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세대 가속기(ILC) 논의 마무리 -- 경제효과 5.7조엔으로 산업에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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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미래기술,전망/첨단산업
- 기사일자 2018.8.14
- 신문사 일경산업신문
- 게재면 1면
- Writerhjtic
- Date2018-08-20 16:50:05
- Pageview469
차세대 가속기(ILC) 논의 마무리
경제효과 5.7조엔으로 산업에 빅뱅, 일본 제조업 기술 결집이 핵심
“우주가 시작된 직후의 상태를 재현할 수 있다”라고도 말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연구시설이 일본에서 탄생할까? 그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 단계를 맞고 있다. 그것은 거대 가속기 ‘International Linear Collider(ILC)’다. 약 5,000억엔이라는 거액의 건설비가 문제가 되어 건설에는 찬반 의견이 있다. 일본 제조업이 기술을 결집하는 첨단연구 시설은 과연 빛을 볼 것인가?
대형 중공업체인 IHI의 초저온압축장치의 스위치를 누르자 인버터의 고음이 울리면서 4단으로 연결된 날개 바퀴가 고속 회전을 시작한다. 순식간에 공기가 분출되어 헬륨의 온도가 급속하게 저하. 4시간 후에는 온도가 영하 271.25도에 달해 내부의 자석은 전기 저항이 제로인 초전도 상태가 되었다.
ILC는 땅 속에서 전자나 양전자를 빛의 속도까지 가속시키는 ‘엄청난’ 시설이다. 급가속에는 길이 20km이상의 자석을 효율적으로 단번에 냉각시켜 초전도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은 IHI의 기술 뿐이다.
IHI 기계기술개발부의 요시나가(吉永) 부장은 “헬륨은 조금이라도 대류하면 온도가 상승해 버린다. 벌집처럼 생긴 3mm의 육각형 모양의 공동(空洞)을 무수하게 만들어 대류를 방지함으로써 열전달이 쉬운 철의 사용량도 최소한으로 억제하였다”라고 설명한다. 프랑스의 Air Liquide나 독일의 Linde 등 경쟁사 장치의 냉동 효율은 60%대 전반이지만 IHI는 75%로 월등한 수치를 나타낸다.
-- 중소 기술도 빛난다 --
ILC의 심장부인 직선형 터널인 ‘초전도 가속 공동’을 제조하는 것은 미쓰비시중공업이다. 도시바는 입자에 전파를 맞혀서 가속시키는 대전력 마이크로파 발생 진공관의 독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소립자를 일순간에 측정하는 고성능 검출기는 지금은 Hamamatsu Photonics의 대명사라고도 할 수 있다. 그 기술은 뉴트리노 관측 장치인 ‘카미오칸데’의 개발을 통해 축적하였다.
이러한 일본 ‘제조기업’의 기술을 결집하지 않으면 ILC는 건설할 수 없다. 일본이 건설 후보지로 선정된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미국이나 유럽도 한때는 손을 들었지만 지금은 일본으로 통일되었다.
일본 기업의 실력은 해외 전문가도 인정한다. 스위스에 위치한 현재 세계 최대 가속기 ‘LHC(Large Hadron Collider)’는 유럽, 미국, 일본 등의 공동시설로, 출자 비율에 따라 각국 및 지역의 기업이 기기를 수주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일본 기업은 당초 예정 금액의 2배 이상을 납입하였다. “일본 기업이 라이벌인 유럽과 미국보다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첨단가속기 과학기술추진협의회의 마쓰오카(松岡) 사무국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한 곳은 대기업만이 아니다. JR히메지역(효고현)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중소 공장이 집적되어 있는 연안에 종업원 약 80명 규모의 회사가 있다. 마루이도금공업이다. 공장 안에는 도금 가공을 한 체인이 산적해 있어 전형적인 소규모 공장의 분위기가 난다.
