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o Economy (4): 관공서 업무 1,400년 분 경감 -- ‘가처분 시간’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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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비즈니스/ 기타
- 기사일자 2019.2.28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9-03-07 21:45:58
- 조회수449
Neo economy; 진화하는 경제 (4)
관공서 업무 1,400년 분 경감
‘가처분 시간’ 쟁탈전
북유럽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의 한 슈퍼. 회사원인 카트린 씨(40)는 손에 든 스캐너로 빵과 음료의 바코드를 찍고 가방에 넣었다. 셀프 계산대에서 카드 결제를 하고 슈퍼를 나선 그녀가 쇼핑에 걸린 시간은 겨우 2분. “이전에는 계산대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지금은 쇼핑이 정말 편해졌다”.
정부의 전자화가 추진 중인 에스토니아에서는 세금 신고에서 처방전 발행까지 공적 절차의 99%가 온라인으로 처리 가능하다. 그 결과, 1인당 연간 평균 2주 분의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생략된 관공서 업무를 추산해본 결과 총 1,400년 분이었다고 한다.
누구나 공평하게 하루 시간은 24시간이다. 그러나 IT화로 생산성이 높아져 2017년까지 반 세기 동안 선진국의 1인당 노동 시간은 11% 단축되었다. ‘24시간의 벽’을 깰 수는 없을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가처분 시간’을 늘리기 위해 경쟁하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즈호은행은 2018년 8월, JR동일본의 IC카드 승차권 ‘스이카(すいか)를 은행 계좌에서 직접 충전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용한 회사원 다나카(田中) 씨(45)는 “역에서 30초 걸렸던 충전이 한 순간에 해결되었다”라며 기뻐했다.
-- “1초라도 길게” --
도쿄 도의 영상 크리에이터인 세가와산주나나(瀬川三十七) 씨(30)는 2대의 컴퓨터 앞에 앉아 “1초라도 길게 이용자를 붙잡아두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이어갔다. 그가 만들고 있는 것은 우키요에(浮世絵)의 등장 인물들이 기괴한 움직임을 반복하는 6초짜리 동영상. 영국의 의류업체가 2018년에 인터넷 광고에 그의 작품을 채택한 적도 있다.
당시 중국 발 동영상 서비스앱 ‘틱톡’이 15초의 재생 시간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다. “기업의 마케팅 시간은 분 단위에서 초 단위로 짧아지고 있다”(세가와). 이 짧은 시간이 경제 활동을 만들어 내는 원천이 된다.
싱가포르 은행 DBS그룹홀딩스는 개인 계좌를 90초 안에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2016년에 인도에서 시작했다. 2년 만에 계좌 수는 200만개 이상으로 확대. “소비자의 틈새 시간을 겨냥한 전략이 사업의 미래를 만든다”라고 DBS의 구프타 CEO는 말한다.
-- 나노초를 다투는 경쟁 --
상품 및 서비스가 보급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의 축은 극단적으로 짧아졌다. 금융 어드바이저인 킹 씨에 따르면 전화는 5천만 이용자를 확보하기까지 등장으로부터 50년이 걸렸지만, 트위터는 2년 걸렸다고 한다. 기업간 경쟁은 가속화되고 있고 주식시장에서는 고속 거래업자들이 순식간에 대량의 매매를 처리하는 등 나노(10억분의 1)초를 다투는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18세기,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국민이 소비할 수 있는 사물의 양을 부(富)라고 정의했다. 생활 필수품도 모자라는 물건이 부족한 시대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부의 척도가 물건에서 시간으로 전환되었다.
독일의 작가 미하엘 엔데는 시간 도둑으로부터 시간을 되찾는 소녀 이야기 ‘모모’에서 시간이란 삶 그 자체라고 말했다. 경제와 기술의 발전으로 늘어나는 ‘가처분 시간’. 이것을 어떻게 활용해 자신답게 살며 부로 바꿔나갈지를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