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인터넷 시대는 끝나고 '블록화’가 진행될 것인가? -- 통신 인프라 동향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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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사물인터넷/ ICT/ 제조·4.0
- 기사일자 2022.12.19
- 신문사 Nikkei X-TECH
- 게재면 online
- 작성자hjtic
- 날짜2022-12-26 22:42:02
- 조회수241
Nikkei X-TECH_2022.12.19
글로벌 인터넷 시대는 끝나고 '블록화’가 진행될 것인가?
통신 인프라 동향 분석
12월 발행된 ‘통신 지정학 2030’(닛케이 BP)에서는 거대 IT기업들(빅테크)의 통신 레이어 진출과 모바일 네트워크의 클라우드화, 우크라이나 위기로 가속화되고 있는 인터넷의 단편화인 ‘스프린터넷(Splinternet)’, 미‧중 디커플링으로 인한 5G의 이분화 등,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통신 인프라 동향에 대해 지정학이라는 관점을 더해 분석한 내용을 집필했다.
육지나 바다라고 하는 전통적인 지정학과 함께 디지털 영역의 지정학도 고려했다. 관심 있는 독자는 서점 등에서 구입해 읽어보시길 부탁드린다.
이번 통신 지정학 2030 집필을 위해 필자는 국내외 지식인들과의 의견교환은 물론 문헌도 많이 참조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임팩트 있었던 문헌은 통신 지정학 2030의 후반에서도 다룬 미국의 싱크탱크인 미국 외교 문제 평의회(CFR)의 태스크 포스가 올 7월에 공표한 ‘사이버 공간의 현실을 직시하다 - 단편화된 인터넷을 위한 외교 정책(Confronting Reality in Cyberspace Foreign Policy for a Fragmented Internet)’이다.
CFR은 1921년에 설립된 초당파 회원제 조직이다. CFR의 태스크 포스는 이 보고서에서 '글로벌 인터넷 시대는 끝났다. 미국은 가속화되는 인터넷 단편화를 멈출 수 없을 것이다'라고 단언.
‘자유롭고 열려있다’라는 미국의 가치관을 강하게 반영해온 현재의 인터넷은 '단순한 비전일 뿐 현실적이지 않게 되었다. 개방적이고, 높이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한 글로벌 네트워크라는 유토피아적 비전은 앞으로도 실현될 전망이 없다'라는 냉정한 인식을 밝혔다.
앞서 소개했듯이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적 국가들은 국내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국내에서 해외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대규모 인터넷 검열 시스템 '그레이트 파이어월(Great firewall)'을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인터넷 단편화인 스프린터넷을 가속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미국 SNS를 금지하고 국내 인터넷의 '러시아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이념을 짙게 반영한 지금까지의 인터넷은 자유로운 의견의 유통이라는 민주주의적 이념과 함께 미국에 이익을 가져다 주기 쉽다는 이점도 있었다. 미국의 빅테크들은 전세계 데이터를 독점하며 역사상 유례없는 부와 권력을 획득했다. 데이터가 지정학적 경쟁의 원천인 현재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터넷은 미국, 그리고 미국 빅테크들의 디지털 패권을 지탱하는 초석이기도 했다.
하지만 디지털화가 모든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터넷은 사이버 공격 등 보이지 않는 적의 공격을 방어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국내 경제나 기업 활동, 정보 발신, 국가 운영에 이르기까지 파괴될 위험이 잠재되어 있다.
또한 미국식 인터넷이 가져온 빅테크로의 데이터 집중에 대한 반발도 세계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은 주로 미국 빅테크에 의한 데이터 집중에 맞서기 위해 '일반데이터보호규칙(GDPR)', '디지털시장법(DMA)', '디지털서비스법(DSA)' 등 3가지 규제로 유럽 내 데이터 보호에 나서고 있다.
빅테크가 사람들의 자유의사를 빼앗는다는 '감시 자본주의'에 대한 대항책이라는 의미도 있다. 민주주의라는 동일한 가치관을 가진 미국과 유럽 사이에서 조차 데이터 보호와 프라이버시, 기본적 인권을 둘러싸고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CFR의 태스크 포스 보고서는 이와 같은 세계 정세의 변화를 파악하고 글로벌 인터넷 시대는 끝났다고 지적한 것이다. 보고서는 더 나아가 '솔직히 미국의 사이버 공간과 인터넷에 대한 정책은 뒤처져 있다. 미국은 디지털 무역 게임에서 탈락했고, 국내에서 포괄적인 프라이버시 및 데이터 보호 규칙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이 해외에서 주도권을 잡는 능력이 훼손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보고서는 '미국 정부는 현실을 직시하고 신뢰받고 보호받는 국제적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유지한다는 인터넷 비전 아래 동맹국 및 우방국과의 연합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제언. 미국이 EU의 GDPR과 상호 운용이 가능한 규칙을 채택할 것도 요구했다.
-- 인터넷은 ‘블록화’ 되어 가는 것일까? --
CFR의 제언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터넷의 '패배 선언'이라고 해도 좋다. 1989년에 냉전이 종식된 이후 30여 년 간 평화로운 시대였기 때문에 인터넷은 글로벌 단일 네트워크로 큰 발전을 이루어왔다.
그렇다면 CFR의 제언을 통해 알 수 있는 2030년을 향한 인터넷은 어떠한 모습일까? 그것은 글로벌 인터넷이 종식되고 지역이나 정치적 이념에 따라 디지털 무역권이 '블록화'되어가는 세계일지도 모른다.
이미 GDPR, DMA, DSA를 통해 유럽 내 데이터 보호를 위해 움직이는 ‘유럽연합의 디지털 무역권’, 그리고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 아래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의 권위주의 국가들을 포함하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무역권’, 그리고 자유롭고 열린 인터넷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무역권’ 등이 존재한다.
이와 같은 구도는 세계공황 이후인 1930년대에 서방의 열강들이 경제 파탄에서 부활하기 위해 자국을 중심으로 식민지 종속국 등을 연결해 경제권을 구축한 블록경제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다.
영국은 통화 파운드를 축으로 식민지와 종속국 간의 무역을 우대하고 그 외 지역에 대해서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스털링 블록(Sterling bloc)'을 형성했다. 독일과 미국, 일본 등도 영국을 따라서 자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권 블록을 만들었다. 열강 각국들은 배타적인 블록 간 경쟁을 하며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으로 대립했다.
데이터는 디지털 사회 경쟁의 원천이며, 경제 및 국가 안보의 핵심이다. 디지털이 침투한 현대 국가에서 사회나 경제를 지탱하는 인터넷이 마치 블록 경제처럼 정치 및 경제 동맹국 그룹별로 단편화되는 것은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1930년대에 발전한 블록 경제는 전세계를 전화(戰火)에 휩싸이게 해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이 된 제2차 세계대전을 불러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 인터넷의 블록화는 세계를 다시 큰 싸움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있다.
필자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을 접한 세대이다. 초기 인터넷이 지닌 유토피아적 분위기에 큰 영향을 받아 지금도 당시의 흥분을 잊지 못하고 있다. ‘통신 지정학 2030’에서는 현재의 인터넷이 직면한 냉엄한 현실을 언급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인터넷이 앞으로도 자유롭고 열려있는 민주적인 장이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기사 집필을 포함해 행동하는 것이 초기 인터넷 유토피아를 체험한 기자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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