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리한 인간형 로봇에게 느낀 감동과 불안 -- 인간형 로봇의 실현은 꿈일까, 공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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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AI/ 로봇·드론/ VR
- 기사일자 2025.4.7
- 신문사 Nikkei X-TECH
- 게재면 Online
- 작성자hjtic
- 날짜2025-04-18 09:43:48
- 조회수166
편리한 인간형 로봇에게 느낀 감동과 불안
인간형 로봇의 실현은 꿈일까, 공포일까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은 AI(인공지능)을 통한 학습으로 사람의 일을 대행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높아지고 있다. 청소기를 이용해 방을 청소하고 식물에 물을 주는 등 간단한 집안일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로봇 기술을 잘 모르는 필자는 인간형 로봇의 유용성에 오랫동안 회의적이었지만 최근의 성능 진화에 충격을 받고 있다. 다만, 로봇의 진화에 감동하는 한편으로 악용되는 리스크에 불안도 느끼고 있다.
필자는 미국 엔비디아의 개발자 회의 ‘GTC 2025’(2025년 3월 개최)에 참가하여, 엔비디아의 AI 기술을 응용한 전시를 많이 보았다. 그 중에서도 유독 인기였던 것이 인간형 로봇의 시연이었다. 거실이나 점포를 모방한 공간을 인간형 로봇이 돌아다니며 청소나 물주기를 하거나 선반에서 상품을 꺼내 옮기는 동작을 선보였다.
특히 노르웨이의 스타트업 1X Technologies의 가정용 인간형 로봇 ‘NEO Gamma’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압권이었다. 필자가 부스를 방문했을 때, 스태프가 방문객을 응대하고 있는 뒤에서 NEO Gamma가 사람들을 피해 터벅터벅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스틱형 청소기를 잡고 스위치를 켜서 카펫을 청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청소기를 생각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이에게도 어려운데 로봇이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는 것은 이상한 광경이었다. 그 다음에는 테이블에 있던 물뿌리개를 손에 들고 관엽식물에 물을 주기도 하고, 방문객과 대화를 하기도 했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브이 사인을 보여주는 등 팬 서비스도 잊지 않는다. 로봇이 워낙 손재주를 부리다 보니 필자는 섬뜩함을 느껴 "로봇 안에 사람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한 동안 응시하고 있었을 정도다.
SF 영화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많은 일을 해내고 소통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활약하는 모습이 자주 그려진다. 이 GTC 부스에서는 바로 그런 미래가 현실이 된 듯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미국 Agility Robotics는 인간형 로봇이 선반에 늘어선 물건을 집어 바구니에 담아 반대편 테이블까지 운반하는 일련의 동작을 공개했다. 이 인간형 로봇은 움직임이 느려서 조금 어색했지만 공장이나 창고, 건설 현장 등의 단순 작업에는 비교적 빨리 도입할 수 있을 것 같다.
-- AI로 기술을 고속 학습 --
로봇이 이런 복잡한 동작을 해낼 수 있게 된 데는 AI의 진화가 크게 기여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로봇용 AI의 학습용과 추론용 계산 리소스, 개발 환경 등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가 GTC에서 발표한 로봇 기반 모델 'Isaac GR00T N1'을 이용하면 여러 로봇이 연계해 작업하는 등의 복잡한 동작이 가능해진다.
물리법칙 등을 재현한 디지털 공간에서, 로봇의 다양한 움직임을 병행/고속으로 시뮬레이션하여 최적의 동작을 AI가 학습한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GPU(이미지처리반도체)를 활용함으로써 방대한 계산을 고속화해 단기간에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1X Technologies나 Agility Robotics는 앞서서 이 N1을 학습에 활용하고 있다.
AI 학습을 강화해 나가면 로봇이 해낼 수 있는 집안일의 종류가 늘어나고, 공장 내에서도 복잡한 작업을 해낼 수 있게 된다. 로봇이 중노동이나 위험작업을 대행해 산재를 줄이는 데 일조할 수도 있다. 로봇의 진화로 사람들의 생활이 편리해지면 기쁜 일이지만, 그만큼 로봇이 악용되었을 때의 리스크도 높아져 간다.
예를 들어 AI로 폭력적인 동작을 학습시켜 로봇을 나쁜 일에 사용하는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다. AI의 학습 기반은 오픈소스로 무상 공개돼 있기 때문에 자본력과 개발 리소스만 있으면 악의를 가진 개발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로봇의 미래는 개발자의 도덕성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가 GTC의 로봇 전시를 보고 불안해한 이유는 무의식 중에 “로봇(의 개발자)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라는 감정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 AI 윤리 논의는 각국에서 차이 --
AI가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악용되지 않기 위한 사고방식, 이른바 'AI 윤리'가 현재 전 세계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하나의 합의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각국, 지역, 조직에 따라 다르다. AI 윤리의 책정에서는 유럽이나 미국이 앞서고 있고, 일본의 동향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AI 윤리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항목은 다양하지만, 주로 ‘설명 가능성’ ‘공평성’ ‘견고성(시큐리티, 신뢰성)’ ‘투명성’ ‘프라이버시의 보호’의 5개 항목이 중시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5월에 ‘AI법(Artificial Intelligence Act)’을 책정했다. AI의 리스크를 분류하여, 용납할 수 없는 리스크를 가진 AI의 사용과 제공을 금지하는 등 금지나 벌칙이 가능한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AI법은 EU에 거점을 두지 않는 기업이라도 EU 내에 AI를 제공하는 기업을 규제 대상으로 하는 '역외 적용'이 특징으로, 엄격한 벌칙 등을 수반한다.
미국에서도 AI 윤리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3년 10월에 AI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다만, 이 대통령령은 EU의 AI법처럼 제한이나 벌칙이 가능한 것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안전한 AI 개발을 위한 방침으로 되어 있다. 한편, 주 단위로는 콜로라도 주처럼 차별로 이어지는 AI 이용 등을 규제하는 주(州)법이 제정된 사례도 있다.
AI 윤리는 대형 기술 계열 기업 외에도 정부기관이나 비영리단체 등이 AI 윤리를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나 비영리 단체인 독일 Algorithm Watch, 미국 뉴욕대학(NYU)의 비영리 단체 AI Now Institute, 여러 기관과 대학이 협력하는 미국 CHAI(Center for Human-Compatible Artificial Intelligence) 등이 있다. 다만, 2025년 1월 취임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I 규제를 완화하는 대통령령을 발표했기 때문에 향후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현재 직접 AI를 규제하는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2025년 2월 28일에 AI의 악용 리스크에 대처하는 새로운 AI 법안을 각의 결정했다. 부정한 목적으로 AI를 개발했을 경우에는 국가에게 조사 권한이 있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앞으로 AI나 AI를 탑재한 기술의 개발이 가속되는 가운데, 사람들이 느끼는 편리성과 안전성의 양립이 중요한 테마가 될 것이다. 이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매우 긴급한 과제다. 사람을 도와주는 편리한 로봇 사회가 실현될지, 영화 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처럼 로봇이나 AI가 인류에게 반기를 드는 공포의 시대가 도래할지 우리는 그 갈림길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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