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환경에너지

Nikkei Architecture_2023.9.28 (p18-19)

미국건축워치@실리콘밸리
'축전 가능한 시멘트', 주택에 이용 가능
미국 MIT, 논문 ‘주택 기초에 가정의 하루치 전력 저장’

미국 MIT는 시멘트에 탄소재료를 섞은 축전장치를 개발했다. 주택 기초에 이용하면 가정에서 사용하는 하루치 전력을 저장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를 충전할 수 있는 도로 등, 활용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구할 수 있는 재료만을 사용해 건축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 MIT 토목환경공학과 프란츠-요제프 울름(Franz-Josef Ulm) 교수는 개발한 ‘축전 가능한 시멘트’의 가능성을 이렇게 표현한다.

울름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것은 일반 시멘트와 물, 그리고 탄소 미립자인 ‘카본블랙’을 섞어 경화시킨 축전장치다. 염화칼륨 등의 전해액에 담그는 방법으로 전력을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실증했다. 논문은 7월 31일자로 미국 학술지 ‘PNAS’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이 시멘트를 두께 1mm, 직경 1cm의 버튼 크기로 가공해 전해액에 담가 태양광 발전 패널과 접속. 저장된 전기를 사용해 LED 조명을 점등하는 데 성공했다. 논문에 따르면 출력은 1볼트 정도였다.

개발한 것은 대용량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슈퍼 커패시터’의 일종이다. 절연체를 사이에 낀 두 전극에 전하를 저장하는 구조이며, 시멘트가 절연체 역할을, 카본블랙이 전극 역할을 한다.

가장 큰 특징은 열화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지나 배터리는 화학 변화를 이용해 전기를 저장한다. 이 변화에 따라 장기간 이용하면 축전 성능이 떨어지게 된다. 한편, 슈퍼 커패시터는 화학 변화를 수반하지 않고 전극 사이를 전하가 이동할 뿐이므로 쉽게 열화되지 않는다.

축전 성능이 저하되지 않는다는 특징은 건물의 구조재나 도로 등의 인프라에 사용하더라도 정기적인 유지보수가 불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주택 기초에 이용하는 것을 제안했다. 미국에서 표준적인 단독주택에서 사용되는 45입방m의 기초 콘크리트에 이 시멘트를 사용해 슈퍼 커패시터로 가공한 경우, 평균적인 가정이 하루에 사용하는 전력량인 10kWh를 축전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대규모 축전기를 설치하지 않고 태양광 발전 패널 등으로 발전한 전기를 효율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 도로에서 EV를 충전하는 미래 --
구조 강도에 대해서는 카본블랙의 양을 전체의 10% 이하로 함으로써 기존 시멘트와 손색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제조/시공 비용은 통상의 시멘트와 거의 다르지 않다고 한다. 추가 설비도 태양광 발전 패널과 연결하는 전선 등에 한정된다.

연구팀이 개발한 슈퍼 커패시터는 축전 성능과 출력 강도에 확장성을 갖는다. 논문에서 언급한 것은 1볼트의 출력이었지만 울름 교수는 “(이후 실험에서) 두께 10cm의 시멘트로 12볼트의 출력에 성공했다”라고 말했다. 보통 자동차의 배터리 등에 상당하는 전압이다. 현재, 한층 더 고전압의 프로토타입을 시험하고 있다.

연구팀은 장기적인 이용법으로, 이 확장성을 살려 도로에 활용하는 것을 제안했다. 주행 중인 전기자동차에 도로에서 직접 급전하는 대용량 축전 시스템이다. 유럽에서는 동일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지만 축전에는 배터리를 채용하고 있어 열화가 문제가 되고 있다.

과제는 고출력, 대용량의 축전 성능과 구조 강도를 양립하는 데 있다. “충전 가능한 도로나 풍력발전 등의 간접 에너지 저장고에는 (주택 등과 비교해) 지극히 높은 성능이 요구된다. 용도에 맞는 재료 개발이 필요하다”(울름 교수).

연구팀은 “지적재산권은 보호받고 있지만 우리는 비영리 단체로 직접 제품화하는 일은 없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시멘트는 새로운 구조 재료로서도, 새로운 사업 기회로서도 가능성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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