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업뉴스요약

변혁에 도전(상): 대일본인쇄, 사업 전면 재검토 -- '제3의 창업', 수동형에서
  • Category비즈니스/ 기타
  • 기사일자 2019.9.2
  • 신문사 일경산업신문
  • 게재면 1면
  • Writerhjtic
  • Date2019-09-09 13:43:42
  • Pageview413

변혁에 도전하다(상)
대일본인쇄, 사업 전면 재검토
'제3의 창업', 수동형에서 제안형으로 / EV용 코일∙정보은행 등


대일본인쇄(DNP)가 ‘제3의 창업’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선봉에 선 것은 39년만의 사장 교체로 작년 6월에 취임한 기타지마(北島) 사장이다. 본업인 인쇄사업은 일찍이 없었던 역풍에 직면해 있다. 고객의 주문을 기다리는 ‘수동형’ 사업 모델로는 헤쳐나가기 어렵게 되었다. 디지털화 등 사업 환경이 큰 변혁기를 맞이하는 가운데 DNP는 변화할 수 있을까?

5월 이후, 도쿄 고탄다에 위치한 DNP 사무실에 자동차업체 간부의 방문이 잇달았다. 5월 말에 요코하마 시내에서 열린 자동차관련기술 박람회에 DNP가 첫 출전해 전시한 전기자동차(EV)용 무선충전용 코일에, 자동차업체 관계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DNP 코일의 장점은 두께와 무게가 기존의 4분의 1이하라는 점이다. 코일은 충전장치에서 자동차가 수전(受電)할 때 사용되는 자동차 부품으로 경량화는 필수 과제다. DNP는 다수의 전선을 묶는 일반적인 코일 방식을 그만두고 얇은 시트형 코일 개발에 성공했다.

기술의 열쇠가 된 것은 DNP가 오랫동안 축적해 온 반도체기술이다.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포토리소그래피’ 기술을 응용한다. 시트에 코일을 직접 형성함으로써 얇게 만들 수 있었다. 2025년에 연간 50억엔의 매출을 목표한다.

자동차용의 경우는 운전석 앞에 있는 나뭇결무늬에 손을 대면, 나뭇결무늬의 일부가 속도계나 조작 스위치로 변하는 자율주행 차용 계기판도 개발했다. 디자인과 기능성을 양립시킨 점을 어필해 자동차업체에 채용을 호소하고 있다.

-- CASE로 공세 --
DNP에서 이러한 자동차용 사업을 담당하는 것은, 사내 공모 등을 통해 조성한 ‘모빌리티 사업부’다. 모빌리티 사업부의 시이나(椎名) 실장은 “DNP가 지금까지 축적한 기술을 활용해 시장 확대를 전망할 수 있는 자율주행 등의 ‘CASE(커넥티드, 자율주행, 셰어링, 전동화)’ 분야에서 공세를 가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자동차용은 DNP가 목표하는 ‘제3의 창업’의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업이다. 그럼 ‘제3의 창업’은 무엇일까?

기타지마 사장은 “사회 과제를 해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고객의 요구대로 인쇄하는 사업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라며 말한다. 사장이 느끼는 위기감은 크다.

DNP의 제1의 창업은 1876년, 도쿄 긴자에서 시작됐다. 일본발 국산 활판 양장본을 만드는 등 출판인쇄가 본업이다. 전후의 혼란을 거쳐 인쇄 이외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한 1951년을 ‘제2의 창업’이라 할 수 있다. 인쇄기술을 활용해 건축재료나 포장 분야에 참여했다. 59년에는 반도체 회로의 원판 ‘포토마스크’의 시작(試作)에 성공하며 전자 디바이스 분야로도 사업을 확대했다.

제2의 창업에서 약 70년이 지났다. 사업 영역은 확대됐지만 고객이 요구하는 대로 물건을 만드는 ‘수동형’ 사업 체질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보매체가 종이에서 디지털로 추이하는 등 대변혁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수동형 사업으로는 시대에 뒤처질 수 밖에 없다고 기타지마 사장은 생각한다.

