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경 사이언스_2017/04_운동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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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Nikkei Science_2017.4 특집요약 (p29-34)

운동과 건강 : 왜 살이 빠지지 않는가?
“The Exercise Paradox” (운동의 역설)
Herman Pontzer / 뉴욕시립대학 헌터 칼리지의 인류학자

인간이 칼로리를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해 보면 운동을 해도 그다지 감량이 되지 않는 이유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인류가 다른 동물에게는 없는 특징을 어떻게 가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데 도움이 된다.

[ Key concepts ]
효율적인 대사로 진화
▶ ‘신체 활동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한다’ 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육체적으로 힘든 전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수렵채집인이 현대적인 편의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과 같은 양의 칼로리를 소모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 이렇듯 인간의 칼로리 소비가 엄격히 제한된다는 발견은 우리의 커다란 두뇌 등 많은 에너지가 요구되는 형질이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제기했다.
▶ 대형 유인원의 에너지 소비와 비교해 본 결과, 인간의 그런 형질의 기능을 지원하기 위해 효율적인 대사 시스템으로 진화되어 온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 에너지 소모가 많은 인간
육체적으로 활동적인 사람은 보다 많은 칼로리를 연소하고 있다고 생각되어 왔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에 있는 현대의 수렵채집인의 에너지 소비를 실제로 측정하여 운동량이 비교적 적은 구미(歐美) 사람들과 비교해 본 결과, 양자는 거의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인간의 대사가 이와 같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다면, 커다란 뇌 및 긴 수명 등, 사람을 다른 영장류로부터 분류하고 있는 에너지 다(多)소비형(型)의 특징은 어떻게 진화할 수 있었을까? 사람은 대형 영장류에 비해, 일일 에너지 섭취량과 소비량이 수 백 킬로 칼로리나 더 많다. 이것을 통해 연료를 소비하는 여러 형질을 유지하기 위해 인간의 대사 시스템이 에너지를 신속하게 소모하게끔 변화한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 칼로리 경제 --
인류의 진화와 생태를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는 에너지 소비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에너지는 생물학적 활동 전체에 있어서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대사를 조사해보면 그 생물에 관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살아 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자신의 자식에게 전환하는 것이며, 모든 형질은 소비 칼로리로부터 진화적 대가가 최대치가 되는 자연선택에 의해 조정되고 있다.

조사 대상의 생물 집단은 그 생물 종(種)이 진화한 것과 같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며, 그 생물학적 특징을 형상화 한 것과 같은 선택압이 작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에는 그것이 어렵다. 많은 사람이 자연의 벌판으로 돌아가 식량을 획득하는 행동과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과거 200만년 가까이 인간은 수렵채집 생활을 하면서 진화해 왔다. 농업은 기껏해야 1만년 전부터이며, 근대적인 도시와 기술은 수세기의 역사에 불가하다. 그러므로 세계에 남아있는 소수의 수렴채집인 중 하나인 하드자족 등의 집단은 소달구지 및 자동차, 컴퓨터가 등장하기 이전에 인체가 어떻게 진화하여 기능을 하고 있었는지를 알려주기 위한 열쇠가 된다.

하드자족의 생활은 육체적으로 힘들다. 여자들은 매일 아침 캠프의 작은 초가집에서 나와, 어떤 사람은 아기를 등에 업고 야생 딸기 등의 식량을 찾으러 떠난다. 하드자족의 주식은 야생 고구마로, 여자들은 돌뿐인 땅을 몇 시간 걸쳐 막대기로 파내어 야생고구마 찾기에 여념이 없다. 남자들은 직접 만든 활을 들고 사냥에 나서며 매일 수 km에 걸쳐 사냥감을 찾아 다닌다. 사냥감이 적은 경우에는 지상 10m를 넘는 나뭇가지에 간단하게 손도끼로 찍어서 꿀을 채집한다. 아이들도 캠프에서 2km가까이 떨어진 물웅덩이에서 통으로 물을 받아 온다.

