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입국, 일본의 역습 (제2회): 20년 전 라피더스의 원점 -- 고이케 사장의 쓰라린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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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일자 2023.6.13
- 신문사 Nikkei X-TECH
- 게재면 online
- 작성자hjtic
- 날짜2023-06-22 19:32:13
- 조회수570
Nikkei X-TECH_2023.6.13
반도체 입국, 일본의 역습 (제2회)
20년 전 라피더스의 원점
고이케 사장의 쓰라린 과거
“일본에서 첨단 반도체를 만든다고?”, 돌연 발표된 기자회견
오후 4시, 도라노몬(虎ノ門)에서 실시된 기자회견에 이날의 주인공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 반도체의 미래를 담당하는 2명, 라피더스의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고이케(小池) 씨와 이사에 오른 히가시(東) 씨이다.
두 사람 모두 70대 초반으로 나이는 비슷하다. 그러나 풍기는 인상은 대조적이다. 단상 위에서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고이케 사장은 일흔을 맞이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젊어 보였다.
고이케 사장을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히가시 회장은 고이케 사장보다 두세 살 연상으로 중후한 풍격을 느낄 수 있었다. 회견에서도 말수가 적고 중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사실 이 두 사람은 업계에서 이미 알려진 인물이다. 고이케 사장은 과거 반도체의 세계적 리더였던 히타치제작소(日立製作所) 출신. 타고난 반도체 기술자이며 이후 경영자로 바뀌었다. 이에 비해, 히가시 회장은 반도체 분야의 '수장' 같은 존재. 반도체 장치의 세계적 기업 중 하나인 도쿄일렉트로닉의 전 회장·사장이며, 반도체 오픈 이노베이션 연구 거점 TIA에서 운영 최고 회의 의장을 맡았다.
고이케 사장은 일본의 반도체 전략에 남다른 집념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도 라피더스와 같이 반도체 재건의 기수로 발탁되었지만 실패로 끝난 경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이케 사장에 있어서의 라피다스’를 이해하려면, 우선 그 역사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고이케 사장은 와세다대학 대학원 이공학연구과를 수료한 뒤 1978년, 히타치제작소에 입사해 반도체사업부에 배치되었다. 최종적으로 반도체그룹의 생산기술 본부장까지 승진. 즉, 뼈 속까지 반도체 기술자라고 할 수 있다.
고이케 사장은 2000년, 히타치제작소와 대만의 파운드리 대기업 UMC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의 이사에 취임했다. 회사명은 라틴어로 300을 뜻하는 트레센티테크놀로지(트레센티)이다.
반도체 칩은 실리콘 결정 덩어리인 원판, '실리콘 웨이퍼' 위에 바둑판 눈처럼 다수 형성되어 있다. 웨이퍼는 양과자 웨하스를 닮은 모양이다. 실제로 그 어원은 같다고 한다. 이 웨이퍼에 실리콘 이외의 물질을 스며들게 하거나, 홈을 파고 그곳을 다른 물질로 메우는 등을 통해 트랜지스터 및 회로를 형성한다. 최종적으로 분할하면 반도체 칩이 완성된다.
웨이퍼는 대구경일수록 비용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같은 크기의 칩의 경우 대구경 웨이퍼가 더 많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트랜지스터 1개당 드는 비용을 낮출 수 있다.
트레센티(300)가 의미하는 것은 직경 300밀리미터의 웨이퍼이다. 현재는 주류의 크기이지만, 당시에는 200mm에서 300mm로 전환되는 시기였다. 트레센티는 이 300밀리미터 웨이퍼를 사용해 반도체를 빠르게 제조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었다.
고이케 사장이 히타치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980년대는 일본 반도체의 황금기였다. 세계 반도체 출하액의 절반을 차지했으며, IC를 발명한 미국의 추격조차 불허했다. 하지만 몰락도 빨랐다. 대략 10년 뒤인 1990년대에 미국과 한국에 추월 당해 단숨에 점유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1998년에는 약 26%로 떨어졌고 2021년에는 약 8%까지 떨어졌다.
