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리콘밸리와 다른 중국 선전 -- 기존 기술의 실험장, 일본도 배울 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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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비즈니스/ 기타
- 기사일자 2019.10.29
- 신문사 일경산업신문
- 게재면 2면
- Writerhjtic
- Date2019-11-06 20:29:35
- Pageview362
BizTech 기초강좌
실리콘밸리와 다른 중국 선전
기존 기술의 실험장, 일본도 배울 점이 많다
소니의 창업자 모리타(盛田) 씨는 휴대용 카세트테이프플레이어 ‘워크맨’ 발매 10주년을 기념해 촬영된 비디오에서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도 보유한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어떠한 제품에 어떤 형태로 구체화할 것인가라는 지혜가 있으면 워크맨과 같은 뛰어난 하나의 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실증했다”라고 말했다. 워크맨 발매 40주년을 맞는 올해 이 비디오를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현재 이 말이 들어맞는 곳은 중국의 선전(深圳)이다.
가끔 선전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린다. 그러나 나는 정확한 표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반도체나 소프트웨어 등 새로운 기술이 속속 등장하는 실리콘밸리와 달리 선전은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현재 있는 기술을 조합해 새로운 이노베이션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실험 도시가 되었다. 미중 무역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의 이노베이션을 견인하는 실리콘밸리와 선전의 차이, 그리고 두 도시가 테크놀로지를 수용하는 방식 등에 대해 설명한다.
-- 실리콘밸리는 반도체, 선전은 스마트폰 --
이미 알려진 대로 실리콘밸리는 아무것도 없는 농지에서 시작됐다. 골드러시로 캘리포니아로 모여 든 성공한 릴런드 스탠퍼드 씨가 15살의 나이에 죽은 아들을 위해 스탠포드대학을 1885년에 설립했다. 그 스탠포드대학의 프레데릭 터먼 교수가 윌리엄 휴렛 씨와 데이비드 패커드 씨의 휴렛패커드(HP) 창업을 지원한 것이 ‘실리콘밸리의 시작’이라고 알려져 있다.
또한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윌리엄 쇼클리 씨가 ‘쇼클리 반도체 연구소’를 설립. 그곳에서 독립한 8명의 연구자가 1957년에 반도체업체 Fairchild Semiconductor를 창업했다. 이 무렵부터 실리콘밸리는 비약적으로 그 지위를 강화하며 전세계의 두뇌가 모여드는 장소가 되었다. 지금은 미국에서 성공한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기업)의 경영자의 약 절반은 이민자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선전도 아무것도 없는 토지에서 시작했다. 약 40년 전인 80년에 경제특구가 된 이래 국가 정책으로 발전해 왔다. 2000년대 중반 무렵에는 ‘산자이(山寨: 짝퉁) 핸드폰’이라는 휴대전화 모조품이 많이 팔리는 곳이라는 인상도 있었다. 그러나 09년 무렵부터 스마트폰 부품을 취급하면서 급속하게 발전, 국내외 중국의 우수한 젊은이들이 선전으로 모여들고 있다. 스탠포드대학을 졸업한 후에 선전에서 창업하는 사람도 나오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인프라가 정비되면서 홍콩에서 고속철도로 1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가 되었다. 지금은 도쿄증권거리소의 시가 총액을 초월한 홍콩증권거래소가 있는 홍콩과 선전이 15분의 거리로 연결된 것은 뉴욕과 실리콘밸리가 연결된 것에 필적할 정도의 충격이다.
그러나 중국의 우수한 대학생은 역시 칭화대학이나 베이징대학에 있다. 대학을 중심으로 한 실리콘밸리와는 문화가 다르다. 과학과 실제 사회에 사용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다. 우수한 젊은이가 모여드는 시스템만 있다면 대학이 근처에 있어야 할 필요성은 없을지도 모른다.
또한 실리콘밸리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발달한 지역이라면 선전은 스마트폰 중심으로 발달한 지역이다. 스마트폰에 필요한 부품이 싸기 때문에 대량으로 얻을 수 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시작하기에는 최고의 실험장이다.
실제 선전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것은 화웨이나 ZTE 등의 스마트폰 업체나 전기자동차나 충전지 기업인 BYD, 드론 기업인 DJI 등 하드웨어 회사가 많다. 게임이나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텐센트도 본사를 두고 있다. ‘996’(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이라는 강인한 노동정신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 기존 기술의 조합 --
선전은 얼핏 단순히 공장이 모여 있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놀랄만한 것은 인구 동태다. 20대나 30대의 젊은이가 대부분이며 평균 연령은 약 32세다. 이 연령층은 새로운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전혀 저항감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디바이스나 서비스를 실험하기 좋다.
역으로 50대나 60대는 거의 없다. 이 도시는 일하는 장소이며 노후를 보낼 장소는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에 쉽게 대응할 수 있는 도시가 되었다. 국가 차원에서 산업정책을 진흥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한다.
따라서 선전에는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요구하기 보다 중국의 거대한 생산 능력과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받아들이는 토양을 활용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또한 국가의 정책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성립한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선전 스타일의 비즈니스를 다른 나라에서 응용할 수 있다고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해해둘 필요가 있다.
일본도 자동차나 게임기 등 제로에서 1을 만드는 것 보다, 이미 있는 테크놀로지를 조합하는 것을 잘하는 나라다. 그것이 워크맨과 같은 세계적인 히트 상품을 만들어 외화를 벌어들이고 경제성장을 이룩해 왔다. 실리콘밸리는 물론 중요하지만 그들이 가장 주목하는 선전에서 배우는 것도 일본에는 많을 것이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