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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경사이언스_2018/12_미지의 면역기구 발견에서 암 치료약 실현까지
  • 저자 : 日経BP社
  • 발행일 : 20181201
  • 페이지수/크기 : 124page/28cm

요약

Nikkei Science_2018.12 (p7~11)

노벨 생리학 ∙ 의학상
미지의 면역기구 발견에서 암 치료약 실현까지
PD-1, 면역 시스템의 브레이크 역할
 

면역 시스템의 브레이크 역할로서 작용하는 단백질 ‘PD-1’.
발견으로부터 25년, 많은 연구자의 손을 거쳐 의료의 응용에 결실을 맺었다.

[ Key concepts ]
평탄하지 않았던 여정
▶ PD-1을 발견한 당시, 세포사에 관련된 분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PD-1이 작용하지 않아도 마우스에게는 변화가 없어, 기능의 해석은 난항을 거듭했다.
▶ 고령 마우스가 나타내는 작은 변화로부터, PD-1 분자가 면역 시스템의 ‘브레이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암 세포는 그 구조를 악용하고 있었다.
▶ 혼조 씨의 강한 일념으로 PD-1의 구조를 사용한 암 면역 치료약이 실현, 뿐만 아니라, 현재 PD-1이 가진 기능에 대해 새로운 시점에서의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PD-1을 발견했을 때, 암과 관련되어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혼조 다스쿠(本庶佑) 교토대학 특별교수는 연구가 시작된 당시의 일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 후, 혼조 씨 팀은 면역 시스템에 갖춰진 브레이크 기능을 밝혀냄으로써 인류는 암과의 사투를 위한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게 되었다. 그것은 혼조 씨의 산하에 있는 많은 연구자가 PD-1 연구의 바통을 이어 받아, 성과를 쌓아 온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지금, PD-1의 연구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혼조 팀’의 25년에 걸친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다.

-- 세포사를 일으키는 유전자 --
PD-1연구의 시작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면역 기구는 근육이나 혈관 등 ‘자기’ 세포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체외로부터 침투한 ‘비(非) 자기’의 외부 적을 구분해 공격한다. 공격의 주역인 T세포는 다양각색의 외부로부터의 적을 인식하기 때문에 성숙기 과정에서 스스로 유전자 일부를 재구성해 방대한 베리에이션(Variation)을 창출해 낸다. 그 때 자기 세포를 외부 적으로 오인해 공격해 버리는 경우도 있으나, 그런 T세포는 스스로 프로그램이 되어 있는 ‘아포토시스(세포사)’를 일으켜 소멸된다. 1980년대는 그 구체적인 매커니즘을 분자 레벨에서 해명하는 연구가 진전되어, 각국의 연구기관이 앞다투어 실험에 주력하고 있다.

PD-1의 유전자를 발견한 이시다(石田, 나라첨단과학기술대학원대학 조교수) 씨가 혼조 연구팀에 대학원의 학생으로 합류한 것은 그 당시의 1987년도이다. 혼조 팀은 하나의 항체 유전자로부터 다양한 항체를 만들 수 있는 ‘항체 클래스 스위치 현상’의 해명으로 성과를 올려, 면역의 분자기구의 해명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시다 씨는 “면역 시스템이 자기와 비(非)자기를 구분하는 구조를 밝히고 싶다”라고 생각해 혼조 연구소의 문을 두드렸다.

이시다 씨는 T세포가 스스로 아포토시스를 일으켜 죽음에 이르는 유전자를 밝혀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방법으로 착안한 것이 ‘서브트렉션(감산)’ 기법’이라고 불리는 방법이다. 세포에서 작용하고 있는 유전자를 망라적으로 조사해 복수의 세포를 비교, 목적의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를 색출해낸다. 인위적으로 아포토시스를 일으킨 T세포와 평상 시의 T세포의 유전자를 비교한다면 아포토시스의 경우에만 작용하는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시다 씨의 실험 계획에 혼조 씨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수십 개 이상의 후보 유전자가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거기서부터 추려가는 건 어려울 것 같네”. 고민 끝에 이시다 씨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냈다. T세포뿐만 아니라 골수 유래의 다른 세포에 대해서도 동일한 실험을 시행해 아포토시스를 일으킬 때 작용하는 유전자로 좁혀 나갔다. 양쪽의 세포에서 공통으로 작용하는 유전자가 발견된다면 아포토시스를 하는데 필수 유전자일 가능성이 높다. 혼조 씨도 “그 방법이라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진행을 지시함으로써 실험이 시작되었다.

실험 결과, 양쪽 세포 중 아포토시스 때만 작용하는 유전자는 단 1개밖에 없었다. 기능은 아직 불명확하지만, 이시다 씨는 “아포토시스에 관련된 유전자이기를 원한다”라고 기원하며 프로그램 세포사(Programmed cell death)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PD-1’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1992년에 PD-1 유전자의 발견을 The EMBO Journal지에 발표했다. 이것이 이번 노벨상으로 이어지는 첫 걸음이 되었다.

