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업뉴스요약

데이터의 세기, 세계가 실험실(3): 기동하지 못하는 디지털 도시 -- ‘정보
  • Category사물인터넷/ ICT/ 제조·4.0
  • 기사일자 2019.6.27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면
  • Writerhjtic
  • Date2019-07-05 23:29:04
  • Pageview344

데이터의 세기: 세계가 실험실 (3)
기동하지 못하는 디지털 도시
‘정보 GDP’, 일본 11위

‘토론토가 큰 혼란에 빠져있다’. 북미에 출장 중인 선배 기자로부터 나는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캐나다 정부와 주(州), 시는 2017년, 세계 최첨단 데이터 도시를 구축한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산하 사이드워크랩스의 참여가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교통 체증 해소와 방범을 위해 감시카메라 등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계획에 주민이 반발했다. 4월에는 시민 단체가 시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 계획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 약 200개 행정 데이터 공개 --
나(33)의 고향인 후쿠오카(福岡) 현에도 데이터 도시라고 자칭하는 도시가 있었던 것 같다. 내각부에 확인해보니 시와 현지 IT기업이 연대해 데이터 도시 구축에 앞장서고 있는 사바에(鯖江) 시라고 한다.

사바에 시가 공개해 기업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행정 데이터는 약 200개. 버스 정보에서 하천의 수위, 원숭이의 출몰 정보 등 다양하다. 후쿠이(福井)에 있는 학교는 곰이나 원숭이가 나타나면 집단 하교 조치를 취한다. 어린이 보호를 위해 원숭이의 정보는 중요하다.

하지만 사바에 시에 직접 가서 느낀 것은 일종의 ‘위화감’이었다. 버스의 주행 위치와 승객 수 등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알 수 있는 스마트폰용 앱은 시의 공개 데이터로 만들어져 매우 편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교 중인 여고생 2명은 관심이 없다고 한다. “앱은 사용하지 않아요. 버스도 안타고요”.

시청 직원이 “이것 참 괜찮답니다”라고 자랑하던 육아정보 앱에 대해 공원에 아이와 함께 있던 2명의 어머니에게 물어보니 처음 보는 것이라며 신기해했다.

-- 아저씨들이 주역? --
사바에 시가 꿈꾸는 데이터 도시는 환상일까? 기자는 70명을 대상으로 데이터 도시라는 것에 대해 알고 있는지, 데이터로 만들어진 앱을 이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사바에 시의 인구는 약 7만명. 기자는 3일에 걸쳐 천분의 1로 축소시킨 ‘도시의 축도(縮圖)’를 만들어 보았다. 여기에서 드러난 국내 유일 데이터 도시의 실상은 의외였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와 여성은 시가 공개한 데이터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여고생은 6명 전원이 ‘앱을 이용하지 않는다’라고 답변. 여대생과 초등학생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40세 이상의 남성은 14명 중 10명이 앱을 애용했다. 마치 이곳은 ‘아저씨를 위한 데이터 도시’와도 같았다.

이튿날 기자는 흥미로운 지표 하나를 발견했다. 미국의 글로벌 경영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새로운 GDP(데이터 총생산)’. 데이터의 생산량과 이용의 편리성 등을 분석해 각국의 데이터경제 규모를 측정한 것이다. 국내총생산을 빗대어 이름 지어진 이른바 ‘정보 GDP’이다.

이 데이터 총생산에서 일본은 세계 11위. 실제 GDP에서는 3위이지만 탑 10에 들지 못했다. 그 최대 이유는 고령화로 인해 데이터 활용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데이터 도시에 걸맞은 ‘쓸만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이나 아저씨 세대의 열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노베이션을 창출하는 젊은 창업자와 학생, 여성도 함께 참여하지 않으면 데이터 도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 디지털 세대가 주역으로 --
일본을 대표하는 디지털 도시의 실태는 정말 아저씨들의 자기만족일까? 납득할 수 없는 나는 마키노(牧野) 시장(77)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그는 약 10년에 걸쳐 사바에 시의 데이터 정책을 견인해온 장본인이다.

“도쿄에서 일부러 와주셔서 기쁩니다”라고 말하며 만면의 미소로 반겨준 마키노 시장. 데이터 활용이 여성과 젊은 세대에 보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그는 “확실히 격차가 크다”라며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공개 데이터와 앱을 늘리는데 전념한 나머지 여성의 수요 등을 신경 쓰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에게는 차츰 확대되고 있다”라고 말하며 사바에역 가까이에 있는 ‘Hana도장(道場)’에서 그 징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가르쳐주었다.

