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요타 VS. 소프트뱅크 -- 산업 구조의 변화 속 ‘이종 격투기’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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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비즈니스/ 기타
- 기사일자 2018.2.19
- 신문사 일경산업신문
- 게재면 2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8-02-26 14:53:11
- 조회수714
NEWS 이렇게 읽는다
도요타 VS. 소프트뱅크
산업 구조의 변화 속 ‘이종 격투기’
오쿠히라 카즈유키(奧平 和行) / 편집위원 겸 논설위원. 자동차, IT, 스타트업 등을 담당
도요타자동차의 라이벌이라고 하면 독일의 폭스바겐이나 GM이라고 일반적으로 인식되어왔지만, 최근 의외의 상대와 대결하는 상황이 눈에 띄고 있다. 그 상대는 소프트뱅크그룹(SBG). 자타가 인정하는 제조업의 대표 주자와 ‘정보 혁명’을 추구하는 기업 간의 ‘이종 격투기’는 산업 구조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2월 8일, 선제 공격을 가한 곳은 도요타다. 택시회사 일본교통(日本交通)의 그룹 회사로 스마트폰용 배차 서비스앱을 개발하는 Japan Taxi(도쿄)에 약 75억엔을 출자한다고 발표. 배차 지원 시스템 등의 택시용 서비스를 공동 개발한다.
도요타는 2016년, 가와나베(川鍋)가 당시 부회장을 맡고 있던 업계 단체, 전국하이어 택시연합회와 유니버셜 디자인의 택시 보급 등에서 협력해나가는 것을 결정. 신형 택시 도입을 추진해왔다. 2017년에는 도요타 계열 펀드가 재팬 택시에 5억엔을 출자. 이번 도요타의 출자로 관계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날 9일, SBG산하의 소프트뱅크가 중국의 배차 서비스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과의 협업을 발표했다. SBG는 2017년, 산하 펀드를 통해 디디추싱에 출자. 이번 협업 결정으로 국내에서 택시 배차 시스템 등을 제공해나간다. 또한 합병 회사 설립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도요타∙일본교통그룹과 소프트뱅크∙디디추싱 그룹이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차세대 택시 배차 시스템에서 경쟁하는 구도를 형성. 세계적으로는 도요타와 차량 공유업체인 미국 우버테크놀로지 및 싱가포르의 GRAB 등과도 협업하는 SBG가 교통 플랫폼을 놓고 경쟁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IT에서는 컴퓨터가 코모디티(범용품)가 되어 구글 등의 플랫폼 기업이 많은 가치를 얻게 되었다. 자동차도 교통기관이라는 점에서는 하나의 부품이기 때문에 우리들은 보다 큰 플랫폼을 제공해나가려고 한다”. 7일의 결산 회견에서 SBG의 손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도요타는 자동차의 코모디티화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면서도 새로운 흐름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고 있다. 도요타(豊田) 사장은 1월, “신뢰할 수 있는 핸드 메이커임과 동시에 교통 서비스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출발점은 서로 다르지만, 두 기업 대표의 발언은 일부 닮아있는 부분이 있다.
두 회사는 본사와 자회사를 통해 자율주행의 기술 개발에 착수, 그 ‘주변 영역’에 해당하는 로봇 분야에서도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도요타가 2017년에 계열의 펀드를 통해 투자한 스타트업기업 GROOVE X(도쿄). 그루브-X의 하야시(林) 대표이사는 본래 도요타 출신이지만, 소프트뱅크 계열 기업을 거쳐 그루브 X를 설립한 독특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1월 중순, 그루브 X에 SBG가 공세를 가했다. ‘언론에 보도된 예전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사원과 페퍼(Pepper)와의 관련성에 대한 표현에 관한 당부 말씀’. 이러한 문서를 그루브 X에 보낸 소프트뱅크는 하야시 대표이사가 인간형 로봇 페퍼의 ‘아버지’, ‘만들어낸 부모’라는 등의 일부 보도를 부정했다. 두 회사 모두 구글 산하의 로봇 개발회사의 인수를 희망한 인연도 있다.
지금까지 도요타와 SBG의 라이벌 관계를 살펴보았지만, 이 두 회사는 경쟁 상대만이 아닌 다른 관계로도 이어져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예를 들어, SBG가 대주주로서 경영에 참가하는 우버와 그랩에는 도요타의 그룹회사도 출자하고 있다. 도요타는 1월, 이동과 물류 등에 다목적으로 이용이 가능한 전기자동차(EV) 컨셉카 ‘e-Palette’를 발표. 실용화를 위해 우버와 디디추싱 등의 협력을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떤 분야에서는 격렬하게 경쟁하면서, 다른 분야에서는 손을 잡는 것. 이러한 관계를 ‘프레너미(Frenemy)’라고 부른다. 친구와 적을 결합한 신조어이다. 이와 같은 관계는 기기, 기본 소프트(OS), 앱,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IT분야에 많이 형성되고 있다.
구글과 이전 컴퓨터 제조사였던 애플의 관계가 그 전형적인 예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에는 서로 보완적 관계였던 두 회사는 구글의 당시 CEO인 슈밋이 애플의 사외 이사를 맡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 구글이 스마트폰 등의 OS ‘안드로이드’의 제공을 시작하자, 앱 개발자 영입 등을 둘러싸고 대립 관계가 형성되었고, 소송으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2014년에는 모든 소송을 중지하기로 합의, 현재는 가끔 작은 규모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정도이다. 구글은 애플 제품에서 구글 검색 등의 서비스 이용을 쉽게 하는 것에 대한 대가를 애플에 매년 지불하는 등, 서로 의존하고 있는 면도 있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도요타와 SBG의 관계의 끝은 프레너미일지도 모르겠다.
도쿄 시내 SBG 본사 앞에 있는 택시 승차장은 일본교통 차량밖에는 대기할 수 없게 되어있다. 하지만 차세대 택시 배차 시스템에서 도요타와 손을 잡은 일본교통은 SBG의 라이벌이 될 것이다. 향후, 이곳 승차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택시는 과연 어느 배차 시스템을 탑재할 것일까? 쓸데없는 의문일지 몰라도 이러한 곳에서도 두 회사의 관계가 드러나게 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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