오후 늦게 사람들은 캠프로 천천히 돌아가 작은 모닥불을 둘러싸고 바닥에 앉아 그날 포획한 사냥감을 나눠 먹으며 아이들을 돌본다. 건기와 우기에도 이런 일상이 계속된다. 몇 천 년 전에서부터 그렇게 해 온 것이다.

잃어버린 낙원의 생활을 상상할 수도 있겠으나, 생각처럼 만만치가 않다. 사냥과 채집은 머리를 써야 하며 위험을 동반한다. 칼로리를 내건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승패이며, 실패는 곧 죽음을 뜻한다. 남성들은 사냥감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사냥과 추적을 통해 매일같이 많은 양의 칼로리를 소모한다. 체력만큼이나 지혜도 필요하다. 많은 포식동물은 그들의 빠른 속도와 힘으로 사냥감의 숨통을 끊어 놓지만, 사람은 사냥감의 뒤를 밟아 그 행동습성을 생각하여 단서를 찾을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하드자족의 남성들이 기린과 같은 커다란 사냥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은 한 달에 한 번 꼴이다.

여성들은 그 지방의 식물에 관한 백과사전적인 지식을 사용하여 꼼꼼한 보완 전략을 실행해 매일같이 안정된 식량을 가지고 돌아가지 않으면, 하드자족은 굶어 죽게 될 것이다. 이 복잡하고 협력적인 식량 채집이야말로 인류가 비길 데 없는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이며, 사람이 다른 동물과는 달리 독특한 존재로 만들고 있는 핵심이다.

공중위생과 인류 진화의 연구자는 예전부터 우리들의 선조는 수렵채집 생활을 통해, 현재의 도시 생활자보다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고 있었다고 생각해 왔다. 하드자족 등이 육체적으로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있는 지를 본다면,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공중위생관계자는 더 나아가, 매일의 소비 에너지가 줄어든 것이 선진국에서 만연하게 나타나는 비만의 배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처 연소되지 않은 칼로리가 점점 지방으로 축적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드자족의 대사량을 측정한 동기 중 하나는, 하드자족에 비해 유럽과 미국인이 일상생활에서 소비하고 있는 에너지가 얼마나 부족한 지를 확실하게 밝히는 것이었다. 덥고 먼지투성이였던 현지 조사에서 돌아온 나는 하드자족의 소변 샘플이 들어있는 병을 정성껏 드라이 아이스로 채워 넣어 국내 유수의 이중표시수법검사의 연구소가 있는 베일러(Baylor) 의과대학으로 보냈다. 월등하게 높은 칼로리 소비량이 확실해 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되돌아 온 조사결과는 하드자족의 대사량이 다른 사람들과 같다는 것이었다. 하드자족의 남성은 하루에 약 2,600㎉, 여성은 약 1,900㎉를 섭취 및 연소하고 있으며 이것은 유럽과 미국의 성인과도 같았다. 우리는 체격과 연령, 성별 등 생각할 수 있는 요인을 모두 체크했으나, 그것들도 동일했다.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걸까?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인간의 생물학과 진화에 대하여 무엇인가 오해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 만보계가 말하는 거짓말 --
신체를 많이 움직이는 사람이 보다 많은 칼로리를 연소시킨다는 것은 너무나 지당하다는 생각으로 우리는 이것을 엄밀하게 고찰하거나 실험적 증거 없이도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이중표식수법의 등장과 함께 이 전통적인 견해와 모순되는 실측 데이터가 나오게 되었다.

과테말라와 잠비아, 볼리비아에서 옛날부터 농경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을 이중표식수법으로 조사한 최초의 연구에서, 이들의 에너지 소비가 도시생활자와 거의 동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로요라(Loyola) 대학 시카고 교의 공중위생연구그룹(Amy Luke)은 2008년 발표의 연구에서 한 발작 나아가, 나이지리아 지방에 거주하는 여성과 시카고에 거주하는 아프리카 계(系) 미국이 여성의 에너지 소비와 신체운동량을 비교했다. 그 결과, 하드자족과 동일, 신체활동 레벨이 크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일일 에너지 소비량은 같았다.

