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발’ 연구 성과, 신약 개발에 활용 못해 -- 산∙학 뛰어넘는 연구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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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바이오/ 농생명/ 의료·헬스케어
- 기사일자 2018.10.13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8면
- Writerhjtic
- Date2018-10-21 06:23:49
- Pageview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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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발’ 연구 성과, 신약 개발에 활용되지 못해
산∙학 분야 뛰어넘는 연구 개발 가속화되어야
1일, 교토대학의 혼조 다스쿠(本庶 佑) 특별교수의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이 결정되었다. 이번 수상은 일본의 대학에서 획기적인 신약 개발로 이어지는 독창성이 높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린 쾌거이다. 국내외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는 우수한 치료약이 일본 발 연구 성과로 탄생한 사례는 꽤 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구미(歐美)의 대형 제약들이 앞서 제품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도쿄대학의 마노(間野) 교수(국립암연구센터 연구소장)은 2007년, 비소(非小)세포폐암의 원인이 되는 융합 유전자를 발견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것을 맨 처음 폐암 신약으로 응용한 곳은 미국 화이자로, 우선 2011년에 미국, 다음 해인 2012년에 일본에서 승인을 얻었다.
교토부립의과대학의 사카이(酒井) 교수는 일본담배산업(JT)과 공동으로 독자적 방법을 통해 암의 증식을 낮추는 물질을 발견했다. 하지만 JT는 제품화를 단념. 영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가 멜라노마(흑색종)의 신약으로 제품화했다. 이후 스위스의 노바티스가 이 약을 포함해 암 치료약 사업을 GSK로부터 인수했다.
혼조 교수의 성과로 탄생한 암 면역 치료약 ‘옵디보’는 공동연구 상대인 고노(小野)제약공업이 2014년 세계 최초로 신약 승인을 얻었다. 하지만 비용이 비싼 임상시험은 미국 메다렉스와의 협업으로 처음 실현되었다. 지금도 메다렉스를 인수한 미국의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가 거대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의 판매권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제약회사들이 대학 등의 독창적인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한 신약 개발에 소극적인 이유는 제품화의 리스크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특히 임상시험은 환자를 모집하는 것이 구미에 비해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과 1,000억엔 이상의 투자를 필요로 하는 경우도 많아, 구미의 대형 제조사에 비해 규모가 작은 국내 기업들은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국내 기업들에게는 “기초연구 수준은 일본보다 구미가 더 높다”라는 선입견이 강하다. 이들 기업들은 신약 개발의 싹을 구미에서 찾기 위해 연구개발형 벤처기업과의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들은 화이자 등 대기업들이 먼저 접근하기 때문에 ‘숨어 있는 보석’을 찾기란 쉽지 않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의 존앤존슨, 노바티스, GSK 등 구미 대형 제약회사들이 비공식적으로 일본의 대학 연구자들과 빈번하게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들 기업들은 국제학회에서의 교류뿐만 아니라 장학금을 통해 젊은 연구자들에게 해외의 유력 대학에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일본의 연구자 네트워크와의 연대를 돈독히 하는 사례도 있다. 일본에서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유망한 연구들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대로 간다면 우수한 연구 성과의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 정부의 의료 연구 사령탑,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는 이에 대한 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산학 연대의 신약 개발 지원 프로젝트를 연이어 마련하고 있다. ‘올 재팬’을 고수하며 AMED가 대학과 기업, 또는 기업 간의 연대를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단독으로는 자신 없는 기업도 함께 한다면 보다 개발이 쉬워져 참가할 가능성이 높지만, 실제로 제품화의 가속화로 이어질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지금 세계가 주력하고 있는 것은 진료 정보와 약의 복용 기록, 검사 영상, 게놈의 분석 결과 등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보다 정확한 진단∙치료법 개발이다. 구미보다 출발이 늦은 일본에서도 이제야 겨우 유전자변이 등에 따라 적절한 약을 선택하는 게놈 의료가 시작되었다. 후생노동성도 게놈 의료를 위한 거점 병원을 지정했다.
국립암연구센터가 제약회사들도 끌어 들여 추진하고 있는 환자 별 유전자변이를 바탕으로 한 폐암 치료 임상시험 프로젝트에 대한 국제적인 평가도 높다. 이 밖에도 도쿄대학, 암연유명병원(がん硏有明病院) 등 복수 그룹이 암 관련 게놈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한 진료 및 치료에 착수했지만 그 방법은 각각 달라 데이터 통합도 쉽지 않고, 올 재팬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앞으로 암 면역 치료약 효과가 큰 환자의 판별 등, 게놈 진단이 도움이 될 장면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건전한 경쟁은 필요하지만, 일본에서 흔히 일어나는 발목 잡기 식 경쟁이 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구미에서는 게놈 진단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기술도 도입한 진단∙치료가 연구 단계를 넘어 산업화되고 있다. 노바티스, 미국 일라이 릴리 등 대기업들은 IT기업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고, 사내에서도 빅데이터 처리 등에 뛰어난 인재를 늘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신약 개발의 방법은 극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산학뿐만이 아닌 다른 분야 간의 장벽과 국경을 뛰어넘어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어렵게 이루어낸 기초 연구 성과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세계 선두 그룹에서 도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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