Hana도장은 현지의 NPO법인이 기업과 운영하는 프로그래밍 교실. 많은 초등학생들이 방과후에 다니고 있다. 직접 방문해 2년간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있는 초등학생 오쿠보(大久保) 군을 만났다. 그는 “지금까지 게임을 5개나 만들었어요”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가 만든 이치로 선수가 은퇴했을 때의 등 번호 ‘51’을 퍼즐로 맞추는 게임은 어른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도장에는 강사 역할을 하는 도쿠하시(德橋) 씨(67)도 있었다. 60세가 넘으면서 시의 생애 학습 시설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워 지금은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사바에의 아저씨가 도시의 미래를 짊어진 어린이들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시장이 내게 보이고 싶었던 것은 이러한 세대 간의 바통 터치 광경이었을까?

태어났을 때부터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환경에서 자란 디지털 세대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흡수해 즐기면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오쿠보 군과 같은 어린이들이 주역이 되었을 때 비로소 이 도시는 틀림없이 데이터 도시로서 성숙해있을 것이다.

데이터 사회는 이제 막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언제나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서 규범이나 이용 방법도 변화하는 사회. 우리들은 젊은 세대로의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며 데이터 시회 구축에 도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데이터 사회의 풍요로움은 이러한 도전 끝에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정보 GDP
새로운 경쟁력, 미∙영∙중 3강

미국의 연구자들이 제창하는 ‘새로운 GDP(데이터 총생산)’로 각국의 데이터 국력을 측정하자 미국과 영국, 중국이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 데이터에 접하기 쉬운 환경과 생산량 등을 분석한 결과, 스위스와 한국도 상위를 차지했다. 이것은 ‘데이터경제’의 확대와 함께 앞으로 어떤 국가가 성장할 것인가를 말해주는 선행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GDP’는 글로벌경영론의 권위자 미국 터프츠대학의 차크라볼티 교수 등이 공표. 국내총생산(GDP)를 빗대어 글로벌 데이터 프로덕트(Global Data Product)의 앞 문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각국의 데이터경제 규모를 ①데이터의 생산량 ②인터넷 이용자 수 ③데이터에 접하기 쉬운 환경 ④1명 당 데이터 소비량 등 4가지 관점에서 평가한 것이다.

수위는 미국. 데이터 생산량에서 단연코 앞서있으며 다른 3항목도 높았다. 데이터에 접하기 쉬운 환경에 대한 점수가 높은 영국이 2위. 인터넷 이용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중국이 3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11위로, 캐나다와 호주보다도 낮았다. 행정기관의 데이터 공개 등이 추진되지 못하면서 데이터에 접하기 쉬운 환경에 대한 평가가 낮은 점이 순위에 영향을 미쳤다.

차크라볼티 교수는 일본의 저평가 이유를 “인터넷서비스의 보급률은 선진국 중에서도 높았지만 고령화로 정체된 상태이다”라고 분석한다. “대기업이 중심이 되어 서비스 개발이 추진되는 점도 정체의 원인이다”라고도 지적했다. 공개 데이터를 늘려 스타트업 기업 등이 활용할 수 있는 환경 정비가 중요하다고 교수는 보고 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정은 쉽지 않다. 일본 정부는 2017년, 2020년까지 모든 지자체가 행정 데이터를 공개하는 ‘오픈 데이터’를 추진한다는 목표를 책정했지만 올 3월 시점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는 요코하마 시와 고베 시 등 전체의 26%에 그치고 있다.

고치(高知) 현에서는 데이터를 공개하는 시(市), 정(町), 촌(村)이 제로. “각 시, 정, 촌이 정보 공개의 장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치 현)라는 등 열기가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다.

데이터를 경제에 활용하는 ‘데이터경제’에서는 다양한 데이터의 조합 및 인공지능(AI)을 통한 효율적인 분석 등이 불가결하다. 행정 데이터의 공개와 기업 간의 민간 데이터 공유가 추진되지 않는다면 기반이 되는 데이터 자체가 부족해 유효한 데이터 활용이 불가능해진다. 데이터 시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디지털 경제의 경쟁력에서 일본은 제자리걸음

디지털 총생산 순위

국가

1위

미국

2위

영국

3위

중국

4위

스위스

5위

한국

6위

프랑스

7위

캐나다

8위

스웨덴

9위

호주

10위

체코

11위

일본

 -- (4)로 계속 --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