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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시계의 비밀’ 노벨상 수상
단백질, 생체 주기를 형성하는 열쇠

2017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은 생물의 생체 시계를 제어하는 ‘시계 유전자’의 기능을 밝혀낸 미국의 3인의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초파리 연구를 통해 생체 시계의 비밀을 분자 레벨에서 밝힐 수 있는 돌파구를 열어주었다. 일본에서는 포유류나 박테리아 등을 이용한 선구적인 연구가 추진. 단백질 기능이 생체 시계의 주기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나고야대학, 유전자 없이 재현 --
생체 시계는 지구의 자전에 따른 낮과 밤의 리듬에 맞춰 생물의 활동 및 신진대사가 약 24시간 주기로 변동하는 시스템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 브랜다이스(Brandeis)대학 제프리 홀(Jeffrey Hall) 명예교수팀 3인은 1980년대에 생체 시계를 담당하는 시계 유전자 특정에 성공했다.

“생체 시계가 소수의 유전자로 조절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이화학연구소(理化學硏究所)의 우에다(上田) 그룹디렉터(도쿄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시계 유전자로 인해 야간에 ‘시계 단백질’이 생기고, 그 단백질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면 유전자 기능이 중지된다. 낮에 단백질은 분산되어 감소하기 때문에 유전자 기능은 다시 재개된다. 유전자 기능에 대한 ‘부(負)의 피드백 제어’라고 불리는 이러한 시스템이 생체 시계의 리듬을 만들어낸다라는 가설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고야 대학의 긴토(近藤) 명예교수팀은 세포의 일종인 시아노박테리아(남세균)를 연구해, 2005년 유전자 기능 없이 시험관 안에서 생체 시계의 주기를 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생체 시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유전자에 대한 부의 피드백 제어만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화학연구소의 우에다 교수는 긴토 교수팀의 연구를 “시계 유전자의 발견보다 중요하다고도 말할 수 있다.”라고 지적. 노벨상 심사위원회도 수상자 발표 시의 자료에서 ‘주목해야 할 성과’라고 언급했다.

긴토 교수팀의 실험은 매우 심플하다. 시아노박테리아가 가진 3종류의 시계 단백질과 생물의 에너지가 되는 ATP라고 하는 물질을 시험관 안에 혼합했다. 그 중 단백질의 한 종류인 ‘KaiC’의 구조가 약 24시간 주기로 변화하게 되었다.

분자과학연구소의 아키야마(秋山) 교수팀은 단백질의 상세한 입체구조를 분석. KaiC가 효소로써 ATP를 분해하는 반응이 천천히 진행되는 것이 주기의 길이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단백질의 구조가 장해가 되어 물 분자와 ATP가 서로 가까이 가기 어려운 것이 분해 반응의 지연을 초래했다. 이것은 생체 시계 시스템의 핵심을 원자 레벨에서 밝혀낸 것으로, 2015년 미국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 논문이 발표되었다.

아키야마 교수는 “적어도 시아노박테리아에서는 단백질이 생체 시계의 많은 부분을 결정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포유류도 단백질 구조가 생체 시계의 주기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화학연구소의 우에다 교수팀은 2016년 말, ‘크립토크롬(Cryptocrome)1’이라고 하는 단백질의 특정 부위의 구조를 바꾸면, 쥐의 활동 주기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서로 다른 구조의 단백질을 갖도록 쥐의 유전자를 조작해본 결과, 활동 주기가 길어지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했다.

지금까지 크립토크롬1의 분해되는 속도가 주기의 길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되어왔다. 그러나 실험에서 주목한 부위의 구조는 분해 속도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고, 분해 속도와는 다른 시스템이 주기의 길이에 관여할 가능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우에다 교수는 “생체 시계를 제어하는 분자를 특정하는 시대는 끝났고, 앞으로는 분자가 어떠한 원리로 움직이는가에 대한 연구가 추진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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