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ech 2050 (5): 초 글로벌화, 디지털로 거리 제로 -- ‘국경’은 스스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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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미래기술,전망/첨단산업
- 기사일자 2019.1.6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면
- Writerhjtic
- Date2019-01-12 20:14:41
- Pageview483
Tech 2050; 신(新)행복론 (5)
초 글로벌화, 디지털로 거리 제로
‘국경’은 스스로 정한다
“국가의 지배력에서 벗어난 커뮤니티를 기술의 힘으로 만들 수 있다”.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 이곳에 사는 창업가인 눌 씨의 어조에는 열정이 담겨있다.
눌 씨는 소수민족 로힝야족 출신. 미얀마에서의 박해로 말레이시아와 방글라데시로 도망쳐온 로힝야 난민은 100만명 규모라고 알려져 있다. 1982년에 미얀마 국적을 잃은 눌 씨는 자기 자신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은행 계좌를 개설하지도 못하고, 학교에도 갈 수 없었다”라고 말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나타났다. 블록체인이다”.
가상통화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은 참가자가 서로를 승인하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에서는 일본의 호적 등 국가적 증명 대신 ID로 개인을 특정한다.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 생활권이 사이버 공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눌 씨와 같은 사람들도 은행계좌를 만들어 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블록체인을 통해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게 된다”라고 눌 씨는 말한다.
“국가 전체를 디지털화 할 수 있다”. 눌 씨와 비슷한 미래를 내다보고 있는 사람이 스위스에 있다. 창업가 가슈타이거 씨는 모국의 모든 행정 절차를 스마트폰으로 처리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투표에서 세금 신고, 행정기관으로의 문의까지 스위스의 모든 행정 업무가 손 안에서 처리된다.
근대 국가가 성립된 것은 18세기. 영토 안의 사람들을 통합해 국민으로서 납세와 병역 등의 의무를 부여하고 그 권리도 보장해주었다. 국가의 존재를 보다 견고하게 한 것은 군사 및 생산에 관련된 기술이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진화가 세계의 기반이 되는 국가의 틀을 뒤흔들고 있다.
“일본에 있으면서 미국이나 독일에 있는 것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 다치(舘) 도쿄대학 명예교수는 디지털과 로봇 기술을 이용해 ‘또 다른 나 자신’이 수 천km 떨어진 곳에서 일하는 미래에 대해 말한다.
헤드셋과 글로브를 착용해 몸을 움직이면 원격지의 로봇이 연동되어 움직인다. 로봇이 보는 경치가 눈 앞에 보이고 로봇이 닿은 물체의 촉감도 그대로 글로브로 전달된다. KDDI그룹도 출자한 스타트업기업 '텔레이그지스턴스(Telexistence)’는 전세계를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인류의 교류를 가로막아온 ‘거리’가 사라지고 국경을 쉽게 뛰어넘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가란 무엇일까? “만국에 공통된 절대적 선(善), 정의를 구현하는 곳”.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이상적인 국가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인류는 아직도 그 이상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21세기 초인 지금, 배타적인 자국 제일주의와 새로운 패권 국가의 출현 가능성을 우리는 눈 앞에서 목격하고 있다.
“공통된 이해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사이버 공동체는 미래 세계에서 큰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국제기독교대학의 이와이(岩井) 특별초빙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국경을 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 거리가 사라진 궁극의 국제화로 인류는 전혀 새로운 사회를 구축해나갈 것이다.
블록체인
통화와 행정에서 새로운 경제망 구축
가상통화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은 ‘통화’의 형태를 바꾸려 하고 있다. 독립적인 인터넷 공간에서 참가자들간에 중개자 없이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이 기술은 새로운 경제망을 탄생시킬 가능성도 있다.
스웨덴의 중앙은행은 블록체인을 이용한 법정 디지털 통화 발행을 검토 중이다. 발행 여부에 대한 결정은 2020년경에 이루어질 전망이다. 향후, 현금을 폐지하는 것도 시야에 넣고 있다고 한다.
“블록체인의 보급으로 2050년에는 현금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에 강점을 가진 미국 기업 R3의 루터 CEO는 이러게 단언한다. 이러한 변화의 조짐은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태국은 캐시리스 결제 비율이 급속하게 높아져 50%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를 견인하는 것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결제 서비스이다.
블록체인에서는 거래 정보가 빠짐 없이 기록되며 사칭이나 위조가 불가능하다. 외부로부터 정보를 보호하는 안전성도 높다. 새로운 경제망을 구축하는데 적합한 이러한 특징에 착안해 블록체인을 도시 건설, 국가 건설에 이용하는 움직임도 추진되고 있다.
“블록체인 도시가 될 것이다”라는 목표를 내걸고 있는 곳은 한국의 서울. 서울시는 블록체인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설립. 투표 시스템 및 시내 자선사업 운영 관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에스토니아에서는 행정의 효율화가 추진되고 있다. 납세, 출생 증명, 사업소 개설 등이 블록체인으로 관리되어 IC카드 한장으로 행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외국인 체류자에게도 ‘전자 거주 ID’를 발행하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오랜 기간 외부 세력에 지배당한 어두운 역사를 가지고 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소련과 독일의 지배를 받았다. 블록체인 기술로 가령 국토가 지배당하게 된다고 해도 온라인 상에서 국가를 유지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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