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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혁신력, 활로는 어디 (5) : 후발 주자가 이노베이션에서 앞선다 -- 아시아
  • 카테고리비즈니스/ 기타
  • 기사일자 2017.11.5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7-11-11 10:02:55
  • 조회수652

일본의 혁신력--활로는 어디에 (5)
후발 주자가 이노베이션에서 앞선다
아시아에게 배워야 할 때가 왔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한 박람회. 세련된 디자인의 자동차 운전석에 앉으면, 액정 모니터에 “당신은 이 차를 누구와 공유하고 싶습니까?”라는 중국어 문구가 뜬다. 이 차는 11월 발매를 앞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지리(Greely, 吉利)자동차의 새로운 브랜드 ‘링크앤코(Lynk&Co)’의 제품으로, 차량 공유용 기능이 도입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 공유를 전제로 한 자동차 --
자동차 소유자는 원형의 공유 버튼으로 기능을 조작한다. 예를 들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빈 차’라고 설정해놓으면, 그 시간에 자동차를 빌리고 싶은 불특정 다수 수요자의 스마트폰에 정보가 전송된다. 수요자는 전자 키를 이용해 그 차를 운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도전한다”. 링크앤코의 비저 부사장은 흥분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중국에서는 3억 이상이 운전 면허를 가지고 있지만, 자가용 보유 대수는 1억 5천만 대이다. 단순히 계산하면 1억 5천 명 정도가 면허는 있지만 자동차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그 대부분은 5~10년 후에 소비의 주역이 될 젊은 세대이다. 비저 부사장이 말하는 도전이란 소유를 전제로 하는 자동차의 상식을 뒤집는 것이다.

고정전화가 아닌 휴대전화, DVD가 아닌 인터넷 전송 서비스 등, 경제가 뒤늦게 발전한 아시아에서는 기존 산업의 속박이나 규제가 심하지 않아 이노베이션이 급속도로 추진되면서, 일본보다 월등한 상품 및 서비스들이 연이어 탄생하고 있다.

-- 후발 의약품에서 신약 개발로 --
“세계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인도 최대 제약회사 Sun Pharmaceutical Industries의 선그비 사장은 피부암 치료를 위한 신약 판매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인도의 제약업계는 특허 기간이 만료된 의약품과 동일한 성분으로 만드는 ‘후발 의약품’ 제조로 유명하다. 값싼 인건비를 배경으로 낮은 가격에 승부해온 것이다.

아버지로부터 200달러(약 2만 3,000엔)을 빌려, 1983년에 창업한 선그비 사장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연간 매출 45억달러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벌어들이는 미국에서는 후발 의약품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4위를 달성. 드디어 신약 개발로의 첫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탈(脫) 아시아, 입(入) 유럽’을 목표로, 구미(歐美)로부터 기술 및 서비스를 배웠다. 이러한 일본을 아시아가 모방하며 추격하는 ‘기러기 행렬형 경제발전 모델”은 이젠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다.

싱가포르의 관광 명소 ‘마리나 베이 샌즈(Marina Bay Sands)’의 건너편 해안에 줄지어 서있는 고층 빌딩들. 일본의 재정경제부 관료였던 오카다(岡田) CEO는 2013년, 이곳에 우주 공간에 떠도는 로켓이나 인공위성 파편의 회수를 운영하는 ‘애스트로스케일(Astroscale)’을 설립했다.

싱가포르에는 위성통신업체인 미국의 Intelsat 등 우주 관련 기업의 아시아 본사들이 모여있다. 중심부의 한 바에서는 3개월에 한번씩 우주 관계자들을 위한 파티도 열린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접할 수 있는 정보가 한정되어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위성 기술 및 각국의 규제 등, 우주 비즈니스의 모든 지식을 얻을 수 있다”라고 생각한 오카다 CEO는 싱가포르에 회사를 설립했다.

후발 주자인 것을 발판으로 이노베이션을 통해 앞서나가기 시작한 아시아. 일본이 배워야 할 점들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

아시아에 제 3의 물결
IT∙
제약 등 ‘지식 집약형 산업’ 대두

아시아가 이노베이션에서 일본을 앞지르는 시대가 왔다. 그 배경에는 산업 구조의 변화가 있다. 값 싼 인건비를 활용한 노동 집약형 산업에서 출발해, 반도체 및 석유화학 등 대규모 설비를 사용하는 자본 집약형 산업으로 세계 공장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최근에는 IT와 제약 등 지식 집약형 산업의 발흥이라는 제 3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후발 의약품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인도의 제약회사 선파머슈티컬에서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가노르칼 상급부사장은 회사가 항암제 등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 당국에 자체 개발한 만성 피부병 치료약에 대한 판매를 신청, 앞으로 일본 시장으로의 참여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인도 발 혁신을 일본의 소비자들도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전 메이드 인 아시아를 이끌어 온 것은 의류제품 등의 경공업이었다. 1970~1980년대에는 홍콩 자본이 근접해있는 중국 본토에 봉제 공장을 전개, 제조업의 초석을 다졌다. 1990년대에 들어, 자본 집약형 산업이 발흥. 철광 분야에서는 한국의 포스코, 석화에서는 대만의 대만소교공업(臺灣塑膠工業, 대만플라스틱) 등이 일본 기업의 라이벌로 부상했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臺灣積體電路製造) 등이 세계적인 제조사로 급성장했다.

2001년에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관(WTO)에 가입. 외자의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가 늘어나면서 산업의 국제화가 빠르게 추진되었다. 컴퓨터 등 전자기기를 수탁 생산하는 대만의 홍하이정밀공업(鴻海精密工業)은 중국의 생산력을 발판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전세계의 IT 보급으로 중국과 인도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탁하는 움직임이 확대되었다. 아시아의 교육 수준이 향상되면서 고도의 기술을 가진 기술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에서도 세계적 제약회사들이 중국 및 싱가포르에 줄지어 연구 거점을 두고 있다.

아시아 기업의 주식 시가 총액을 살펴보면, 지식 집약형 산업을 대표하는 제약과 인터넷이 전체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월 말 시점에서 8.0%(QUICK FactSet 조사)에 달했다. 10년 전의 1.7%에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최근에는 인터넷 관련 기업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알리바바그룹의 스마트폰 결제 앱이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일본에도 곧 상륙할 예정으로 사회 구조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 연재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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