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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헤이세이 미래학 : (제2부) 건강 이노베이션 -- 표적은 유전자, 암 치료
  • 카테고리바이오/ 농생명/ 의료·헬스케어
  • 기사일자 2017.12.7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1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7-12-14 21:52:37
  • 조회수625

포스트 헤이세이(平成)의 미래학, (제 2부) 건강 이노베이션
표적은 유전자
암 치료, ‘신의 영역’에 들어섰다

일본어 사전인 고지엔(広辞苑)의 약 400권 분량에 해당하는 문자 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사람의 게놈을 분석해 앞으로 병에 걸릴 위험성을 판정해준다. 이처럼 손쉽게 유전자를 검사해주는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게놈이라는 ‘궁극의 개인 정보’를 통해 자신의 미래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이상 유전자를 복구해 암 등을 간단히 치료할 수 있게 될 시대가 올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11월 하순, 필자(24)의 책상 위에는 A5 크기의 흰색 상자가 놓여있었다. 수 일 전, 인터넷으로 신청한 유전자 검사 키트이다. 자신의 타액을 용기에 넣어 다시 업체로 돌려보내면 유전자를 분석해 질병에 걸릴 가능성을 수치로 표시해 통지해준다.

방법은 유전자 검사 키트 용기에 입술을 대고 타액을 뱉는 것이다. 10ml 정도의 타액을 모으는 것은 꽤 어려워 입안이 바싹 마를 정도였다. 모아진 타액에 파란색 보존액을 넣어 상하로 흔들어 섞어주고, 반송용 봉투에 넣어 우편으로 보내기만 하면 되었다.

유전자 검사 키트는 DeNA의 자회사, DeNA Life Science(도쿄)의 유전자검사 서비스 ‘마이 코드’를 이용했다. 약 2주 후, 인터넷을 통해 암과 알츠하이머 등 최대 280항목에 관련된 결과를 알 수 있었다. 표준형 키트는 약 3만엔이다.

그렇다면 이용자의 타액은 어디서 분석하는 것일까? 나는 도쿄 시내에 있는 연구소를 방문했다. 평소에는 주소도 비공개로 하고 있다. 가쓰마타(勝又) 연구원(32)에 따르면, 많은 날은 하루에 1,000개 이상의 봉투가 배달되어온다고 한다. 분석 공정은 거의 자동화되어 있다. 유전자 정보 관리 및 외부로의 유출 방지에 대해서는 “연구소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지문 인식과 카드 키가 필요하고, 모든 연구실에 감시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다’라고 대답해주었지만, 조금은 걱정스러웠다.

분석 결과에 이용자가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에는 ‘정말로 열람하실 의향이 있습니까?’라는 경고문이 뜬다. 동의에 클릭하면, ‘식도암 2.61배’ ‘전립선암 1.42배’ 등으로 표시된다. 이러한 수치는 일본인의 평균과 비교해 걸리기 쉬운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수치의 기반이 되는 것은 유전자 역학 등에 관한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이다. 유전자 정보의 활용이 활발한 미국에서는 2013년, 여배우 안제리나 졸리가 자신의 유전자 타입에서 유방암 가능성이 높은 사실을 알고 유방 절제 수술을 받은 것이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것과 같은 유전자 검사 키트는 사업체에 따라 가능성 수치에 차이가 있거나, 과학적 근거가 약한 평가가 있는 등,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아직 발전 단계인 서비스이기 때문에 결과를 참조해 식생활을 고치거나 이를 계기로 건강검진을 받는 등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하지만 분석의 정밀도가 높아진다면 유전자와 깊은 관련성을 가진 병의 가능성 수치는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방대한 정보를 이용해 프로 바둑기사를 거뜬히 이길 수 있을 때까지 발전한 인공지능(AI) 바둑 소프트웨어의 사례도 있다. 그렇다면 유전자를 통해 병의 가능성을 알게 되는 현실과 직면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최첨단 유전자 치료의 연구 현장에도 방문했다.

