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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 재팬 (상): 세포 파괴하지 않는 'CAS'와 급속동결기 -- 신선도를 유지하는
  • 카테고리바이오/ 농생명/ 의료·헬스케어
  • 기사일자 2019.8.8
  • 신문사 일경산업신문
  • 게재면 1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9-08-17 10:07:40
  • 조회수1812

쿨 재팬 (상)
세포 파괴하지 않는 'CAS'와 급속동결기
신선도를 유지하는 냉동, 세계를 달군다 / 안전과 맛 양립


일본의 냉동∙냉장 기술에 뜨거운 시선이 모이고 있다. 미국에서 생겨난 급속냉동 기술. 식재료 맛에 민감한 일본에서 급속냉동 기술의 진화가 이어지고 있다. 신선도를 유지한 채 냉동할 수 있는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농수산물의 가공, 소매, 외식 등에서 새로운 사업이 확산되고 있다. 냉동 시장이 확산되는 신흥국에서는 콜드체인(저온수송망) 구축의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세계의 식(食) 미래를 격변시킬 잠재력을 안고 있는 ‘쿨 재팬’의 최전선을 따라가 보았다.

-- 물 분자를 진동 --
“정말 냉동된 표고버섯 향입니까? 믿을 수가 없네요”. 중국 공상업연합회의 간부는 손에 든 냉동 표고버섯을 코에 갖다 대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수년 전에 냉동된 멜론이나 시금치 등도 잇달아 시식하며 “바로 수확한 것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분도 많고 맛있다. 중국에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라고 흥분하며 말했다.

7월 20일, 공상업연합회의 ‘일본저온물류시찰교류방문단’ 22명이 방문한 곳은 지바현에 위치한 냉동기술 기업인 ABI(아비) 본사다. 목적은 오와다(大和田) 사장이 발명한 냉동시스템 ‘CAS’다.

CAS는 ‘Cells Alive System’의 약자로 동결 시에 세포를 살려둔 채 소재를 냉동시킬 수 있다. 소재 본래가 갖고 있는 맛이나 향기 등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급속냉동 장치는 섭씨 마이너스 40~50도의 냉풍을 소재에 직접 쏘아서 얼렸다. 이 때 물 분자가 모인 얼음 결정이 표면에서 팽창해 소재의 세포 조직을 파괴해 맛이나 향기 등 소재의 질을 떨어뜨렸다. 고기나 생선을 해동하면 소재에서 즙이 스며 나오는 ‘드립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CAS는 급속동결기와 조합해 사용한다. 독자적인 장치를 이용해 동결기 속에 자기장을 발생시켜 미약한 전류로 소재에 포함된 물 분자를 진동시켜 표면의 얼음 성장을 억제한다. 소재와 물 분자의 동결점을 동기(同期)시켜 세포를 파괴시키지 않고 얼릴 수 있다. “세포 파괴가 없기 때문에 소재의 신선함을 항상 재현할 수 있다”(와와다 사장).

오와다 사장은 1973년에 후지제유와 생크림을 사용한 케이크의 동결과 해동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전문가로서 유명하다. 그 기술력에 주목한 세포의학자가 세포나 장기, 혈액 등에 대한 응용 연구를 오와다 사장에게 의뢰해 CAS의 개발로 이어졌다. 2004년에 제1탄 CAS Freezer를 발매. 지금은 세계 22개국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여전히 진화 중이다.

‘냉동식품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미국의 실업가 Clarence Birdseye 씨는 1920년대 급속 냉동한 식품을 발명해 식 세계에 혁명을 가져왔다.

그로부터 약 한 세기가 흘렀다. 오와다 사장은 냉동 속도의 진화가 중심이었던 ‘쿨 테크’에 창조성을 추가했다. 획기적인 이노베이션으로서 CAS를 특집 취재한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오와다 사장을 ‘Mr. Freeze’라고 평가했다.