에너지 소비율이 정해져 있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나는 하드자족의 조사 직후, 영장류의 일일 에너지 소비를 측정하는 대규모 공동 연구팀을 꾸렸다. 연구실 및 동물원에서 사육되고 있는 영장류와 야생환경에서 살고 있는 영장류는 신체활동 레벨이 명확하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일일 에너지 소비량은 같았다. 2013년 호주 연구팀은 양과 캥거루에 대해 우리 안에서 키우는 것과 초원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에 에너지 소비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2015년에는 중국 팀이 동물원의 자이언트 팬더와 야생의 팬더에 대해 에너지 소비가 같다고 보고했다.

나는 최근, 집단의 평균치가 아닌 개체의 레벨에서 자세히 조사하기 위해 루크와 듀가스 팀과 손잡고 역학전환 모델화 연구(METS)라는 다년에 걸친 대규모 연구의 일환으로써 신체운동과 에너지 소비를 조사했다. 300인 이상의 피험자에 핏비트(Fitbit) 등의 건강추적장치와 비슷한 가속도계를 상시 장착시킴과 동시에 이중표식수법으로 하루 에너지 소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매일 가속도계로 추적한 신체운동과 대사와의 관계는 아주 미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 생활의 사람은 평균적으로 제법 활동적인 사람(주1회는 운동, 가급적 계단을 이용하려는 사람)과 비교해, 하루 에너지 소비가 약 200㎉ 적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신체 운동 레벨이 높아질수록 에너지 소비는 일정 부분에서 더 이상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격렬하게 신체를 움직이는 일상을 보내는 사람의 하루 칼로리 연소량은 제법 활동적인 사람의 것과 동일했다. 하드자족의 에너지 소비가 다른 사람들과 일치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 이번 조사 연구의 피험자 사이에도 확실하게 드러났다.

인체는 매일 어떻게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면서 높은 신체활동을 실현할 수 있을까? 하드자족은 왜 거의 운동을 하지 않는 유럽과 미국 사람들과 하루 총 에너지 소비량이 같은데 운동에 많은 칼로리를 할애할 수 있는 걸까? 아직 잘은 모르지만, 운동 그 자체에 필요로 하는 에너지에는 차이가 없다. 예를 들어 하드자족 성인이 1km 걷는데 연소하는 칼로리는 유럽과 미국인들의 것과 같다.

운동 레벨이 높은 사람이 행동을 조금만 바꿈으로써 예를 들어 서지 않고 앉거나, 숙면을 취함으로써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데이터는 그런 행동의 변화가 기여하는 가능성은 있으나, 1일 에너지 소비량의 불변성을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못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른 흥미로운 시나리오로는, 인체가 평상시의 일상 업무에서 소비하는 칼로리를 절약함으로써 신체운동에 할애하는 여력을 생성할 가능성이 예상된다. 세포나 장기가 생명활동에 필요한 일상적인 보수 역할에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그 부분을 절약한다면 평상시의 칼로리 할당에 여유가 생겨, 하루 총소비 칼로리를 늘리지 않아도 신체 운동에 에너지를 할애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운동을 하면 면역계가 발동하게 되는 염증 반응이 약해지는 경우가 많으며, 또한 에스트로겐 등 생식 호르몬 수치가 내려간다. 실험 동물의 경우, 매일 운동량을 늘려도 에너지 소비에는 영향이 없지만, 그 대신 배란주기가 늦어지고 조직수복 능력도 둔화되기도 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자신이 키우는 새끼를 먹어버리는 동물도 있다. 인간을 비롯한 다른 생물도 매일 에너지 소비를 줄여 유지하기 위해 몇 가지 생존 전략을 진화시킨 것 같다.

