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업뉴스요약

한∙중 전자업체로 1970년대부터 일본 최고 수준 기술자 1,000여명 유출
  • 카테고리비즈니스/ 기타
  • 기사일자 2017.10.7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5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7-10-14 09:59:12
  • 조회수749

한∙ 전자업체로 1970년대부터 기술자 유출
일본 최고 수준 기술자 1,000여명

1970년대 중반부터 약 40년 간, 일본의 전자업체로부터 최소 1,000명이 넘는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자들이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제조업체로 유출된 사실이 밝혀졌다. 주로 1990년대 이후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시장에 쏟아져 나온 일본의 핵심 인재들을 한국과 중국 기업들이 초빙, 아시아 기업의 약진에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현재 한국 및 중국 등으로의 인재 이동은 서서히 줄어들고는 있지만, 추가적인 첨단 기술의 국외 유출이 계속 이어질 우려가 있어, 정부도 대응책 검토에 착수했다.

-- 감시 강화만으로는 국익 사수에 한계 --
「높은 기술력을 가진 인재들이 유출되고 있다」. 문부과학성의 과학기술∙학술정책연구소의 도하라(藤原) 주임연구관이 1976년부터 2015년까지 약 40년 동안의 인재 이동을 추적 조사한 결과, 일본의 전자업체로부터 한국 기업에 490명, 중국 기업으로는 196명의 기술자들이 이동한 사실을 확인. 대만 및 태국 등으로도 350명이 옮겨간 것으로 밝혀졌다.

40년 간의 아시아 지역 내 기술 특허 내용을 빅데이터로 종합해, 기술자의 일본 제조사 재직 시 특허 신청명과 해외 이직한 후의 이름이 일치한 케이스를 조사해 특정했다. 특허에 이름이 나올 정도의 상위 기술자만으로도 1,000명 이상에 달해, 실제 해외로 취업한 사람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 젊은 인재도 많아 --
해외로 취업한 사람 중 한국은 40% 이상, 중국은 약 30% 가까이가 히타치제작소(日立製作所)와 파나소닉 등 국내 대기업 8개사 출신이다. 정년 퇴직이 가까운 사람보다 오히려 비교적 젊은 인재가 많은 가운데 중국은 90% 이상, 한국은 70% 이상이 40대 이하다. 대부분은 잘 이용되는 특허 등을 취득한「일본 최고 수준의 인재였다」(도하라 주임연구관).

한국과 중국으로의 인재 대이동이 단숨에 가속화된 것은 2000년대이다. IT(정보기술) 버블 붕괴 및 리먼 사태로 실적이 떨어진 일본 최대 D램 반도체업체 Elpida Memory사는 2012년에 파산.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사는 직원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루어져, 직장을 잃은 유능한 반도체 기술자의 대부분은 새 일터를 찾아 해외로 빠져나갔다. 중국의 전자업체에 초빙된 한 일본인 기술자는「2000년대 중반에는 수 천명의 일본 기술자들이 중국에 있었다」라고 증언. 이번에 밝혀진 기술자 수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9월 중순, 서울에서 남서쪽으로 30km 정도 떨어진 안산 시에 있는 스마트폰용 전자부품 제조사 공장. 2012년에 삼성그룹에서 이직한 다카이(高井) 씨(46, 가명)는 제품의 품질 개선을 지휘하고 있었다.

「삼성그룹이 새로운 공장 개설을 위해 기술자를 찾고 있다」. 이러한 제안을 헤드헌팅 회사로부터 받게 된 것은 일본의 전자부품 회사에서 신기술 개발부의 리드였던 2005년. 연봉은 액수로 30% 이상 높고 독신이라도 방이 3개인 주거지가 제공되는 등의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2012년 삼성 퇴사 후에도 삼성 출신이라는 화려한 이력으로 한국에서 직업을 찾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한국과 중국의 제조사들은 급성장하고 있다. 조사업체인 퀵팩트셋(QUICK FactSet)사의 데이터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16년 12월 매출은 약 20조엔으로 과거 10년 동안 2배로 확대. 중국 최대 통신 장비 공급업체 화웨이(華爲技術)도 매출이 5배 이상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일본 기업들의 성장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기업들은 3년 이내에 기술을 완벽히 복사할 수 있다」라고 앞에서 증언한 기술자는 지적한다. 큰 폭의 기술력 향상으로 한국 기업들의 일본인 스카우트는 일단락되었다고 하지만, 중국 및 대만 등에서는「앞으로도 일본인 기술자를 지속적으로 채용해나갈 것이다」(도하라 주임연구원).

-- 성과급 5,000만엔 --
「연봉 3천만엔. 공장 설립이 궤도에 오르면 5천만엔의 성과급을 약속 드립니다」. 도시바의 욧카이치(四日市)공장(미에 현)에서 근무하는 40대 반도체 기술자는 올 봄, 자신을 헤드헌팅 회사 사원이라고 칭한 사람에게 열정적으로 설득 당했다. 「중국에서 3년만 일하면 충분한 액수의 돈을 벌 수 있을 것입니다」. 반도체 양산에 돌입하는 중국 제조사들에게 일∙미∙한 연합으로의 매각이 확정된 도시바 메모리(TMC)사는 기술자의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다.

정부도 이러한 인재 유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기업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술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항공기 기체 등에 사용되는 탄소섬유 및 고정밀 가공이 가능한 공작기계 등 그 수가 많다. 10월에는 안전 보장 등에 관련된 고도의 기술을 대상으로 해외로의 유출 방지를 강화한 개정 외환법을 시행. M&A(병합∙인수)로 중요한 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경우, 해외 투자자 등에게 주식 매각 명령 등이 가능하게 된다. 기술자가 이직한 해외 기업에서 국내의 중요한 기술을 유출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규정도 있지만,「이주한 사람을 모두 포착해 내기는 어렵다」(경제산업성 간부)라는 문제가 있다.

신일본제철(新日本製鉄)(현 신일철주금(新日鉄住金)은 2012년, 한국의 철강업체 포스코 등이 최첨단 강판 기술을 빼갔다고 제소. 기술 유출에는 신일철주금의 전직원도 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일철주금의 경우는「산업 스파이」에 의한 것이지만, 사람이 개입된 기술 유출이 기업에게 큰 타격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IoT시대. 전자기기 기술자는 아시아 외에도 업종을 불문하고 영입하려는 기업들이 무수히 많다. 기술자 중개업체 MEITEC NEXT(도쿄)의 가베(河辺) 사장은「아시아뿐만 아니라 구글 및 보쉬(Bosch) 등 구미(歐美)기업들로의 인재 유출도 향후 일본의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헤드헌팅 회사 Genius(도쿄)의 미카미(三上) 사장은「일본에서는 기술자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다. 급여 수준을 올리는 등 기술자를 우대하는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역설한다. 자신의 능력을 조금이라도 높게 평가해주는 환경으로 이직하고 싶어하는 것은 기술자들의 근원적 욕구일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태어나 자란 젊은 세대일수록 이직에 대한 저항감은 적다. 감시 강화만으로 국익을 지키려는 것은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게 되었다.

 -- 끝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