오와다 사장은 현재 대부분의 시간을 해외 식품업체 담당자와의 만남에 사용한다. 6월에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상무장관이 오와다 사장을 방문, 미국의 농산물 수출 확대를 위한 비책으로 CAS를 요구했다. “세계에서 승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꼈다”(오와다 사장).

미국에서 태어난 기술이 일본에서 독자의 진화를 이룩했다. 일본발 쿨 테크가 식 세계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냉동선 부문에서 세계 점유율 80% 이상을 자랑하는 산업용 냉동기업체 마에카와제작소의 다카하시(高橋) 운영책임자는 “바로 잡았을 때의 맛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기술력을 키웠다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일본의 냉동∙냉장 기술은 우선 참치 등 수산물 가공의 보존에 이용되면서 냉동식품으로 확산됐다. 마에카와제작소도 고객의 요구에 맞춰서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매력은 맛뿐이 아니다. 노동력 부족이나 식품 손실(식품 폐기) 등의 과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야시노미 주방세제’로 유명한 사라야(오사카시)는 중소 식품가공장의 위생관리를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급속동결기에 주목했다. 대형 식품공장이 도입하는 대형기는 많지만 소형 동결기는 적었다. 중소 공장에 급속동결기가 들어가면 “가공식품 보관이 쉬워져 식품 손실이나 노동력 부족을 해소할 수 있다”(식품위생부 와키모토(脇本) 부장)

-- 액체는 냉동 속도 20배 --
사라야는 세정기나 소독기 등 식품위생 분야에서 제품이나 컨설팅 등을 주력으로 전개하고 있다. “위생관리에 인력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는 의견을 수용해 독자의 급속액체동결기 ‘RAPID FREEZER’를 개발했다.

RAPID FREEZER는 에탄올을 이용한 전용 냉동액으로 소재를 급속 동결한다. 세제 부문에서 축적한 알코올 노하우를 활용해 불순물이 적은 냉동액을 개발했다. 일반 냉동기와 비교해 냉동 속도는 약 20배다.

냉동 속도를 빠르게 해서 얼음의 결정을 작게 만들어 식재료의 세포 파괴를 억제할 수 있다. 외장 살균한 팩에 가공한 소재를 담아 냉동액을 통과시키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으로 보존할 수 있고 배송도 쉬워진다. 가공업자는 일괄 구입과 조리가 가능해진다.

청과물 도매업체인 센슈야(오카사시)는 RAPID FREEZER를 도매시장에 도입, 냉동상품을 개발하는 연구소를 개설했다. 맛은 좋아도 소매로 넘기지 못하는 규격 외 상품이나 완숙 직전의 폐기 대상인 상품 등의 식재 보관에도 활용한다.

사라야는 센슈야로부터 그러한 청과물이나 야채를 조달해 스무디 주스로 만들어 사라야의 점포에서 판매한다. 식품 손실을 줄이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020년 6월에는 국제기준인 ‘위험도 분석을 통한 위생관리(HACCP)’에 근거한 위생관리가 식품가공업자에게 의무화된다. 사라야 식품위생부의 나카다(中田) 계장은 “냉동 기술로 식품 안전과 맛의 양립을 제안해 나간다”라고 말한다.

자석과 전자파에 냉풍을 조합해 드립 현상을 방지하는 ‘프로톤 동결기’를 전개하는 Ryoho Freeze Systems(나라시). 식재를 장기 보존해 장거리 수송할 수 있는 냉동식품에 강한 기업이다. Ryoho Freeze는 오키나와현에 위치한 냉동식품 제조∙판매 업체 엔리치식품공업을 15년에 설립. 냉동식품의 센트럴키친(CK) 기능을 갖추고, 유명 백화점 이세탄 신주쿠 본점에 셰프가 만든 동결 반찬을 제공하고 있다.