도쿄대학의 누레키(濡木) 교수는 “이상이 있는 유전자를 정상인 상태로 복구시키면 암은 나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 무기가 되는 것이 ‘게놈 편집’이라고 하는 최신 기술이다. 유전자를 자유자재로 떼어나거나 붙일 수 있어, 이상 부위를 핀포인트로 복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누레키 교수는 ‘암도 주사 한 대로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도치키(栃木) 현에 있는 자치의과대학에서는 하나조노(花園) 교수팀이 돼지를 대상으로 유전병 등을 게놈 편집으로 치료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유전자를 철저하게 조사해 원하는 대로 재구성하는 기술이 불치병 치료에 획기적 진화를 초래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취재를 하면서 내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은 미국 SF영화 ‘가타카’(1997년 개봉)이다.

유전자 조작이 당연해져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적격자’와 자연적으로 태어난 ‘부적격자’로 구별되는 미래 사회를 그렸다. 심장병으로 30세까지밖에 살지 못하는 부적격자인 주인공이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맨 마지막에 타인의 혈액과 소변을 입수해 유전자 검사를 통과해 꿈을 이루는 내용이다.

이 영화가 개봉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 고도의 유전자 조작 기술을 손에 넣은 인류는 ‘신의 영역’에 들어서게 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되돌아 갈 수 없는 ‘루비콘 강’ 너머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개인 정보가 외부로 노출되고, 부모가 바라는 용모와 재능을 가진 ‘디자이너 베이비’가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세계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은 지혜로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다.

-- 게놈 편집으로 발병 가능성 감소 --
인류 역사에서는 오랜 기간 생과 사가 함께 공존했다.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한 대규모 감염이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사태가 반복되어왔다. 20세기에 들어 항생 물질 등의 개발과 다양한 의료기술이 발전하며 감염병의 위협은 낮아졌고 사람들은 장수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때 인류에게 또 다른 큰 위협으로 다가온 것이 암이다. 암은 세포의 노화라고 말할 수 있는 병으로, 오래 살게 되면 많은 사람에게 발병하는 병이다.

암은 지금 일본인의 사망 원인 1위이다. 남성 약 3명 중 2명, 여성 약 2면 중 1명이 살아가면서 암에 걸린다. 연간 약 100만 명이 새롭게 암 진단을 받고, 약 37만 명이 이 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암도 급증했다.

암의 원인은 정상인 유전자가 이상 유전자가 되는 것이다. 암에 걸리기 쉬운 유전자 타입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방사선이나 담배에 함유된 발암물질 등의 영향으로도 유전자가 변해 세포가 암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오랜 기간 암을 연구해온 구로키(黑木) 전 기후(岐阜)대학 학장은 “(사람 등)다세포 생물에게 암은 숙명이다”라고 말한다.

체내에는 매일, 약 5,000개의 암세포가 만들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평상시에는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 및 이상물질을 제거하는 시스템이 기능한다. 그러나 암세포는 이러한 방어 시스템 속에서도 증식하거나 전이 등을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위험하다.

암 치료는 항암제 투여와 수술, 방사선 치료가 주된 방법이다. 기존 항암제의 대부분은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화학물질로, 투여량의 조절이 어렵다. 적을 경우 효과가 없지만, 많게 되면 구토와 탈모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최근 보급된 ‘분자 표적 약’은 암세포만이 가진 유전자나 단백질을 공격한다. 예를 들어, 같은 유방암이라도 유전자 타입은 여러 개 있어, 유전자의 차이로 약물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암이 생긴 부위가 달라도 원인 유전자가 같다면 동일한 약이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기존의 폐와 위 등 장기 별 치료에서 유전자를 바탕으로 약을 정하는 치료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노(小野)약품공업의 ‘옵디보’ 등 면역 시스템을 이용하는 ‘암면역 요법’도 주목을 받고 있다.

‘게놈 편집’을 이용한 최신 암 치료는 연구 단계에 있지만, 암세포에만 나타나는 유전자를 표적으로 암세포를 핀포인트로 공격하는 치료법이다. 어떤 유전자라도 제거할 수 있고, 모든 종류의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치료가 실용화된다면 암환자에 게놈 편집를 시행해 암세포를 제거하거나 유전자를 정상인 세포로 복구할 수 있게 된다. 향후 암이 될 가능성이 있는 유전자를 바꾼다면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도쿄대학의 누레키 교수팀은 해외에서 2, 3년 후에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자치의료대학의 하나조노 교수는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처하기 위한 연구도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암의 완치는 당연하다’라는 시대가 온다면, 인류와 병과의 관계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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