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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이노베이션 (4): 닥터 AI는 실패하지 않는다 -- 계속해서 진화하는
  • Category바이오/ 농생명/ 의료·헬스케어
  • 기사일자 2019.10.23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1면
  • Writerhjtic
  • Date2019-11-01 08:57:23
  • Pageview324

단절(Disruption)을 넘어서; 의료 이노베이션 (4)
닥터 AI는 실패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진화하는 최고의 서포트 역할

20XX년, 환자가 무인 진료실 의자에 앉자 센서가 체온, 맥박, 연령, 체중 등을 자동으로 측정, 수 초 만에 병명이 컴퓨터 화면에 표시되었다. “당신은 90% 이상의 확률로 대장암입니다. 바로 옆 진료실에서 치료를 받아주세요”. 이처럼 환자의 미세한 변화를 통해 가장 가능성이 높은 병명을 알아낸 것은 ‘AI닥터’이다. 방대한 수의 증례와 최신 논문 등을 학습해 그 지식은 인간 의사의 능력을 뛰어넘는다. 가까운 미래의 의료 현장에서는 이러한 AI닥터가 큰 역할을 담당할지도 모른다.

현재는 어떨까? 올 10월 초순, 도쿄지케이카이(東京慈恵会)의과대학 부속병원(도쿄)에서 시행된 대장의 내시경 검사. 모니터에는 맥동하는 대장의 모습이 선명하게 비춰지고 있었다. 검사가 시작된 지 약 8분 후, 돌연 차임벨 소리가 울리며 화면 오른쪽 끝에 녹색 사각 틀이 나타났다. “여기 있네요”. 의사는 틀을 확대해 조금 돌출되어 있는 부분을 촬영하자, 영상에 ‘96% neoplastic(신생물)’이라는 표기가 나타났다. 의사는 바로 폴립을 제거하고 더 안쪽 부분을 확인하기 위한 작업을 시행했다. 이 날 검사에 소요된 시간은 약 30분. 3개의 폴립이 발견되었다.

얼핏 보면 통상적인 내시경검사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도쿄지케이카이의과대학과 도쿄대학 발 스타트업 기업, LPIXEL(도쿄)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AI 분석시스템’의 임상연구 현장이다. 의료의 검사영상 분석에 AI를 활용하는 연구는 독일의 지멘스,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 등 세계적 의료기기 업체들도 추진하고 있지만, 모두 CT 영상의 노이즈 등을 AI로 낮추는 등의 기술이다. 또한 검사와 동시에 폴립을 절제하는 내시경검사는 기본적으로 동영상을 보며 시행되기 때문에 기술적 장벽은 높아 AI 분석시스템이 실용화된 적은 없다.

-- 6만장의 영상을 5분 만에 체크 --
지케이카이의과대학은 2016년부터 시스템 개발을 추진, 이미 시스템 자체는 완성했다고 한다. 지케이카이의과대학의 스미야마(炭山) 교수는 “정지 화면의 조사 정밀도는 99%이지만, 동영상은 좀 더 많은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한다. 지금은 지케이카이의과대학뿐만 아니라 아닌 종양 발견율이 높은 국립암센터 등 복수의 시설에서 환자의 검사영상을 AI에게 학습시키고 있는 단계라고 한다. 학습 데이터를 더욱 늘려 세계 최첨단 AI 분석시스템의 조기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내시경검사에 AI 분석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내시경의 정밀도가 의사의 기술을 100% 좌우하기 때문이다. 대장 내 미세한 이상을 통해 폴립인지, 종양인지, 암세포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경험에 의한 부분이 크다.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놓치는 경우도 많아 내시경을 통한 이상 발견율은 병원에 따라 10~50%로 각각 다르다. 스미야마 교수는 “시스템을 실용화할 수 있게 된다면 의사에 따라 조사 정밀도가 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어디에서는 정밀도 높은 조사를 받을 수 있게 된다”라고 강조한다.

대장암은 일본이나 중국 등 아시아인에게 많은 암이라고 알려져 있다. AI 활용을 통해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된다면 치료는 내시경을 통한 절제만으로 가능하다. 방사선 치료나 고액의 면역약 등이 불필요해 사회 전체의 의료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도의 조사회사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AI가 도입된 진단기기 및 의료 서비스의 세계시장 규모는 2016년에 약 7억달러(약 770억엔), 2022년에는 약 80억달러(8,800억엔)로 10배 이상 확대된다는 예측도 있다. AI가 주역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의료검사 장치 중에서도 내시경검사와 AI의 조합은 상성이 좋아 세계 내시경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일본에서는 연구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도쿄대학 의학부속병원의 야마다(山中) 조교가 이끄는 연구팀은 스타트업 기업인 AI메디컬서비스(도쿄)와 소장검사에 이용되는 캡슐형 내시경 영상의 자동분석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초소형 카메라가 내장된 직경 11mm, 길이 26mm의 캡슐형 내시경은 삼키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환자 부담이 적은 검사로, 일본에서는 2007년부터 의료 현장에서 이용되고 있다. 야마다 조교는 “빠르면 2020년 또는 2021년경에는 실용화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용화에는 큰 문제가 하나 있다. 캡슐형 내시경은 소화기를 통과하는 동안 영상을 계속 촬영하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한 영상은 환자 한 사람 당 5만~6만장에 달해, 베테랑 의사라도 30분에서 1시간 걸린다. AI가 이 확인 작업을 대행한다면 5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한다. 야마다 조교는 “영상 분석처럼 사람의 눈으로 가능한 것은 모두 AI가 대신할 수 있다. 미래에는 모든 작업이 AI로 대체될 것이다”라고 예측한다.

