016년은 히타치의 4배 가까운 1조 2,000억엔을 투자, 도요타자동차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화웨이의 풍부한 연구 개발비는 전세계 우수한 기술자를 불러들이고 있다. “과거 3년 간 전세계에서 700명 규모의 최고 수준의 과학자를 채용했다”. 화웨이의 멍(孟)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작년 가을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이크로파 레이더 연구가 활발한 이탈리아의 밀라노에는 마이크로파에 특화된 연구 개발 센터를 설립. 독일 지멘스 등에서 연구자를 스카우트해 전문 팀을 구성해 부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수학자가 많은 러시아에서는 컴퓨터의 알고리즘 연구, 인도의 방갈로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연구소 모두 100명 규모의 연구 센터로 진용을 확대해왔다.
“올해는 얼마쯤 될까?” 매년 4월이 되면 화웨이의 사내 SNS, ’신성스취(心声社區)’에는 배당금에 대한 댓글들이 늘어난다. 화웨이 주식은 런 대표의 지분을 제외한 98.6%를 8만 명의 중국인 사원이 가지고 있다. 입사해 15년 이상이 되면 100만위안(약 1,700만엔)의 배당금을 받는 사원도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엔 가혹한 사내 경쟁도 존재한다.
화웨이의 인사 고과는 평가에 따라 4단계로 이루어진다. A, B단계일 경우, 보너스가 지급되고, 30세에 부장급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다. C는 명예 퇴직 압력을 받고, D는 고용 계약이 해지된다. 올해부터는 이러한 평가를 1분기마다 한 번씩 시행, 더욱 빈번하게 실시하게 되었다.
일반 사원뿐만 아니라 관리직도 마찬가지로, 사원의 5% 정도가 정기적으로 퇴출되는 시스템이다. 런 대표는 사내 담화에서 ‘회사는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원에게 급여를 줄 수 없다”라는 방침을 밝혔다. 중국 본사의 평균 연령은 30대 전반으로, 사내∙외에서는 ‘화웨이는 45세에 퇴직한다’라는 말이 정설이다.
신성스취는 외부에도 공개되고 있다. ‘속내를 자유롭게 서로 주고받는 장소’라는 의미로 만든 이름으로, 사원의 불만을 경영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한다. 런 대표가 인민해방군에 소속이던 경력 때문에 중국 정부와의 연결고리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의외로 경영의 투명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정체된 일본의 IT업체로부터 기술자를 끌어 모으는 화웨이의 흡인력은 금전적 대우나 실력우선주의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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