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B 기판 제조 공정에서 사라진 직경 약 5cm의 '구리볼'
-
- 카테고리스마트카/ 항공·우주/ 부품
- 기사일자 2024.7.17
- 신문사 Nikkei X-TECH
- 게재면 Online
- 작성자hjtic
- 날짜2024-08-06 18:48:34
- 조회수133
Nikkei X-TECH_2024.7.17
PCB 기판 제조 공정에서 사라진 직경 약 5cm의 '구리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라며 보여준 것은 작은 골판지 상자에 담긴 몇 개의 구리볼(직경 약 5cm)이다. 프린트 배선 기판(PCB)을 제작하는 OKI서킷테크놀로지(야마가타현, 이하 OTC) 본사 공장에 있는 ‘황산동 도금’ 라인 옆에 놓여 있었다.
OTC는 ’H3’ 로켓에 탑재되는 기판의 약 90%를 제작하는 등 높은 신뢰성이 요구되는 복잡한 다층 기판을 특기로 한다. 수요 증가를 전망할 수 있는 방위우주 관련에서의 수주 강화를 목표로 해 구리 도금 라인 기판을 갱신/강화한다. 2024년 6월 현재, 약 30년 전의 공장 건설 직후부터 가동되고 있는 구(舊) 라인과 새 라인이 병존하고 있다. 구리볼은 구 라인에서 30년간 사용했지만 새로운 라인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 층간 도통(導通) 확보를 위해 구리 도금 --
구리 도금 라인은 PCB 표면에 구리막을 치는 공정 설비로, 구리막의 근원이 되는 구리의 공급원이 구리볼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구리 도금 라인이 왜 필요한지 사실 처음에 알기 어려웠다.
왜냐하면 PCB의 재료는 동박적층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박적층판은 유리섬유에 열경화성 플라스틱을 함침시켜 만든 판의 양쪽에 동박(구리박)을 붙인 것이며, 그 동박을 부분적으로 녹여 남은 곳을 회로로 한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구리는 재료에 붙어 있다고 생각해 버렸다.
“실제로는 다층기판으로 층 간을 전기적으로 잇기 때문에 구리를 부착시키는 공정이 필요하다”(OTC). 여러 층의 회로가 쌓이는 다층기판에서는 층과 층을 전기적으로 접속해 회로가 기능하도록 한다. 그 목적으로 다층기판에 구멍(스루홀)을 뚫으면, 구멍 내면에는 마치 지층처럼 내층 회로를 형성하는 동박과 기판재료인 유리섬유가 들어간 플라스틱이 번갈아 단면으로 노출된다. 여기서 구멍 내면을 도금 동막으로 덮어 층 간을 접속한다.
구리볼을 사용하는 것은 30년 전에 구 라인이 생겼을 무렵에는 일반적인 방법이었던 것 같다. 양극에 구리볼, 음극에 PCB를 연결한 뒤 양쪽을 황산구리 용액에 담가 전압을 걸면 구리볼에서 구리이온이 녹아내려 PCB까지 이동해 석출하는 구조다.
이 방법은 구리 덩어리가 녹아 구리이온(보통 2가)이 된다는, 인위적인 제어가 어려운 화학적 과정에 의존한다. 도금액 속의 불순물에 의해 1가의 구리이온이 발생하면, 슬러지(오니)가 생기거나 도금막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도금을 매끈하게 하는 첨가제의 일부가 구리볼과 반응하는 문제도 있었기 때문에 최근에는 녹지 않는 양극을 사용하는 방법을 채택하게 된 것 같다.
새 라인에서는 구리볼 대신 분말을 사용한다. 30분에 1회 정도로 미세하게 도금액 성분을 자동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자동으로 분말을 보내는 방식으로 대체됐다. 구 라인에서는 도금액 분석은 노동력을 요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하루에 몇 번 밖에 할 수 없어 구리볼은 도금액에 넣어둔 채였다.
그러나 이 분말은 겉보기에는 검댕처럼 검다. 금속구리가 아니라 산화구리 분말이라고 한다. 초보자의 눈에는 금속 광택을 동반하며 적동색으로 빛나는 구리볼이 무척이나 도금 라인답게 보였다.
-- 제품 다양화에 맞춰 공정을 분할 --
새 라인은 구리 재료 이외에도 개량을 추가했다. 라인에 PCB를 투입하는 작업을 로봇으로 자동화하고, 검사에도 이미지 검사를 다용한다. 또한 구 라인에서는 연속하고 있던 ‘화학동 도금’과 ‘황산동 도금(전기 도금)’의 공정을 분할해, 독립된 운용을 가능하게 한다.
스루홀 내면에는, 처음에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화학적 반응을 통해 구리를 석출시키는 화학동 도금으로 얇은 동막을 쳐두고 나서, 황산동 도금을 적용한다. 황산동 도금은 전류를 통해 음극에 동막을 석출시키는 방법으로, 전기가 통하지 않는 유리섬유가 섞인 플라스틱에는 갑자기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동막을 형성할 수 있는 속도는 황산동 도금이 더 빠르다.
그 때문에 구 라인에서는 2종류의 도금 공정을 연속해서 실행하도록 했었다. 화학동 도금은 황산동 도금의 전공정과 같은 위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에는 “화학동 도금을 하면 다른 처리로 돌리고 싶다든가, 막 두께를 늘리기 위해서 황산동 도금만을 2회 실시하고 싶다든가, 처리 패턴이 여러가지 있다”(OTC). 예를 들면, 우주 전용으로 신뢰성을 높인 기판은 막 두께를 넉넉하게 확보하는 등의 이유가 있다고 한다. 같은 PCB라고 해도 30년 전에 만들던 것과 현재는 난이도가 다르고 패턴도 다양하다.
새 라인을 설치한 장소는 공장 건설 이래 창고로 쓰던 공간이다. 그 말을 들으니 왠지 30년 전의 공기가 흐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공간에도, 구리볼을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것에도, 라인 구성의 변화에도, 30년의 세월의 흐름을 느꼈다.
-- 끝 --
Copyright © 2020 [Nikkei XTECH] / Nikkei Business Publications,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