이 증거들은 모두 비만이 운동부족 보다 과식으로 생긴 병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소비량을 상회하는 칼로리를 섭취하면 체중은 증가하게 된다. 매일의 에너지 소비가 인류역사 속에서 변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만연하는 비만의 주범이 섭취 칼로리의 문제인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자주 듣는 것처럼「건강치 못한 식사로 인한 악영향은 운동으로도 없앨 수 없다」라며, 공중위생의 전문가는 개인적인 경험에서나 많은 데이터로부터 체중 감량을 목표로 스포츠 센터를 다녀도 거의 효과가 없다는 사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과학 데이터에 비춰보면 신체 운동이 왜 감량의 수단으로는 별 도움이 안 되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트레이닝을 열심히 안 해서가 아니다. 원래부터 우리의 신체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운동을 할 필요는 있다. 이 글은 체육수업을 빼달라고 선생님에게 부탁하는 보호자의 메모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심장 및 면역계부터 뇌기능, 건강하게 나이를 먹는 것까지, 운동이 여러 가지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이미 많은 실증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나는 실제로, 운동으로 인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신체 활동에 대한 대사의 적응이 진행되어 장기화될 경우,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는 염증 등의 활동에 에너지가 소비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는 것이 하나의 원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만성 염증이 심혈관 질환 및 자기면역 질환에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음식은 확실히 건강에 영양을 끼치며, 한 차례 적정 체중을 실현한 뒤부터는 운동과 식사의 조정에 따라 체중증가를 막을 수 있으나, 과학적 증거는 식사와 운동을 별도의 건강법으로 생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시사하고 있다. 건강과 활기를 찾기 위해서는 운동이 좋으며, 체중을 관리한다면 식사를 중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에너지 교환과 진화 --
대사의 적응에 관한 최근의 과학은 운동과 비만의 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것에 기여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더욱 커다란 수수께끼를 제기했다. 하루 에너지 지출이 실질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사람은 다른 영장류와 이렇게 다른 생물로 어떻게 진화해 왔을까?

살아가는데 있어서 공짜라는 것은 없다. 자원에는 한계가 있으며 어떤 형질에 투자하면 필연적으로 다른 형질로의 투자는 줄어든다, 토끼가 경이적인 번식력을 가진 반면, 단명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자손을 남기기 위해 쏟아 붓는 에너지가 클 수록 자신의 신체유지와 장수에 투자할 수 있는 에너지가 적기 때문이다. 티라노사우루스는 무시무시한 이빨과 커다란 머리, 강력한 뒷다리를 가지고 있는 반면, 앞다리는 살짝 빈약하다, 공룡까지도 모든 것을 갖추지는 못했다.

사람은 이 진화의 기본원칙에 거스르고 있다. 사람의 뇌는 상당히 크며, 당신이 기사를 읽고 있는 순간에도 호흡한 산소의 4분의 1은 뇌를 움직이기 위해 사용된다. 그런데 사람은 다른 영장류 보다 큰 아기를 낳으며 때때로 번식하며 오래 살며 신체 운동이 활발하다. 하드자족의 캠프는 건강한 장난꾸러기 어린이와 건장한 60대 70대 남녀들로 넘치고 있다.

