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첨단기술) 차세대 선도자 : VR로 뇌를 속인다 -- 감각을 조종하여 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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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AI/ 로봇·드론/ VR
- 기사일자 2017.10.26
- 신문사 일경산업신문
- 게재면 8면
- Writerhjtic
- Date2017-11-02 09:31:24
- Pageview770
첨단기술 : 차세대 선도자
VR로 뇌를 속인다
감각을 조종하여 현실을 다시 만든다
도쿄대학 대학원 공학계 연구과 강사 나루미 타쿠지(鳴海拓志) 씨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나선형 계단.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를 벗으니 현실은 바닥에 방사(Radial) 모양으로 돌기가 붙여져 있을 뿐이었다. 도쿄대학의 나루미 강사(34)는 이 ‘무한계단’처럼 감각을 조종하여 현실을 다시 창조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VR(가상현실)을 사용하면 사람의 행동이나 마음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HMD를 장착하고 벽을 만지면서 걸으면 실제로는 굽어진 공간을 걷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직진하고 있다는 착각을 한다. 나루미 강사 연구팀이 개발한 ‘무한회랑’은 올해 문화청의 미디어예술제에서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GO’와 같은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보정한 영상이라는 시각과 촉각을 조합시켜 직경 약 6m의 공간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도 무한히 돌아다닐 수 있는 감각을 만들었다.
딸기에 블루하와이, 레몬. 얼음빙수 위에 뿌리는 시럽은 향료와 인공 착색료가 다를 뿐 원료는 같다. 그래도 다른 맛으로 느껴진다. 오감은 서로 섞여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루미 씨는 이 현상을 잘 사용하여 뇌를 속이고 있다.
나루미 씨가 이 분야에 들어선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고등학생 무렵부터 미디어 아티스트 개척자인 이와이(岩井) 씨의 팬이었다. 도쿄대학 고마바 캠퍼스로 수업을 들으러 갔을 때 바로 눈 앞을 걷고 있는 이와이 씨를 발견하였다. ‘이와이 씨죠?’라고 말을 걸자 이와이 씨는 특임교수로 근무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와이 씨의 연구실에 출입하면서 지금의 상사이자 이와이 씨를 도쿄대학으로 오게 한 히로세(広瀬) 교수를 만나게 되었고, 그의 연구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히로세 교수는 가상현실 연구의 제1인자다.
나루미 씨의 대표적인 연구 중 하나가 박사과정에 있을 때 연구한 ‘메타쿠키’다. 플레인 맛 쿠키를 모양과 냄새로 맛을 바꾼다. 소인(燒印)으로 AR(확장현실) 마크를 찍고, 그 위치에 맞춰서 HMD에서는 다른 맛의 쿠키 영상을 표시한다. 초콜릿 등의 냄새가 나게 하면 70%의 사람이 그 맛이라고 착각하였다.
박사과정 심사에서 어느 교수가 ‘맛이 바뀌는 것뿐이죠? 살이 빠진다거나 뭔가 좋은 일은 없나요?’라는 질문을 했다. 그 다음에 연구한 것이 ‘확장만복감’이다.
사람은 음식의 모양에 따라 먹는 양이 변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영상으로 쿠키를 크게 보여주면 실제로 먹은 양이 줄고, 반대로 작게 보여주면 먹는 양은 증가하였다. ‘감각을 바꾸면 무의식적으로 행동도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VR로 슈퍼맨을 체험하면 이타적인 행동을 하기 쉬워진다는 연구가 있다. VR은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고 행동까지 바꿔버릴 가능성이 있다. 무의식적으로 사람의 능력을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고 한다.
나루미 씨는 ‘체험과 지식은 명확히 다르다’라고 말한다. 머리에서 생각하는 것과 체험에는 간극이 있다. ‘해보면 안다, 그렇다면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남동생의 존재가 크다고 말한다.
함께 생활해 온 자신은 남동생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이해할 수 있지만 일반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다. 어떻게 하면 이해해 주는 사람을 늘릴 수 있을까? 최종적으로 도달한 것은 ‘추체험(追體驗)’이었다.
‘사람이 서로 이해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할 수도 있고 다양성을 허용하기도 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라고 말한다. 입장이나 가치관이 다른 사람이 서로를 인정하거나 사람을 친절하게 대하는 일에 VR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꿈은 원대하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