Ryoho Freeze의 영업총괄부장은 “냉동기뿐 아니라 냉동 소재의 최적의 조리법도 연구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앙리 디쉬’라는 수제 냉동 반찬 브랜드를 올해부터 본격 전개한다. 일본 각지의 산지와 협력해 장기 보존할 수 있는 냉동식품의 이점을 활용해 전국 방방곡곡에 고품질 식재료를 배달한다.

UN은 60년에 세계 인구가 100억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한다. “식량난을 방지하기 위해 냉동식품을 세계에서 확대해 나간다”(ABI의 오와다 사장).

쿨 테크는 농수산업과 축산업이 안고 있는 어려운 문제를 극복할 힘을 갖고 있다. “언제까지고 자동차에 의존할 수 없다. 냉동∙냉장 기술로 농수산물을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만들고 싶다”(오와다 사장). 일본기업이 전개하는 ‘COOL 재팬’ 전략이 세계를 석권한다.

외식산업을 바꾸는 ‘전자레인지’
식품 손실 삭감에도 일익 담당

일본에서는 간편하기 때문에 사용한다는 이미지가 강한 전자레인지. 그러나 이 전자레인지가 특별한 맛을 만들어내고 있다. 쿨 테크의 진화로 인해 냉동식품의 상품력을 크게 상승시켰다. 맛이나 식감 수준을 유지하면서 보존 요금 등도 사용하지 않고 식탁에서 즐길 수 있다. 소매 매장이나 외식 현장에서도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노동력 부족이나 식품 손실 등 유통업계가 안고 있는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파워를 보여준다.

포크를 통해 전달되는 폭신한 감촉. 입안에 넣자 사르르 녹으며 단 맛이 입안 전체에 퍼진다. 패밀리레스토랑 ‘Gathering Table Pantry’의 ‘베이크드 치즈케이크(480엔)’는 전자레인지에서 39초 동안 돌린 냉동식품이다.

치즈케이크만이 아니다. 겉은 바삭하고 안은 육즙이 가득한 치킨을 비롯해 모든 상품이 불과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 주방에서 만들어진다.

Pantry는 패밀리레스토랑 ‘Royal Host’를 운영하는 로얄홀딩스(HD)가 17년에 출점한 실험 매장이다. 파나소닉과의 공동연구다. 파나소닉의 신형 기기를 도입해 센트럴키친(CK)에서 조리한 냉장, 냉동 식재료를 고품질로 제공하도록 하였다. 가게에서의 재료 준비 시간은 제로다. 청소 시간도 크게 줄었다.

로얄HD와 콜드체인(저온수송망)의 관계는 역사가 깊다. 로얄HD가 1970년의 오사카 세계박람회에서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냉동식품을 활용, 외식산업에서 콜드체인의 선구자가 되었다.

창업자인 고 에가시라(江頭) 씨는 미군 기지의 견습 요리사부터 성공한 사업가다. 그는 미국의 유통업계를 지탱하고 있던 냉동기술에 일찍부터 주목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사이에 콜드체인이 구축되어 있었다. “이는 후쿠오카현의 CK에서 오사카 사이와 같은 거리다. 미국도 만들었는데 일본에서 실현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에가시라 씨는 후쿠오카현의 CK에서 편도 8시간의 냉동식품 수송을 단행했다. 세계박람회 기간 중에는 주위에서는 재료 소진이 계속 발생하는 가운데 요리를 끊임없이 제공하며 반년 만에 11억엔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로얄HD에서 연구 개발을 담당하는 노노무라(野々村) 상무는 “많은 점포를 전개할 수 있는 기초를 실증했던 전환점이 되었다”라고 회상한다.

콜드체인은 70년 이후의 외식 기업의 부흥을 지탱했다. 쿨 테크의 진화는 노동력 부족 등의 난제에 고민하는 외식산업에게도 다음 비약을 준비하는 계기가 되었다. “냉동기술은 조리와 소비의 타이밍을 겹치지 않도록 비켜 놓는다. 노동집약형 외식산업을 바꿀 수 있다. Pantry는 그 첨병이다”(노노무라 상무).

