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 이노베이션 (7): 명의의 기술, 세계로 확대될 수 있을까? -- 의사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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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바이오/ 농생명/ 의료·헬스케어
- 기사일자 2019.10.30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3면
- Writerhjtic
- Date2019-11-07 14:16:42
- Pageview323
단절(Disruption)을 넘어서; 의료 이노베이션 (7)
명의(名醫)의 기술, 세계로 확대될 수 있을까?
의사 부족 및 편재, 기술로 보완
‘소문난 명의의 수술을 어느 곳에서든 가능하게’. 이러한 미래를 향해 의료기술이 도약하고 있다. 팔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섬세한 작업도 문제 없이 해내는 로봇이 그 주역이다. 로봇을 통해 가까운 병원에서 전국 각지 명의들의 원격 조작으로 수술을 성공시킬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최신 로봇기술 및 IT의 활용이 추진되면서 명의의 수술 방법을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은 감각으로 배울 수 있는 가상현실(VR)의 도입도 시작되었다. 명의의 기술을 각지에, 그리고 보다 많은 의사에게 전파하는 것은 의사 부족 및 편재와 같은 문제 해결로도 이어진다.
■ 인구 과소지의 병원을 도시에서 지원
국립대 병원 가운데 전국 최대 병상 수를 자랑하는 규슈대학병원(후쿠우카 시). 기자는 지난 10월 상순에 수술실을 방문해 보았다. ‘삐, 삐, 삐’라고 환자의 맥박을 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4개의 로봇팔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로봇팔은 각각 환자 몸에 뚫어져 있는 구멍을 통해 식도로 진입했다. 이것은 ‘다빈치(da Vinci)’라고 하는 수술 로봇으로, 암이 발생된 부위의 시술을 주도하는 것은 로봇팔 가까이 앉아있는 외과의사이다. 의사는 콘솔(Console)이라고 하는 콕핏과 같은 조종용 장치를 통해 화면을 보면서 손과 발로 로봇을 조작한다.
화면에는 체내 상황이 3D로 선명하게 비춰지고 있어, 메스와 겸자의 역할을 하는 로봇팔이 움직일 때 그 깊이와 각도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손으로 집도할 때의 촉감이 없다는 것은 익숙해 질 필요가 있지만, 동작을 제어하는 기능은 밀리미터의 단위의 봉합 등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지금은 로봇과 집도의가 같은 수술실에 있지만, 미래에는 먼 곳에 있는 로봇을 움직이는 ‘원격 수술’이 실현될 가능성도 있다. 규슈대학병원의 모리타(森) 교수는 일본외과학회 이사장으로서 임상연구의 지휘 및 지침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다. “외과는 어렵다는 이미지가 있어 젊은 의사들이 선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지금 도시에서 한달 기다려야 하는 수술이 10년 후에는 2~3개월 기다려야 하고, 지방에서는 아예 수술이 불가능해 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경종을 울린다.
명의가 있는 병원까지 환자가 가야 하거나, 병원이 집중되어 있지 않다면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 이러한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디스럽션(창조적 파괴) 가운데 하나가 원격 수술이다. 예를 들어 이도(離島)의 병원에 다빈치를 도입, 현장의 의사가 수술실에 있는 콘솔을 조작해 우선 기본적인 수술을 한다. 도시 병원에 있는 별도 콘솔과도 회선으로 연결해 난이도 있는 부분은 “제가 맡아서 하겠습니다”라고 조작하는 주체를 교체해 수술을 진행한다.
수술 중에 출혈이 발생할 경우 등은 바로 지혈할 필요가 있어 환자 옆에 의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저 3~4명이 한 조가 되어 실시되는 수술이 현장과 도시 병원에 각각 1명씩 총 2명으로 대응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최대 과제는 통신의 안정성이다. 의사의 조작과 로봇의 움직임에 지연이 생기거나, 영상이 선명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차세대 통신 규격인 5G보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모리 교수). 국립대학 간에는 대용량으로 통신이 가능한 유선 네트워크가 있어 규슈대학은 이것을 전국 의료기관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 모색하고 있다.
만약 수술 중에 트러블이 발생할 경우, 책임이 현장에 있는지 원격 수술을 한 의사에 있는지, 또는 로봇이나 네트워크 환경 등에 있는지 등 원인을 찾기 위한 지침도 정비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빈치 등 수술지원 시스템은 통신의 안정과 개인정보 보호를 고려해 같은 수술실 안에서 완결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서로 다른 병원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한 다음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도록 제조사에 의뢰할 필요가 있다.
