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들리는 산업의 피라미드 -- 제철 등, 도요타자동차 일극 집중의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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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비즈니스/ 기타
- 기사일자 2020.1.13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7면
- 작성자hjtic
- 날짜2020-01-20 22:48:27
- 조회수177
흔들리는 산업의 피라미드
제철 등, 도요타자동차 일극 집중의 리스크
일본제철은 올해부터 새로운 재무 지표를 개시하기 시작했다. ‘재고평가차를 제외한 단독 영업이익’, 즉 해외법인이나 자회사를 제외한 일본제철 단독으로서 본업인 제철업에서 얼마나 수익을 올리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미중 무역 마찰 등 교란 요인은 다양하지만 세계의 철강 수요는 2019년에도 과거 최고를 경신할 것으로 보이며 나름대로 견고하다.
그러나 일본제철의 수익은 전혀 좋지 않다. 새로운 지표가 나타내는 실질 단독 영업이익은 19년 3월기까지 2년 연속 적자였다. 리먼 쇼크 때도 적자로 전락한 것은 1년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일본 최대 최고 철강회사의 수익 능력에 이변이 생기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가장 큰 요인은 최대 고객인 자동차업체와의 역학관계다.
일본제철의 수뇌부에 따르면 헤이세이 30년(1989년~2019년) 동안 용광로업체의 국내 고객 기반이 급변하면서 자동차 일극 집중이 진행됐다고 한다. 이전에는 자동차 외에도 조선이나 전자기기 등 대형 수요가 있었지만 모두 규모가 축소되고 “지금은 자동차용이 국내 출하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매년 원가 절감을 요구하는 자동차회사는 만만한 고객이 아니다. 철강업체의 마진은 서서히 감소했고 결국에는 적자로 전락했다. 일본제철이 어려운 제정 사정을 세상에 알린 것도 자동차용 강판의 가격인상교섭(철강업계는 ‘가격인상’이라는 말을 피하고 ‘가격복구’라고 한다)에 임전불퇴의 각오로 임하고 있다는 결의를 표명한 것이다.
철강업계의 어려운 상황이 나타내듯이 국내 제조업의 밸류체인에서 자동차산업의 존재감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자동차보다 존재감이 컸던 전자기기 산업은 쇠락하고 국내 출하액에서는 자동차에 역전 당했다. 종업원 수에서도 거의 같은 규모가 됐다.
-- ‘도요타자동차 일극 집중’ --
미쓰비시케미컬홀딩스의 고바야시(小林) 회장은 “자동차업체에 대해 우리들 서플라이어는 예속적인 입장이다. 파워밸런스에서 현격한 격차가 있기 때문에 상대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그 배경에 자동차회사의 거대한 구매력과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구매자 우위의 거래 관행이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오해가 없도록 첨언하자면, 일본의 자동차산업이 지금 강한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우리들 입장에서는 마음 든든한 일이다. 높은 고용 창출 능력과 거래 저변이 넓은 자동차산업은 다른 산업이 모두 약체화된 일본경제를 떠받치는 지주라고 할 수 있는 존재다.
그러나 현재의 ‘자동차 일극 집중’ 상태는 위태로움도 내포하고 있다. 그 하나는 차세대 기술인 CASE 대응 등에서 뒤처지면서 일본의 자동차업계가 실속했을 때 이를 대신할 4번 타자가 없다는 문제다.
자동차 일극 집중이라고 했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자동차 중에서도 도요타자동차에 대한 일극 집중’이 진행 중이다. 예전에 카를로스 곤 회장이 이끌던 닛산자동차는 도요타의 대항축으로서 일정한 존재감을 보였다. ‘도요타가 하이브리드라면 닛산은 전기자동차’ ‘도요타가 미국 시장 중시라면 닛산은 중국 중시’로 노선 차이를 명확히 했지만 곤 회장이 퇴출된 지금은 그런 경영의 다양성은 사라졌다.
역으로 마쓰다나 스즈키와 같은 중견기업이 도요타와의 협력에서 활로를 찾는 등 오히려 도요타의 힘이 이전보다 강해지고 있다. ‘하나의 바구니에 모든 달걀을 담지 말라’는 말은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시장의 격언이다. 도요타의 쾌주가 계속 이어지는 것은 좋지만 “만약 무슨 일이 발생하면 어쩌지?”라고 걱정하는 것은 기우일까?
-- 너무 강한 자동차산업 피라미드 --
또 다른 우려는 너무 강한 자동차산업 피라미드가 초래하는 일종의 왜곡이다. 다시 철로 이야기를 돌리면 세계 전체의 철강 수요가 약 19억톤인데 대해 자동차용은 1억톤 정도로 전체 수요의 10% 이하다. 가령 세계의 자동차업체가 일본 자동차업체와 마찬가지로 가격에 엄격해 철강회사에 거의 이익이 남지 않는다고 해도, 해외 기업은 다른 시장(건축재료나 타산업용)에서 수익을 올리면 되지만 자동차용 비중이 너무 높은 일본의 용광로업체는 그 여지가 한정적이다.
그 결과 연구개발 투자나 설비 투자가 지속되지 못하면서 유럽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이나 중국의 바오산강철에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뒤처졌다. 이것이 일본의 철강업계가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 의약품 등 고부가가치 시장에 활로 --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물량이 확보되는 자동차용 사업은 계속해서 중요하지만 그것에만 의존하지 않는 신기술이나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미쓰비시케미컬의 고바야시 회장은 “자동차용 수지와 같은 톤 단위의 사업이 아니라 의약품이나 화장품 등 그램 단위의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한다”라고 말한다.
브리지스톤의 차기 CEO인 이시바시(石橋) 부회장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장 예측 등을 더욱 발전시켜 육상운송회사 등 타이어의 최종 유저에게 직접 가치를 전달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1월 7일, 도쿄 도라노몬에 위치한 호텔오쿠라에서 화려하게 열린 자동차업계 신년축하회. 2천명 가까운 사람이 모였고 일본제철을 비롯해 서플라이어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그러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도요타자동차의 도요타 아키오 사장의 모습은 없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디지털기술박람회 ‘CES’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도요타 사장은 CES에서 스마트시티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기존의 산업 피라미드에 집착해서는 미래가 없다”. 불참한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이런 메시지를 신년축하회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