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년, 4족 보행로봇 '스팟(Spot)'이 있는 일상 -- 가까운 미래를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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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AI/ 로봇·드론/ VR
- 기사일자 2020.12.21
- 신문사 Nikkei X-TECH
- 게재면 online
- Writerhjtic
- Date2020-12-29 15:10:58
- Pageview305
Nikkei X-TECH_2020.12.21
2030년, 4족 보행로봇 '스팟(Spot)'이 있는 일상
가까운 미래를 상상
미국 Boston Dynamics의 4족 보행로봇 ‘스팟’이 편집부에 온 지도 2개월이 다 되어간다. 자동으로 이동하며 계단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뛰어난 운동 성능을 보고 있노라면, 스팟이 사람과 함께 살아갈 미래도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스팟의 존재가 일상이 될 가까운 미래에 대해 상상해 보았다.
"산책 나가자"
내 목소리에 반응해 꼬리 없는 우리집 애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관에서 자고 있던 것은 몇 년 전에 구입한 4족 보행로봇 스팟이다. 벌떡 일어나 나를 올려다보는 모습이 얼굴은 없지만 진짜 개와 많이 닮았다.
"우리도 조만간 최신 모델을 구입해요. 화면에 표정도 나오고 귀엽대요”
고1인 딸은 아직도 2020년대 초반에 발매된 스팟의 ‘구형 모델’을 가지고 있는 집은 우리집밖에 없다며 틈만 나면 새로 바꾸자고 보챈다.
“우리 집엔 그럴 돈이 없어. 게다가 이 스팟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급차 수준의 가격에, 지금의 최신 모델보다 훨씬 비쌌다고”
“그 얘기 듣는 것도 이젠 지겨워요. 오빠는 최신 모델을 샀다고 하잖아요”
"그 녀석은 아르바이트를 하니까 그렇지. 정 사고 싶으면 너 돈으로 사던가”
내 대답을 듣자 딸은 무심한 듯 제 방으로 들어갔다. 분명 ‘생김새가 무섭다’는 소리를 듣는 구형 모델이지만, 수 년 전에 큰 맘먹고 구입해서인지 정이 많이 들었다. “문 열어”라고 말하자, 재빠르게 스팟이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등에 설치된 로봇 팔(Robot Arm)이 능숙하게 움직이며 현관문을 열었다. 성능은 구 모델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으로 나오자 찬바람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아파트 복도에는 관리회사 소유의 스팟이 부지런히 청소를 하고 있었다. 등에 장착된 청소기에서 연결된 호스가 바닥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모습이 마치 코끼리와 흡사했다. 계단을 자유롭게 오를 수 있는 스팟은 청소 업무에서도 자주 이용된다. 계단을 청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건물처럼 한 대밖에 없는 엘리베이터를 붙들고 있을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스팟은 주인인 나를 따라오게끔 설정되어 있다. 나는 근처를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면서 슈퍼마켓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금은 스팟을 비롯한 4족 보행로봇이 거리에 활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광경이 되었다. 길을 가다가도 여기저기서 주인을 따라다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대부분은 쇼핑이나 자택에서 회사로의 출퇴근 시 무거운 짐을 자동으로 운반해 준다. 최신 모델은 표정 기능이 추가 되어서인지 애완동물 대체품으로도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순수하게 스팟과의 산책을 즐기려는 이들도 있다.
“빨간 불입니다. 멈춰주세요”
젊은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은 앞에서 걷는 남성이 데리고 있는 최신 모델의 스팟에서였다. 스팟에는 하네스가 부착되어 있어 안내견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시각장애가 있는 남성을 동작과 음성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오늘은 날씨가 춥네요"
“그런가요? 쉬는 날엔 집에만 있어서요 ---“
스팟 목소리의 주인은 아마도 로봇의 원격 조종 서비스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인 듯 했다. 대학생이 되는 내 아들도 아르바이트로 스팟의 원격 조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스팟 관련 서비스를 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돌봄이나 안내견으로서의 운용 및 자택에서 목적지까지의 루트를 기억하기 위한 첫 운전 등을 대행한다. 가상현실(VR) 고글을 착용하면 스팟의 뒷면에 설치된 360도 카메라를 통해 모든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그쪽이 이 도시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다행이네요."
"실은 제가 이 근처 출신이거든요."
“아, 그렇군요. 그런데 계속 원격으로 조종하는 것이 피곤하진 않나요?”
대화를 들어보니 이날은 아침부터 안내견 스팟을 원격 조종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남성의 걱정하는 목소리와는 달리, 청년의 목소리는 밝았다.
“아니요, 집에서 할 수 있어서 편해요. 장시간 VR 고글을 쓰다 보면 가끔 제가 사람인지 스팟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지만요”
풉, 하고 웃음이 새어져 나왔다. 마치 우리 아들의 쓸데없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내 웃음 소리에 안내견 스팟이 이쪽을 올려다 보았다.
"아, 아버지… ?!"
전면부의 디스플레이와 눈이 마주쳤다. 놀라는 표정이 화면에 떠올랐다.
안내견 스팟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스팟의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던 내 아들이었다. 멀리 있는 대학에 입학한 뒤로는 한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참으로 희한한 재회도 다 있다. 나는 로봇견이 된 아들과 어색한 대화를 나눈 뒤 “연말에는 언제 돌아오니?”라고 물었다.
“어떤 의미로는 이미 귀향한 거나 마찬가지네요. 집에 간 걸로 쳐도 괜찮지 않나요?"
왠만해서는 외출을 하기 싫어하는 내 아들다운 대답이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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