규슈대학병원의 또 다른 그룹은 세계 70개국의 의료시설과 연대, 특히 아시아 신흥국에서의 수술 현장 영상을 생중계하며 어드바이스 해왔다. 언젠간 명의의 기술이 바다를 건너 전세계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 장인의 기술, VR로 전승
VR을 활용해 명의의 기술 전승을 위한 연구도 추진되고 있다. 미국 존슨앤존슨 일본법인은 올해부터 ‘어블레이션(Ablation)’이라고 하는 기술에 대해 학습하는 VR기기를 전국 병원에 대여하고 있다. 이 기술은 심장이 보통 때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심방세동이라는 증상을 혈관에 카테터를 삽입해 심장까지 도달하게 해 치료하는 기술이다. “조금씩 카테터를 삽입해 가는 속도와 손 기술, 이와 동시에 모니터를 확인할 때의 주의점 등 높은 기술이 요구되는 방법이다”라고 존슨앤존슨의 핫토리(服部) 시니어매니저는 말한다.
기자도 VR의 헤드셋을 착용해 보았다. 화면에는 실제 수술실이 비춰졌다. 눈 앞에서 의사가 환자의 사타구니 부근부터 정맥 혈관에 카테터를 삽입했다. 오른쪽 위로 눈을 돌리자 심장을 3D로 그래픽화한 모니터가 있었고 이를 통해 카테터가 도달한 장소를 볼 수 있었다.
VR은 히로사키(弘前)대학 의학부 부속병원의 기무라(木村) 조교의 기술과 사이세이카이쿠마모토(済生会熊本)병원(구마모토 시)의 오쿠무라(奧村) 최고기술고문의 기술, 2가지 패턴이 준비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심방세동은 폐정맥에서의 이상 신호가 원인으로, 카테터 끝에 고주파 전류를 내보내 세포 일부를 태우는 ‘소작(燒灼)’으로 치료를 한다. 기무라 조교의 경우는 모니터 상의 심장 그래픽에 ‘심장 뒤쪽에 있는 식도’의 위치가 추가되어 비춰졌다. 소작 시 식도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모니터에는 압력, 출력, 시간(초 단위)의 3요소도 표시되어 있어 각각을 조정해 소작 정도를 조절한다.
심방세동은 아직 증상을 알아차리지 못한 사람을 포함해 전국에 약 170만명 있다고 한다. 고령화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정맥 전문의는 1,000명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의사가 바빠 질수록 젊은 의사를 지도하는데 할애하는 시간은 한정적이라는 문제도 있다. 스스로 학습하길 원하는 의사들을 지원하는 VR은 앞으로 다른 병례에서도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과수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 것은 19세기 전반이다. 마취를 통해 환자의 통증을 없애고 의사가 신체의 각 부위에 메스를 댈 수 있게 되면서 수술 성공률이 높아졌고 다양한 방법들도 탄생했다. 일본의 하나오카 세이슈(華岡 青洲)가 1804년, 세계 최초로 전신마취 수술에 성공한 것은 의학사의 금자탑이다. 그로부터 약 200년. 로봇기술과 IT의 급속한 진보를 통해 고도의 의료기술이 단숨에 확대되는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 의사 부족 및 편재, 기술로 보완 --
2025년에는 단카이(團塊)세대(1947~1949)가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자가 되어, 의료 수요가 지금 이상으로 확대된다. 하지만 일본 인구 당 의사 수는 OECD가 조사한 31개 가맹국 가운데 28위로, 선진국 중 최하위에 가깝다. 의사의 편재도 심각하다. 후생노동성이 인구 및 연령 구성, 의사의 속성을 바탕으로 의료 수요를 얼마만큼 충족할 수 있을지를 산출한 ‘의사 편재 지표’에 따르면 수위의 도쿄는 329, 최하위 이와테(岩手) 현은 169로 차이가 컸다. 전국을 335개의 의료권역으로 나눈 2036년 시점의 예측에서는 약 220개 지역에서 의사 약 2만 4,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 반대로 약 60개 지역은 약 4만 2,000명이 과잉이 될 것이라고 한다.
격무의 이미지가 강한 외과는 지방 등에서 의사 부족이 심해 질 우려가 있다. 전국 외과의 수는 약 4만명 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평균 연령은 상승하고 있다. “기계를 통해 의사의 육체적 약화가 보완되거나, 은퇴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규슈대학의 모리 교수). 현재는 복부를 크게 절개하지 않고 내시경을 삽입하는 복강경수술이 늘어나고 있다. 모니터로 영상을 확대할 수 있어 시력이 조금 약해져도 70세 정도까지는 외과의를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정부는 의사의 편재를 시정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와 함께 신기술을 통해 보완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로봇이 지원하는 기술에 공적 보험이 적용되는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2012년에는 전립선암이 적용, 2018년에는 식도암과 직장암 등도 추가되어 14종류의 수술에 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미국의 Intuitive Surgical사가 공급해 온 다빈치는 올해 관련된 많은 기술 특허들이 기한 종료가 된다고 한다. 지금까지 병원 측의 비용은 초기 투자로 수 억엔, 유지ㆍ보수로 연간 수 천만엔 소요되었지만 의료기기 제조사의 신규 참여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미래에 원격 수술도 보험 적용이 될 경우, 로봇은 각지에 보급될 것이다. 고령화로 높아지는 의료 수요에 의사의 부담을 감안한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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