“분자생물학의 기본적인 생각은 모두 혼조 선생으로부터 배웠다”라고 이시다 씨는 회상한다. 혼조 씨의 입버릇은 ‘무엇이 알고 싶은가?’이다. 알고 싶은 것을 파악해 답을 얻으려면 어떤 실험 체계를 짜면 좋을지를 철저히 고민한다. 연구의 기본이 되는 이 자세를 혼조 씨는 제자들에게 가르친 것이다.

-- 정체를 알 수 없는 인자 --
이시다 씨는 그 이후, 미국에 유학해 PD-1연구의 바통을 혼조 연구소 후배들에게 넘겼다. 그런데 PD-1 유전자의 기능 해석은 난제에 직면했다. 유학생 중이던 이시다 씨에게 혼조 씨로부터 한 통의 팩스가 전송되었다. 그 내용은 ‘PD-1을 강제적으로 발현시켜도 세포는 죽지 않고 쌩쌩하게 살아있다’ 였다.   

그 발현은 유전자의 작용으로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다. 아포토시스(세포사)의 시점에만 작용한다고 생각되는 유전자를 발현시켜도 아포토시스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기묘한 일이었다. 유전자 조작의 수법을 사용해 PD-1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PD-1 녹아웃 마우스도 만들어 보았으나, 역시 이상 증세는 보이지 않았다. “PD-1은 아무래도 세포사와 관련이 없는 것 같다”. 예상외의 결과에 혼조 씨는 고민에 빠졌다.

수년 뒤, 고전을 면치 못했던 혼조 그룹에게 면역학을 전문으로 하는 미나토(현재 교토대학 부학장) 씨가 합류했다. PD-1의 기능을 밝혀줄 힌트는 역시 녹아웃 마우스에 있다고 미나토 씨는 생각했다.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안 되면 그만두자’. 마우스의 평균 수명은 1년 반이다. 지금까지는 생후 3개월 때 해부해 조사했으나, 적어도 1년을 기다려 보면 금방 보이지 않는 변화가 보이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1년 후, 늙은 마우스를 해부한 결과, 위장에 미세하게 염증이 일어나 있었다. 미나토 씨는 이것을 놓치지 않고 다른 연구에서 사용하던 자기면역질환을 일으키기 쉬운 마우스와 PD-1의 녹아웃 마우스를 교배시켜 보았다. 그러자 새끼 마우스는 더욱 심각한 위염을 발병했다. PD-1에는 자기면역반응을 막는 기능이 있었던 것이었다. 미나토 팀은 성과를 논문으로 정리해 1999년에 Immunity지(誌)에 발표했다.

이시다 팀에 의한 최초의 보고로부터 이미 7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였다. 그리고 미나토 팀의 이 발견이 PD-1 연구의 전환점이 되었다.

-- 수면위로 떠오른 암과의 관련 --
미나토 씨의 보고보다 조금 먼저, 암에 대한 면역기구의 연구에서 미국의 새로운 움직임이 있었다. 암을 인식하는 T세포의 활성화에 관련된 인간세포상해성 T림프구항원(CTLA)-4라는 분자에 T세포의 작용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는 것을 미국 일리노이 대학 그룹과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레이교(校)에 있었던 애리슨 팀 그룹이 각각 밝혀낸 것이다. 이것을 계기로 CTLA-4와 자기면역질환의 관계를 탐색하는 연구가 쏟아져 나왔으나, 애리슨 씨는 암 치료에 응용할 수 없을지에 대해 생각했다. CTLA-4를 방어한다면 T세포에 걸려있던 브레이크가 풀려 암을 공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애리슨은 1996년 암을 이식한 마우스에 항(抗) CTLA-4항체를 투여해 실제로 암이 소실되는 것을 입증했다.

1998년에 대학원생으로 혼조 연구소에 들어간 아와이(岩井, 현재 일본의과대학 대학원 교수)는 T세포의 표면에 발생한 PD-1 단백질에 결합하는 인자의 탐색에 들어갔다. 애리슨 팀이 발견한 CTLA-4와 혼조 그룹의 PD-1은 부분적이지만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와이 팀은 하버드대학의 프리먼 팀과의 공동연구에서 CTLA-4와 결합하는 인자와 비슷한 단백질 중에서 PD-1과 결합하는 인자를 3개 발견했다. 그 중 하나는 전신의 다양한 세포 표면에 존재해 혼조 팀은 이것을 ‘PD-L1’이라고 이름 붙였다.