그러나 마루이도금공업은 ILC건설에 필수인 연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전해연마를 오랫동안 전개해 온 프로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우리들이 하면 더 잘할 수 있다. 그래서 나서게 됐다”. 이다(井田)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전자와 양전자를 가속시키는 터널(초전도 가속 공동)의 내면은 특히 매끄럽게 연마하지 않으면 입자를 광속으로 근접시킬 수 없다. 이다 회장은 2011년에 전문 기관 등의 연마 장치를 보고 “가로 방향이 아니라 세로 방향으로 연마해야 한다”라고 생각했다.
공동 1개(약 1.2m)당 직경 약 20cm의 벌지(Bulge)가 9개 이어져 있는 특수한 모양이다. 기존의 공법에서는 벌지가 있는 부분과 좁은 부분에서 매끄러운 정도가 5배 정도 차이가 있었다.
이다 회장은 벌지에 맞춘 전용 장치를 개발하여 오차를 1.5배로 억제하는데 성공하였고 동시에 연마 시간을 기존보다 30% 단축하였다. 이다 회장은 “S자 파이프 등 특수 부품을 전해연마해 온 실적이 효과를 발휘하였다. 연내에 오차를 1.1배 이내로 단축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ILC와 같은 첨단시설을 위해 축적한 요소 기술은 차세대 주력 사업의 재료가 될 수 있다. 가속 공동을 개발하는 미쓰비시중공기계시스템(미쓰비시중공업 자회사) 설비인프라사업본부의 센뉴(仙入) 차장은 “핵심 기술의 혁신은 기존 사업에도 플러스 효과를 가져온다”라고 말한다.
-- 차세대 에너지에 길 --
“ILC는 많은 이노베이션을 창출한다. 일본에서 건설할 수 있다면 차세대의 일대 산업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 도쿄대학 소립자물리국제연구센터의 야마시타(山下) 교수도 이렇게 강조한다.
브라운관 텔레비전이나 전자 현미경 등 가속기에서 파생한 기술을 사용하여 탄생한 제품은 많다. 암의 방사선 치료에서는 암세포를 저격하기 위해 가속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인터넷 월드와이드웹(www)도 거대 가속기 ‘LHC’의 방대한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ILC가 건설되면 차세대 에너지 시스템이나 획기적인 신약 개발 기법 등이 생겨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의 거대 기업이 ILC 주변에 연구 거점을 둠으로써 스타트업 기업이 많이 육성되고 일대 산업의 집적지가 생겨날 가능성도 높다.
국내의 과학자들은 “ILC로 정말 노벨상을 받을 정도의 연구성과를 얻을 수 있을까?”라며 건설을 의문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의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도 강하다. 그러나 국내 산업에 있어서는 이노베이션을 창출하는 귀중한 기회라는 것도 사실이다. 찬반 의견이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우주의 초기 상태를 재현
ILC는 지하 약 100m에 설치하는 길이 20km의 특수한 직선형 터널이다. 이중의 바퀴 모양 부분 ‘Damping Ring’에서 전자와 양전자를 가속하여 터널의 양단으로 이동시켜 중앙부를 향해 튀긴다. 전자와 양전자는 광속에 가까운 스피드로 정면 충돌하여 그 방대한 에너지로 특수한 소립자가 생겨나는 구조다.
ILC의 경우는 ‘빅뱅’이 일어난 직후의 우주를 재현할 수 있다고도 한다. 중앙부의 ‘입자 측정기’로 정밀하게 관측하면 우주에 물질이 생겨난 구조 등의 수수께끼에도 다가설 가능성이 있다. ILC는 일본∙미국∙유럽의 공동사업으로, 이와테현을 중심으로 한 기타카미산지(北上山地)가 건설 후보지다. 문부과학성이 정식으로 유치할지 여부를 연내에 결정할 전망이다. 유치를 위해서는 2019년도 예산안의 개산 요구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ILC 경제효과 5.7조엔’ 유치 열기
유명인들의 지원, SNS 서포터즈 활용
차세대 가속기 ILC의 유치를 목표하는 이와테현 ILC추진협의회는 국내 산업에 초래하는 경제효과가 최대 5조 7,200억엔에 달한다는 시산을 정리하였다. 건설에 10년, 운용에 10년의 총 20년 동안의 경제효과를 산출하였다. 국제 프로젝트인 ILC는 이와테현의 가미카타산지(北上山地)가 후보지의 하나가 선정되었으며, 유치 지원 조직도 속속 발족하고 있다.