로얄HD가 냉동식품에서 목표하고 있는 것은 식탁이다. Royal Host에서는 17년 가을 무렵부터 카레, 스튜와 같은 메뉴를 냉동식품으로 판매. 현재 17개 점포에서 전개하고 있다. 노노무라 상무는 “매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로얄의 맛을 가정에 전달할 수 있다면 새로운 시장이 생긴다”라며 자신감을 보인다. 쿨 테크가 ‘외식’과 ‘내식’의 경계도 점차 무너뜨리고 있다.

냉동식품 전문점 ‘Picard’는 식탁에 식품을 전달한다. 취급 식품은 약 350 종류. 유기농 야채를 사용한 ‘Bio야채 라타투유’(735엔)와 같은 간단한 반찬부터 ‘연어 파이구이’(3,219엔)와 같은 본격적인 요리까지 전자레인지나 오븐에 데우기만 하면 된다. 일을 하는 여성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냉동식품은 품질의 향상과 함께 맞벌이의 증가 등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인해 소비량은 플러스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냉동식품협회(도쿄)에 따르면 18년의 냉동식품 국내 소비량은 289만톤이다. 소비량은 1인당 22.9kg으로 08년부터 18% 증가했다. 소비자 앙케트에서도 주 1회 이상 이용한다는 응답이 반수를 넘었다.

새로운 소비 스타일도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냉동식품 매장을 확대하고 있는 패밀리마트가 지금 주력하고 있는 것은 ‘조식’이다. 편의점의 냉동식품은 귀가하면서 야식용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패밀리마트 상품∙물류∙품질관리본부에서 냉동식품을 담당하는 구리하라(栗原) 씨는 “조식에 냉동식품을 늘리는 메뉴를 개발 중이다”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냉동 샌드위치를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을 수 있도록 한다. 냉동 상태에서 시간이 경과하면 발생하는 부서짐 현상을 억제하면서 이튿날 아침에도 먹을 수 있게 된다. “순식간에 동결시키면 점심 메뉴에서 냉동 상품으로 판매하지 못하는 것은 없다”(구리하라 씨). 요즘은 바쁜 가정이 많기 때문에 냉동 조식이라는 카테고리가 추가된다면 소비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패밀리마트는 냉동 식품을 성장 영역으로 삼고 약 44억엔을 투자, 냉동 식품을 추가한 점포를 9월까지 4,000점포로 늘릴 계획이다. 냉동식품 케이스도 기존 케이스보다 크게 해서 수용 상품 아이템 수를 51개에서 73개로 늘린다. 점포 운영 효율화, 식품 손실 경감으로도 이어진다.

콜드체인의 진화는 현지에서밖에 맛볼 수 없었던 식품 유통도 바꾸고 있다. 대장, 소장 등 내장 식품 전문점 130곳을 전개하는 이시이(도쿄)가 가고시마대학과 공동으로 개발한 것은 의료용에 사용되고 있는 용액을 활용한 새로운 내장 유통 방법이다. 내장은 선도 저하가 빠르다. 지금까지는 해체에서 2일째까지밖에 제공하지 못했지만 11일까지 신선도를 유지하며 보존할 수 있게 된다.

보존 기간이 늘면서 지금까지 10% 정도였던 내장 폐기율이 제로가 되었다. 이시이는 간토 지역에서만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었다. 반면 축산업이 활발한 가고시마현에서는 내장을 다 소비하지 못하고 폐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시이의 보존 기술로 도시권으로도 출하할 수 있게 되었다.

냉동식품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성장 분야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세계의 냉동식품 시장 규모는 18년에 1,193억 달러. 23년에는 12% 증가한 1,339억 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식품 손실 삭감과 주방∙가공장의 노동인력 감소, 유통 비용의 압축 등 일본의 식 현장에서 매일 축적되고 있는 쿨 테크 노하우는 향후 성장산업의 숨은 기술이 될 것이다.

 -- (하)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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