흥미롭게도 PD-L1을 찾는 과정에서 이와이 팀은 PD-L1이 암 세포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와이 팀은 PD-1과 PD-L1이 암에 대한 면역 응답에서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와이 팀은 마우스를 사용한 실험에서 이 가설을 검증했다. 마우스에 피부암의 세포를 주사하자, 암은 증식을 시작한다. 유전자 조작에 의해 세포의 표면에 PD-L1을 발현한 피부암의 세포를 만들어 마우스에게 주사한 결과, 암의 증식이 가속화되었다. 이 실험을 통해 암 세포의 PD-L1은 암의 증식을 촉진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다음, 이 암세포를 유전자 조작으로 PD-1을 만들 수 없게 한 녹아웃 마우스에게 주사했다. 그러자 암의 증식은 PD-1을 보유한 일반 마우스에 비해 느려졌다. 암세포 표면에 PD-L1이 있더라도 T세포 중에 PD-1이 없다면 암 증식은 빨라지지 않는다.

2가지 실험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암세포에 PD-L1이 있고 T세포에 PD-1이 있을 경우, 암의 증식은 빨라진다는 것이다. 두 가지 분자가 결합하면 암을 인식하는 T세포에 브레이크가 걸려 암에 대한 공격이 약해져 증식을 억제할 수 없게 된다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PD-1의 작용을 억제하는 항체를 만든다면 암을 치료할 수 있지 않을 까?

그 이후 이와이 씨는 PD-1을 가지고 있지 않는 마우스에서는 암의 다른 장기로의 전이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과 마우스에 PD-1의 항체를 주사하면 PD-1이 없는 마우스와 동일하게 암의 증식과 전이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PD-1과 PD-L1의 결합에 의한 브레이크 기구를 해제한다면, 암 면역을 활성화시켜 암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혼조 씨는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 “효과가 있을 리 없다” --
-- 효과가 있는 사람, 효과가 없는 사람 --
-- 브레이크는 왜 필요한가 --

혼조 씨가 발견한 면역 브레이크 분자인 PD-1은, 그 작용을 막는 물질이 새로운 암 치료약이 되었다. 만약 T세포에 원래부터 PD-1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브레이크는 걸리지 않아 암을 공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PD-1은 인간뿐만 아니라, 마우스, 개, 고양이 등 다양한 포유류에 공통되게 존재한다. 그렇다면 왜 생물은 진화의 과정에서 PD-1을 획득한 것일까?

한 가지 해석은 활성화된 면역반응을 수습하는 구조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다. 면역은 외부의 적을 배제하는 중요한 방어 반응이지만, 몸에는 커다란 부담이 된다. 과잉으로 작용하면 쇼크 증상을 일으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몸 전신의 다양한 세포가 PD-L1을 가지고 있는 것은 면역 시스템이 몸의 어디에서 작용하더라도 필히 브레이크를 걸 수 있도록 안전장치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PD-1을 녹아웃 시킨 마우스에서는 빠르게 면역이 폭주해 스스로를 공격하는 자기면역질환이 일어나야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노년기까지 기다리지 않으면 자기면역질환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때까지 마우스가 쌩쌩했던 것은 왜일까?

-- 흔들리는 자기 세포를 허용한다 --
PD-1을 발견한 이시다 씨는 현재 그 해명에 몰두하고 있다. 힌트는 2014년에 워싱턴대학의 그룹이 발표한 논문이다. PD-1의 방어에 의해 브레이크가 풀린 T세포가 암세포의 어떤 부분을 인식해 공격하는지를 조사한 결과, 암세포 특유의 이상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암세포는 분열 시의 DNA복제의 정밀도가 떨어져 보통 세포보다 자주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단백질이 이상한 구조가 되어 있다.

PD-1을 작용하지 못하게 한 T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한다는 것은 T세포에는 변이를 축적한 세포를 ‘비(非)자기 세포’로 인식해 공격하는 시스템이 원래부터 갖춰져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PD-1이 있기 때문에 모처럼의 그 기능이 무효화되어 암의 증식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시다 씨는 변이를 축적한 세포를 ‘자기 세포’로 허용하는 것이야말로 PD-1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있다. 암이 아닌 보통의 세포에서도 장기간 분열을 반복하는 속에 유전자 변이가 조금씩 축적된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세포에도 변이가 쌓이게 되어 그것을 닥치는 대로 공격한다면 나이 든 사람을 누구나 스스로의 면역 체계에 몸 전체를 공격받게 되고 만다. 자기면역질환이 지금 이상으로 많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PD-1은 이것을 방지하는 인자로 작용한다. 나이를 들면서 동시에 세포의 변이가 늘어나 세포는 이물질, 즉 비 자기 세포에 근접해진다. 그러나 PD-1이 ‘자기 세포’와 ‘비 자기 세포’의 역치를 끌어올려 노화된 세포를 ‘자기 세포’ 범위 안에 수용한다. 이 때 면역기구는 출동하지 않는다. 변이를 시작한 ‘자기 세포’를 허용하는 것이 PD-1의 임무인지도 모른다.

“자기와 비 자기의 식별은 면역학의 진수이다”라고 이시다 씨는 말한다. 과거 이시다 씨의 발견으로 많은 연구자가 그 뒤를 이어 기능 해명에 주력, 새로운 면역요법의 확립으로 이어지고 있는 PD-1. 그 역할의 해명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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