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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혁신력 (2) : 살아남기 위해 달린다 -- 기업 신진대사, 미국에 뒤쳐져
  • 카테고리비즈니스/ 기타
  • 기사일자 2018.2.27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8-03-05 23:35:04
  • 조회수734

일본의 혁신력: 기업은 변할 수 있을 것인가? (2)
살아남기 위해 달린다
일본 기업의 신진대사, 미국에 뒤처져

태국 방콕 교외에서 경자동차보다 조금 작은 자동차가 1대가 연못 안 물길을 가르며 달리고 있다. 일본의 스타트업기업, FOMM(가와사키(川崎) 시)가 추진하는 초소형 전기자동차(EV)의 실험 풍경이다.

폭우로 거리에 물이 넘칠 때가 많은 태국에서 비상 시에도 이처럼 기동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EV가 있다면 편리할 것이다. 하지만 전례가 없는 이와 같은 기술에 대형 자동차업체들은 소극적이다. FOMM의 쓰루마키(鶴卷) 사장이 파트너로 출자를 받은 곳은 야마다전기와 후나이전기(船井電機). 그 이유는 “대형 자동차업체들보다 교섭이 빨리 진행되었다”라고 한다.

“그 자리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력 질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의 생물학자 반 발렌은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의 말을 인용해 살아남기 위한 조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다른 생물의 진화를 상회하는 속도로 변화하지 않으면 세상에 계속 남아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 변화를 피해 소극적으로 --
이러한 가설은 기업 간 경쟁에도 적용된다. 이전 전동직기를 생산해온 도요타자동차가 자동차 산업에 진출해 구미 기업들을 앞지른 것처럼, 지금까지 일본기업들은 변화에 대한 도전을 통해 세계에 통용되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리스크를 동반하는 전력질주를 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그들에겐 너무 커져버려 멸종해버린 공룡과 같은 과제가 있다”. 산요(三洋)전기 출신의 마에가와(前川) 교토대학 특정 조교수는 이렇게 지적한다.

기업들의 규모가 커져버리면 상대적으로 수익이 적은 새로운 사업을 설립하려는 동기가 약해진다. 이처럼 스타트 지점에서 뒤처져 버리면 어느새 신흥기업과의 차이는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수준의 기술이라면 우리 회사도 만들어낼 수 있다”라고 말하는 동안 비즈니스의 기회는 사라져버린다.

딜로이트 토마츠 컨설팅에 따르면 선행하는 제품 및 서비스가 없는 새로운 사업의 매출 비율은 미국이 6%인데 반해 일본은 3.5%.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힘에서 뒤떨어져 있다.

대기업들은 이와 같은 총화적(Concertive) 경영의 문제점을 인식하기 시작해 선택과 집중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새로운 사업을 육성하지 않는다면 핵심 사업이 쇠퇴할 경우 수익력은 줄어든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다수의 사업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매출 2조엔 이상)의 영업 이익률은 미국이 21.2%, 유럽은 8.6%, 일본은 4.3%이다.

-- 본업을 고집하지 말아야 --
기업의 명암을 가르는 것은 활발한 신진대사이다. 네덜란드의 필립스는 본업인 조명 사업을 분리, 의료 등으로 전환해 성장하고 있다. 한편, 차기 핵심 사업을 육성하지 못한 복사기의 대명사 미국의 제록스(Xerox)는 후지필름 홀딩스로의 인수가 결정되었다.

일본기업 중에서도 본업을 바꾸는 기업은 있다. 가구나 일용품이 주력이었던 아이리스오야마는 2009년에 가전 사업에 참여. 지금은 매출의 50%를 가전이 차지하고 있다. 손에 들지 않고 사용이 가능한 드라이어와 가볍고 작동이 쉬운 스틱형 청소기 등, 최첨단 기술은 아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편리한 기능을 제공하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어느 싹이 ‘돈이 되는 나무’로 성장할 것인가? 스스로 계속 변화해나가는 자세는 기업에게는 꼭 필요하다. 하버드대학의 크리스텐센 교수가 혁신을 창출하지 못하는 대기업의 ‘이노베이션의 딜레마’를 말한 지 약 20년이 지났다. 일본기업들은 아직도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사업 전환에 활로
혁신을 망설이는 기업이라도 경영 위기에 빠진다면 변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대만의 홍하이(鴻海)정밀공업의 산하로 들어간 샤프는 어쩔 수 없이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로얄파크호텔에서는 무료로 사용이 가능한 스마트폰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다. 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곳은 Handy Japan(도쿄). 홍하이가 출자하는 홍콩의 신흥 기업과 샤프의 합병 회사로, 샤프가 사업 부진으로 홍하이 그룹에 인수된 시점에서 탄생했다. 한때 액정TV에서 일세를 풍미했지만, 경영이 기울어진 샤프는 하드웨어 의존에서 벗어난 사업으로의 전환에 필사적이다.

컴퓨터의 주역이 대형기기에서 PC, 스마트폰으로 이동한 것처럼, 제품이나 서비스에는 영고성쇠(榮枯盛衰)가 있다. 2015년까지 20년 간 주요 기업들의 영업 이익률을 살펴보면, 미국은 12%인데 반해 일본은 5%. 미국은 애플과 구글 등이 등장, 사업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진 것이 큰 원인이다.

일본에도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TDK는 음악용 카세트 테이프 수요가 소멸된 이후, PC의 하드디스크 구동장치(HDD)용 자기(磁氣) 사업을 확대했다. 지금은 스마트폰용 리튬이온전지와 전자부품이 수익의 핵심분야이다.

히타치조선(日立造船)은 1980년대부터 이어져온 조선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연이어 새로운 사업을 설립. 건강 식품 ‘두충차(杜仲茶)’사업을 육성해 지금은 쌓아온 기술을 고기능 소재에 응용하고 있다. 호텔 예약 사이트는 이용자가 늘어난 시점에서 라쿠텐(樂天)에 매각. 자금은 차기 사업에 투입했다. 히타치조선에는 “사원이 도전하고 회사도 이를 서포트한다”(가야마(鎌屋) 이사)라는 풍토가 정착해있다.

기업이 수익 능력을 잃어버린 사업을 계속 끌어안고 있으면 경영은 기울어진다. 기업이 어디에서 철수하고 무엇에 투자해나갈지에 대한 명확한 선택을 추진해나갈 수 있는지가 승부처가 될 것이다.

▶ 신진대사를 추진하는 일본 기업들
- 아이리스오야마: 2009년에 가전 시장에 참여, 현재는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주력사업으로
- TDK: 카세트 테이프에서 철수해 HDD용 자기헤드와 스마트폰 충전지사업 전개
- 히타치조선: ‘두충차’와 호텔 예약 사이트 사업을 성장시켜 고바야시(小林)제약과 라쿠텐에 매각
- 샤프: 홍하이정밀공업의 산하에 들어간 것을 계기로 액정TV 등 하드웨어 의존에서의 탈피를 도모
- 후지필름: 사진 필름 축소를 배경으로 전자재료와 복합기, 의료에 주력

 -- (3)으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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