ILC는 일본∙미국∙유럽의 공동 건설을 목표하고 있다. 이와테현 ILC추진협의회는 가속기 관련산업에 대한 파급 효과 등을 산업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추가 시산하였다. 관련 산업도 포함한 국내의 경제효과는 최대 5조 7,200억엔에 달한다고 한다. 이 외에 관련 주택건설 등 민간투자도 최대 4,000억엔을 전망할 수 있다고 한다.
경제파급 효과는 문부과학성의 전문가 회의에서 건설 등의 직접 효과와 건설 참여 기업의 기술 향상 등 20년 동안 국내 생산에 초래하는 효과가 최대 약 2조 6,000억엔이라는 시산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테현 ILC추진협의회에서는 “건설 실현을 위한 홍보 재료로서 활용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ILC는 이와테현을 중심으로 한 가미카타산지가 후보지로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5,000억엔대의 높은 건설비가 발목을 잡고 있어 일본 정부의 태도 표명이 늦어지고 있다. 관계자는 “유럽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도 연내에는 명확한 태도를 표명해야 할 것이다”라고 초조함을 나타낸다.
경제인이나 문화인들이 중심이 되어 조직을 만들고, 일반인이 참가할 수 있는 지원 활동도 시작되었다. 이러한 활동에서도 건설 후보지를 전면에는 내세우지 않고 ILC 계획의 의미를 어필함으로써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도쿄에서 발족한 ‘ILC 100명 위원회’는 전 총무성 장관이며 전 이와테현 지사인 마스다(増田) 씨가 발기인이 되어 경제인과 문화인 129명이 찬성하였다. 경제계에서는 캐논의 오테아라이(御手洗) CEO, 도요타자동차 전 회장인 오쿠다(奥田) 씨, 소니 전 회장인 이데이(出井) 씨 등이, 문화인으로서는 도쿄대학 전 학장인 아리마(有馬) 씨, 일본문학연구자인 로버트 캠벨 씨 등이 이름을 올렸다. 각계에서의 발언 파급력과 파이프를 활용하여 ILC 유치 실현을 위한 환경 조성을 담당한다.
4월에는 영화감독인 오시이 마모루 씨를 필두로 하여 ‘ILC 서포터즈’를 발족하였다. 만화가이자 영화감독인 오토모 카쓰히로 씨 등 유명인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SNS를 통해 젊은이들에게도 확산되어 서포터는 현재 3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공통적인 것은 건설 후보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100명 위원회 발족 취지에서 “일본이 세계의 과학기술의 맹주가 될 수 있는 큰 기회다” “올림픽 이후의 일본의 성장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 기대된다” 등을 내세웠다. 서포터즈도 SNS에서 후보지 언급 없이 “일본 유치를 응원하자”라고 홍보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관심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점도 배경에 있다. 유럽은 2019년 1월에 소립자 물리학의 차기 연구계획에 대한 협의를 시작한다. 이 계획에 ILC가 포함되지 못하면, 거액 투자가 필요한 건설에의 투자로 인해 유럽의 비용 분담이 어려워진다.
7월에 열린 전문가 회의에서는 거액 투자에 걸맞은 의미를 국민들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보고 서안도 정리하였다. 보고서는 앞으로 일본학술회의에서 심의될 예정이며, 정부는 전문가 회의의 제언을 받아 유치 여부를 판단할 전망이다.
일본의 미래를 좌우하는 거대 프로젝트라는 사실을 빨리 전달하기 위해 ‘일본에 유치’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테현의 닷소(達增) 지사는 5일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과학적 연구에서 ‘100명 위원회’와 같은 조직이 만들어지지 못했다. 이러한 운동이 ILC 실현으로 이어지면 좋겠다”라며 응원단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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