실제로 출판시장은 계속 축소되고 있다. 출판과학연구소(도쿄)에 따르면 18년의 종이 출판물의 국내 추정 판매액은 17년 대비 5.7% 감소한 1조 2,921억엔이다. 약 20년만에 절반으로 감소했다.

수동형에서 제안형으로, 사업 내용도 회사 풍토도 바꾸기 위해 주장한 제3의 창업. 그 실현을 위해 제시한 것이 ‘지식과 커뮤니케이션’ ‘식(食)과 헬스케어’ ‘주거와 모빌리티’ ‘환경과 에너지’의 4개 주력 분야다.

‘지식과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는 이용자의 동의를 얻어 개인정보를 수집해 기업에 제공하는 ‘정보은행’ 분야에의 참여를 목표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개인이 납득하고 개인정보를 제공할까?” “수집한 정보를 어떻게 활용해 나갈 것인가?” 현재 DNP 본사에서는 덴쓰(電通)의 사원과 함께, 이르면 연내에 시작되는 지역용 정보은행의 제도 설계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정보은행은 개인의 속성이나 행동 이력 등 개인정보를 기업에 제공하는 새로운 데이터 사업이다. 개인의 이름이나 인터넷에서의 구매 이력 등을 정보은행이 보관하고 있다가 동의를 얻은 후에 기업에 제공한다. 기업은 보다 자세한 이용자 정보를 마케팅이나 상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개인은 정보제공의 대가로 포인트나 쿠폰 등을 받는다.

DNP는 인쇄업이나 IC카드 등 개인정보를 취급해 왔기 때문에 지식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주부전력이나 일본 최대 여행사 JTB와 실증실험을 축적해 왔다. 후지쓰와는 정보은행을 시작하고 싶은 기업을 대상으로 플랫폼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올 봄에 시작했다.

-- 수익에는 시간이 걸린다 --
제3의 창업 실현을 목표로 움직이기 시작한 DNP. 그러나 수익을 견인할 사업은 아직 창출하지 못했다. 기타지마 사장도 “사원의 의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제3의 창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같은 사업 환경에 처해 있는 라이벌 회사 돗판인쇄는 일찍부터 사업 영역 확대를 시작했다.

돗판인쇄는 올 6월에 38년 만에 이과계열 출신인 마로(麿) 씨를 사장으로 발탁했다. 6월까지 9년간 사장을 맡았던 가네코(金子) 회장은 “기존의 사업 모델이 통용되지 않게 되었다. 새로운 기술로 승부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돗판인쇄는 올 6월에 약 480억엔을 투자해 독일의 주택건축재료기업 인터프린트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이나 스페인에 제조 거점을 두고 있는 돗판인쇄와 유럽과 신흥국을 중심으로 공장을 전개하는 인터프린트의 거점을 활용해 생산 효율을 높인다. 돗판인쇄는 “이번 인수로 주택건축재료 시장에서 업계 유수의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적극적인 M&A를 추진해 온 결과, 돗판앤쇄의 19년 3월기 연결업적은 매출 1조 4,647억엔에 순이익 410억엔을 기록했다. 반면 DNP는 매출 1조 4,015억엔에 356억엔의 최종 적자를 기록했다. 벽지 제품의 불량으로 인한 보수 비용 750억엔을 계상한 특수 요인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매출도 최종 손익도 돗판인쇄를 밑도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기타지마 사장은 “무턱대고 매출 규모 확대를 목표해도 소용없다. 제3의 창업으로 체질을 바꿔 강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업 환경이 크게 변화하는 가운데 수익원 육성에 시간이 걸리면 업적에서 돗판인쇄와의 차이는 보다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타지마 사장은 부친인 기타지마 회장의 뒤를 이어 사장에 취임했다. 취임 이래 ‘세습’이라는 지적이 사내외에서 있었다. 기타지마 회장은 “큰 폐해는 특히 없다. 오히려 사업을 중장기로 계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기타지마 사장도 “인쇄업은 거래처와의 신뢰 관계 등 인맥이 중요하므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라고 말한다.

DNP는 ‘가업’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변혁을 추진할 수 있을까? 세습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기타지마 사장은 조기에 제3의 창업의 성과를 내야 한다.

 -- (하)에 계속 --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