인간이 이렇게 에너지를 마음껏 사용하고 있는 것은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불가사의하다. 인간은 유전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 다른 영장류와 상당히 닮아있으므로 대사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되어 왔다. 그러나 하드자족과 그 밖의 조사에서 나타나듯이 인간의 에너지 소비가 제한되어있다면, 에너지가 필요한 형질을 지탱하기 위해 칼로리를 융통하는 이점을 갖고 있지 않은 원숭이적 대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 졌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영장류와의 에너지 소비를 비교하는 포괄적인 연구 끝에 인간이 가진 에너지 다소비형의 일련의 형질이 대사의 생리구조에서 생긴 커다란 진화에 의해 유지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 연구를 통하여 영장류의 하루당 칼로리 연소가 다른 포유동물의 절반에 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영장류의 이 낮은 대사율은 느린 성장과 번식에 대응하고 있다. 이에 반해, 빠른 번식 등, 인간이 가진 에너지 다(多)소비형의 형질과는 반대로, 높은 대사율의 진화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이 생각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침팬지와 보노보(피그미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에 이중표식수를 흘리지 않고 주의 깊게 마시게 해, 소변 샘플을 채취하여 조사하면 된다. 시카고의 링컨파크 동물원에 있는 로스(Steve Ross)가 미국 전역의 10곳의 동물원의 사육사 및 수의사와 협력하여 이 힘든 사업을 잘 해냈다. 약 2년이 필요했지만, 대형 유인원의 에너지 소비 데이터를 축적하여 인간과의 민접한 비교가 가능해졌다

확실히 인간은 영장류의 그 어떤 것보다도 하루 칼로리 연소가 많다. 신체 사이즈 및 운동 레벨 등의 영향을 감안해도, 사람은 침팬지와 보노보에 비해 하루 섭취ㆍ소비 에너지가 약 400㎉이 더 많다. 고릴라와 오랑우탄과의 차이는 더욱 크다. 이런 여분의 칼로리는 커다란 뇌를 유지시키고 더욱 많은 자식을 낳으며 자신의 신체를 유지하여 장수하기 위해 인체가 더욱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것은 인간이 다른 영장류보다 단순히 많이 먹고 있다라는 것이 아니다(섭취 칼로리 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잘 알다시피 신체가 애초부터 그것을 이용하게끔 되어 있지 않은데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면 잉여가 되어 비만이 되는 것뿐이다. 인체는 세포 레벨에 도달하기까지 에너지를 다른 영장류보다 빠르게 연소시켜 많은 일을 하게 끔 진화해 온 것이다.

그 중에는 이와 반대의 효과를 만들어 낸 진화도 있었다. 다른 영장류는 식물 중심의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소화시키기 위해 에너지를 먹을 기다란 장을 가지고 있으나, 사람의 소화관은 그것에 비해 짧고 성(省)에너지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 중요한 변화는 대사 메커니즘의 진화적 변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 운명 공동체의 나눔 --
기린을 찾아 나선 그날 저녁, 우리는 기린을 포기한 체 귀가하기로 마음먹었다. 고(高)에너지 소비전략의 기본적인 리스크는 여기에 있다. 거의 빈손으로 돌아가는 일이 많으며 그것이 필연적이라는 점이다. 보다 빠른 속도로 대사가 이루어지게 발달된 인체에게 연료로써 꼭 필요한 고열량의 음식을 자연에서 찾는 것이란 근본적으로 어려운 일이며, 식량을 찾는 데 높은 에너지가 소모될 뿐 아니라 식량 수집에 나선 남녀와 캠프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이 굶주릴 위험이 높다.

그러나 다행히도 인간은 기아 방지를 위해 몇 가지 대책을 진화시켰다. 많은 음식물의 칼로리 수치를 높여 소화를 용이하게 만드는 가열조리라는 방법을 습득한 생물은 오직 인간뿐이다. 불의 이용을 마스터함으로써 인간은 그대로는 먹을 수 없는 근채류를 귀중한 식량으로 바꾸었다.

또한, 인간은 지방을 축적할 수 있게 진화했다. 이것은 선진국에서 비만이 만연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인간의 표준에서 본다면 마른 체형의 하드자족 조차, 동물원에서 편하게 지내는 침팬지보다 2배가량의 지방을 가지고 있다. 지방을 축적하는 경향은 현대에 있어서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굶주린 시기를 살아남기 위한 중요한 대비책으로써 고속의 신체대사와 함께 진화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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