임상연구 현장에서 거의 실용화되고 있는 AI의 활용이 기계학습의 진화로 의사의 지식과 경험, 감에 바탕을 둔 진단 분야에도 확대되기 시작하고 있다.

-- 왓슨이 알아낸 백혈병 --
2016년 8월, 도쿄대학 의학연구소의 발표가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진단이 어려운 특수한 백혈병 환자의 병명을 IBM의 AI ‘왓슨’이 겨우 10분 만에 알아냈다는 내용이었다. 혈액암의 일종인 ‘급성 골수성백혈병’이라고 진단 받은 환자에게 항암제 치료가 잘 이루어지지 않자 환자의 유전자 정보를 왓슨에 입력한 결과, 병명은 ‘2차성 백혈병’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것은 왓슨이 학습한 2,000만건 이상의 학술 논문이 이끌어낸 답으로, 왓슨의 제안에 따라 다른 항암제를 사용하자 환자의 증세는 호전되었다고 한다.

암세포의 유전자 변이 수는 수 천에서 수 만 개에 달한다. 동일한 암에 걸린 환자라도 연령, 성별, 질병의 상황 등 개인에 따라 변이 수는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그 해석은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다. 보기 드문 증상의 경우 논문 검색 및 해석에 전문가라도 1~2주 가까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왓슨을 이용할 경우 2분 정도에 유전자 이상의 원인과 약 선택이 가능하다고 한다. 백혈병 진단 외에도 왓슨은 대장암세포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암의 원인이 되는 2가지 변이를 발견. 시판되고 있는 약과 임상시험 중인 신약, 다른 암 치료에서 승인 받은 약을 탐색해 치료 효과가 있을 것 같은 후보약을 제안하는 것에도 성공했다.

미국 국립위생연구소(NIH)의 의약∙생물계 논문의 테마 베이스 ‘PubMed’에는 2018년, 2,800만 건의 논문이 투고되었다. 사람이 이러한 방대한 수의 논문을 모두 읽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진단에 도움이 되는 의료 정보 해독에 AI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의 AI기술에는 자동화 기술, 기계학습을 통한 데이터 학습, 딥러닝(심층학습)을 통한 추론기술 등 3가지 스탭이 있다. 왓슨은 이 가운데 기계학습을 기반으로 한 기술로, 양질의 데이터를 계속 학습하며 눈부신 스피드로 성장하고 있다. 2016년 시점에서 왓슨과 전문의의 유전자 분석 능력을 비교한 결과, 왓슨이 약간 뒤처져있었다. 하지만 2018년 시점에서는 전문의의 판단과 일치하는 사례도 증가했고, 폴립과 암을 판별하는 능력은 경험이 많은 전문의에 근접했다.

-- 계속 진화해가는 서포트 역할 --
정부도 의료 분야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 구축에 착수하고 있다. AI를 통해 병의 조기 발견 등 의료의 질적 향상뿐만 아니라, 의료 현장의 부담 경감을 목표로 한 ‘AI병원’을 계획하고 있다. 제약회사 및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AI를 활용한 의료기기 등을 개발, 방대한 의료 데이터 베이스에서 유용한 정보를 유출∙분석해 진료를 지원하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 환자가 착용한 센서가 내장된 웨어러블 단말기를 통해 AI가 병세 급변 등을 판단해 의료기관에 연락하는 시스템 구축도 검토하고 있다.

AI의 활용 배경에는 고령화로 인한 사회보장비 증가 및 의료 현장의 심각한 인력부족이 있다. 2025년에는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총인구의 30%를 넘게 된다. 치료의 고도화와 환자수 증가로 의료비는 현재의 42조엔에서 52조엔으로 확대. 연금, 의료, 개호(介護)∙복지를 포함한 사회보장비는 현재의 120조엔에서 150조엔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I 호스피탈이 실현된다면 불필요한 투약 및 검사도 줄어 연간 수 천억엔 정도의 의료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AI는 자연언어를 처리하는 능력과 자동화 기술,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계학습 영역에서는 놀라운 진보를 이룩했지만, 의료 분야에서의 AI는 현시점에서 사람의 생명에 관련된 판단을 내리는 의사를 서포트 하는 역할에 불과하다. 도쿄대학 의과학연구소 인간게놈분석센터장인 미야노(宮野) 교수는 “왓슨을 활용하고 있는 현장의 감상을 말하자면, AI는 사람의 지식을 증강시키기 위한 툴이다. 의사가 AI라는 파워 수트를 착용하고 있는 것과 같다”라고 말하며 “AI는 아직 발전하고 있는 단계로 전문의와 연구자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 AI에 대한 과신은 금물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람의 뇌신경세포(뉴런)을 수리 모델화한 시스템 연구개발 등이 추진된다면 미래에는 AI닥터가 탄생해 언젠가 사람의 의사와 동일한, 어쩌면 그 능력을 뛰어넘는 존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AI닥터는 신약개발을 효율화해 의약품 가격을 내리고,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 종사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효율적인 치료법을 제창해 환자 생활의 질(QOL)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AI닥터가 의료 사고를 일으켰을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는 자율주행기술과 동일한 법적 문제가 발생한다. 사람의 생명에 영향을 주는 판단을 기계에게 맡겨도 좋은지 등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도 시간을 투자해 사회 전체가 진지하게 논의해나갈 필요가 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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