199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경제산업성의 주도로 수많은 반도체 전략이 짜여져 왔다. 2000년경에 기대주로 떠오른 것이 코이케 사장이 이끄는 트레센티이다.
반도체 세대를 나타내는 프로세스 노드(회로 폭 혹은 게이트 길이)는 기본적으로 숫자가 작을수록 더 첨단임을 의미한다. 현재 최첨단은 35나노미터 세대이지만, 당시에는 보다 회로 폭이 커서 90나노미터 세대가 최첨단이었다. 이 최첨단 반도체를 제조하기 위해 일본 기업들이 힘을 모아 개발·양산을 한다는 전략이었다.
우선 일본 11개 대형 반도체 업체들이 협력해 반도체 칩을 설계·제조. 개발한 기술은 ‘마스터 팹(Master Fab)’라고 불리는 공장으로 이전해 대량생산하여 일본을 대표하는 파운드리로서 전세계 고객으로부터 반도체를 수주하는 존재를 탄생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트레센티는 이 마스터 팹의 최대 후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결과적으로 좌절되었다. 11개 업체들의 연대는 이뤄지지 않았고 각 업체들은 타사를 앞지르기 위해 90나노미터 세대를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그 무엇보다 결정타가 된 것은 트레센티의 실질적인 소멸이다. 2003년, 히타치와 미쓰비시덴키(三菱電機)는 반도체 분야를 분리해 새 회사 르네사스테크놀로지(현재의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를 설립했다. 트레센티가 르네사스에 흡수 통합되면서 계획은 무산되었다. “트레센티를 독립시켜 일본 파운드리의 중심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고이케 사장은 몇 년 후, 분통함을 토로하듯 이렇게 밝혔다.
라피더스와 트레센티는 비슷한 요소가 많다. 회사명을 지은 사람은 모두 고이케 사장으로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 또한 20여 년이라는 시간차가 있지만 두 곳 모두 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반도체 전략의 최전선에 서서 ‘재건의 기수’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또한 양 사 모두 목표는 최첨단 반도체의 신속한 양산이다.
‘왜 트레센티는 실패했을까?’ 20년 동안 고이케 사장은 머릿속으로 거듭 스스로에게 질문해왔을 것이다. 히타치의 경영 방침 전환. 일본 정부의 미숙한 선도에 의한 마스터 팹 구상의 붕괴, 트레센티 자체의 경영전략 실패. 반도체 시장의 환경 변화 등 많은 요인이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이번 라피더스 설립은 고이케 사장에게 설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또 다른 주역인 히가시 회장은 어떨까? 고이케 사장이 기술의 왕도를 계속 걸어온 인물인데 반해, 히가시 회장은 100% 경영자적인 인물이다. 도쿄에서 태어나 아버지는 대학교수. 국제기독교대학(ICU)에서 경제를 전공하고 1977년, 도쿄일렉트로닉에 입사했다.
현재, 도코일렉트로닉은 반도체 장치 분야에서 세계 3위의 기업이다(2021년 시점, 캐나다의 테크인사이트 조사). 연 매출 2조엔, 세계 77개 거점에서 약 1만 6,000명의 사원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히가시 회장 입사 당시 연 매출은 200억엔, 직원은 200명에 불과했다.
일본의 반도체 황금기에 도쿄 일렉트로닉은 급성장. 1989년에는 반도체 장치 제조업체 중 세계 1위로 올라섰다.
히가시 회장은 한때 미국 실리콘밸리에 주재하며 미일 가교 역할을 했다. 세일즈 담당으로서의 실적을 쌓은 뒤 1995년, 46세의 젊은 나이에 사장으로 발탁되었다. 도쿄일렉트로닉 글로벌화의 일등공신으로 활약하며 2019년까지 회사 경영에 힘썼다.
이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경제산업성의 반도체 전략을 결정하는 반도체디지털산업전략검토회의에서는 좌장을 맡았다. 즉, 일본 반도체 업계의 수장인 것이다.
야망과 복수심에 불타는 고이케 사장과 업계 중진으로서 그것을 뒷받침하는 히가시 회장. 두 사람 모두 일본 반도체의 황금기와 몰락을 경험한 업계의 현역으로서는 마지막 세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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