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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의 절반이 더위’, 패션 업계 붕괴 -- 환경 배려형 비즈니스로 전환 절실
  • Category화학/ 신소재/ 환경·에너지
  • 기사일자 2019.11.23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8면
  • Writerhjtic
  • Date2019-11-30 21:44:44
  • Pageview340

Deep Insight, Opinion
‘1년의 절반이 더위’, 패션 업계 붕괴
환경 배려형 비즈니스로의 전환 절실

올해의 대표적인 히트 상품은 신카이 마코토(新海 誠)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날씨의 아이’이다. 이상기후가 일상이 된 근 미래를 그린 이 작품은 흥행수입이 100억엔을 돌파했다. 날씨에 대해 말하자면, 올 여름에 전철을 타고 있는데 차량 안 모니터에 이런 타이틀의 정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레이와(令和)의 도쿄의 여름은 쇼와(昭和), 헤이세이(平成)보다 50일 더 길어질 것이다?!”.

정보를 제공한 기업은 에어컨 업체인 다이킨공업. 도쿄 출신으로 도쿄에서 성장한 남녀 500명에게 여름에 대해서 물어본 앙케이트 조사 결과였다. 어디까지나 체감 조사였지만, 예상 이상으로 극단적인 결과가 나왔다. ‘10살 경의 여름 기간은 언제부터 언제까지였나?’라는 질문에 대해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에는 큰 차이가 없었으며 ‘시작은 6월 하순부터 7월 중순. 끝은 8월 중∙하순’이라는 대답이었다. 여름은 대략 50일정도.

이에 반해, 현재는 어떤지를 질문하자, ‘시작은 4월 상순∙중순. 끝은 9월 중순∙하순’으로 여름이 약 100일로 늘어나 있었다. 그 중에는 시작이 4월이며 끝이 10월이라고 대답한 사람도 있어 도쿄는 1년 중 절반 이상이 여름이나 다름없었다. 참고로 기상청의 통계에 따르면 한여름 무더위나 폭염인 날은 장기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글로벌화, 디지털화와 함께 기후변화가 소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에는 틀림없다. “5월~9월까지가 여름 상품 판매전이며 더 이상 4시즌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세븐&아이 홀딩스의 상부집행역원인 이시바시(石橋) 그룹상품전략본부장. 인기상품의 변화도 최근 10~20년 사이에 눈에 띈다. 해열용 시트가 일상의 상비용으로 팔리며 식욕이 감퇴하는 폭염에는 스포츠용 젤리 음료가 일반용으로 팔린다.

홈센터인 카인즈(CAINZ)에서는 에어컨의 매출이 늘어나는 대신, 방충망 매출은 떨어지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수영장의 영업 기간을 연장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긴 여름은 소비 구조를 서서히 변화시켰다.

특히 긴 여름의 영향을 받은 것이 패션 산업일 것이다. 온워드 홀딩스는 전체 점포의 약 20%에 해당하는 600점을 폐쇄했으며 산요(三陽)상회는 2020년 2월기에 4기 연속 적자가 예상되며 사장 교체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대형 의류업체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해외 패스트 패션 및 패스트 리테일링의 등장이다. 또한 패스트 패션 성장을 뒷받침한 것이 긴 여름이라고 할 수 있다.

주요 섬유의 생산량을 살펴보겠다. 1980년대까지는 목화나 양털 등의 천연소재가 대부분이었으나, 90년대부터는 폴리에스테르나 나일론 등 합성섬유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2000년대에는 전체 섬유의 과반수를 차지해 2010년대 이후는 합성섬유가 완전한 주역이 되었다. 저가격으로 양산이 가능하며 기능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특히 흡습 속건(땀과 수분을 빨아들여 재빠르게 말림), 청량감 등 여름철에 효과를 발휘해 수요가 급증. 기존 의류에서는 한산기(閑散期)였던 여름에 패스트패션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 모양새이다.

뿐만 아니라, 여름 일수가 늘어나 합성섬유 계통의 의류를 사용하는 기간도 늘어난다. 10월에 반소매 티셔츠나 폴로셔츠를 입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계절감이 불분명해져 반대로 긴팔 티셔츠나 얇은 코트를 입는 일이 줄어들었다. 사계절에 따라 비즈니스를 전개해 오던 의류업계는 비즈니스 찬스가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 결과, 패션 지향도 달라지고 있다. 2005년에 정부가 제창한 ‘쿨 비즈니스 룩(일명 쿨 비즈)’ 이래, 노타이가 정착되었다. 여름뿐만 아니라, 모든 시즌에서 양복 차림의 드레스 코드가 사라지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은행이 본부 은행원의 복장 규정을 자유롭게 한 것은 그것을 상징한다. 또한 최근에는 여성이나 젊은 세대도 유행을 좇지는 않는다. 심플한 패션 스타일의 확산은 지금까지 차별화된 비즈니스를 추구해 온 의류 업계에 타격이 크다.

신흥 의류 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을 파악해 여름 비즈니스를 재정비하고 있다. 어스 뮤직 & 에콜로지의 브랜드로 유명한 스트라이프 인터내셔널의 이시카와(石川) 사장은 “내년부터 여름 의류를 45일간 길게 판매한다”라며 대담한 상품 정책을 내놓았다. 예를 들어 ”늦여름용으로 7월말까지 판매하던 티셔츠를 9월 중순까지 취급한다고 한다. “긴 여름의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계절이 중심이었으나, 앞으로는 기온을 중심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오래된 의류 업계가 쇠퇴해 적응한 의류 업계가 성장하다는 진화론적인 교훈만으로 긴 여름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이미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하고 있다. 패스트패션이 최근 20년간 급격하게 확대된 반면, 폐기물 문제가 클로즈업되었다. 온난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더 이상 저가격, 기능성만으로 성장한다는 보장은 없다.

세계적으로는 뒤처져 있다고 하는 일본에서도 환경 의식은 높아져, 다음 한 수가 요구되고 있다. 패션산업에 강한 이토추(伊藤忠)상사가 추진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지금까지의 패션은 산업의 하류(Downstream)에 해당하는 소비자의 기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그 반대이다. 원료를 기점으로 하는 밸류체인 구축이라는 상류(Upstream)를 중시하는 자세로 바뀌고 있다.

지속 가능한 소재를 개발하는 기업에 출자해 의류에서 의류를 만드는 사업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고객으로부터 색이나 디자인보다 지속 가능한 소재인지 아닌지에 대한 문의를 받는다. 따라서 환경 배려형 비즈니스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모리타 패션 어패럴 제3부장).

바야흐로 날씨의 아이처럼 비정상적인 일상이 눈깜짝할 사이에 일상이 되는 지금, 성공 체험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현실에 대응하는 대책을 세운 기업만이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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