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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이노베이션 (2): 마음의 병, ‘디지털’이 특효약? -- 제약도 정보 산업
  • Category바이오/ 농생명/ 의료·헬스케어
  • 기사일자 2017.10.9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3면
  • Writerhjtic
  • Date2019-10-18 20:03:18
  • Pageview260

단절(Disruption)을 넘어서; 의료 이노베이션 (2)
마음의 병, ‘디지털’이 특효약?
제약도 정보 산업으로 성장

결핵 등 예전에 ‘불치병’이라고 불렸던 많은 질병들이 더 이상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 항생제 등 획기적인 치료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치료약의 역사가 지금,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약은 인체에 효능이 있는 물질을 주입하는 것이라는 상식이 무너지려 하고 있다.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 스마트폰 앱 등에 탑재된 디지털기술이다. 과학적인 신약개발이 시작된 지 100년이 경과하면서 몸의 질병을 치료하는 신약 개발의 여지는 적어졌지만, 아직 손 대지 못한 ‘마음’의 병을 디지털로 치료하려는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

■ 금연치료 ‘껌을 씹으면서 참아보세요’
202X년. 점심 식사를 마친 회사원 A의 스마트폰에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담배 한대 피우고 싶으시죠?’

메시지를 보낸 곳은 금연치료용 앱이다. ‘솔직히 말하면 피우고 싶다’라고 A가 답하자 ‘이제 서서히 금단 증상이 나올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달까지 잘 참아낸다면 훨씬 편해지실 것입니다’라는 격려의 메시지가 도착한다. ‘어떻게 하면 이겨낼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껌을 씹으면서 참아보세요’라고 어드바이스를 해준다.

전날에는 외근에서 돌아오는 타이밍에 ‘그 카페 앞은 지나가지 마세요’라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흡연 공간이 넓어 회사에 돌아오는 길에 항상 담배 한대 피워왔던 곳이다. 그러고 보니 회사원 A씨는 이 앱의 도움으로 3개월 째 금연 중이다---.

이런 금연 치료가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지도 모른다. 의료 스타트업 기업, CureApp(도쿄)은 2020년에 니코틴 중독을 치료하는 스마트폰 앱을 발매한다. 행동 요법이라고 불리는 금연 치료의 노하우를 인공지능(AI) 통해 앱에 도입했다.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의 강도를 앱에 입력하면 AI가 환자의 상태에 맞는 조언이나 격려의 메시지를 보낸다. 스마트 화면 너머에 의사가 있는 것 같은 감각으로 흡연으로 이어지는 행동이나 생활습관을 개선한다. 금연 보조약으로는 치료하기 어려웠던 “니코틴에 대한 심리적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다”(사타케(佐竹) 사장).

CureApp은 일반 약과 마찬가지로 이 디지털 약의 효과를 시험하는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통상적인 금연 외래 진료에서는 반년 후의 금연 지속률은 50%를 넘지 않는다고 하지만 임상시험에서는 64%에 달했다. 이미 정부에 판매 승인을 신청, 2020년 봄의 보험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승인된다면 일본 최초의 ‘디지털 약’이 될 것이다.

해외에서도 스타트업 기업들이 디지털 약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피어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는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을 치료하는 앱에 대해 미국 FDA의 승인을 취득했다. 의료용 마약 ‘오피오이드(Opioid)’ 중독을 치료하는 앱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오피오이드는 암 치료 시의 진통제 등에 사용되어왔지만, 환각과 고양감으로 인해 중독이 확대. 미국에서는 연간 5만명 가까이 약물 중독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판매처인 미국 퍼듀파마는 집단 소송에 휘말리면서 9월에 경영 파산했다. 디지털 약은 이와 같은 사회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로서 주목 받고 있다.

빅파머라고 불리는 구미의 대형 제약회사들도 신흥기업과 연대하고 있다. 스위스의 노바티스는 2018년에 피어테라퓨틱스와 연대, 앱 개발 및 사업화에서 협력하고 있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인류는 질병에 효과가 있는 성분을 자연에서 찾아왔다. 기원 전 4000년의 메소포타미아 문명 시대부터 식물의 뿌리나 잎은 귀중한 약제였다. 고대중국의 전설 속 제왕 신농(神農)은 하루에 100종류의 풀을 맛보았고 중독 증상에 괴로워하며 약제 찾아 다녔다고 한다. 중세 유럽 시대에 약은 마술이나 주술의 대상이기도 했다. 20세기 초반부터 화학 및 생물학에 기반을 둔 신약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수천 년의 역사에서 변하지 않은 상식은 마시거나 붙이거나 주사하는 등을 통해 유효 성분을 몸 안에 주입하는 것이었다.

■ 언어나 영상으로 환자의 뇌에 작용
디지털 치료약은 이러한 상식을 무너뜨린 디스럽션(파괴)이다. 앱을 통해 환자의 몸과 마음에 작용하는 것은 물질이 아닌 말과 영상이다. 사고 및 생활습관을 개선하도록 뇌를 자극한다. 말하자면 감각기관을 통해 수집된 ‘정보’가 치료약으로서 작용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치료약은 ‘몸’에 작용하는 것이 많았지만, 디지털 치료약은 ‘마음’에 작용하는 케이스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신체 질병의 경우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중심으로 치료 효과가 큰 치료약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언젠간 많은 의료용 의약품이 보편화되어 OTC약(시판약)으로 대체될 것이다”(오츠카제약의 간부)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마음과 뇌의 병은 지금까지 손대지 못한 프런티어라고도 일컬어지고 있다. 중독, 치매 및 우울증도 뇌의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화학 물질의 치매 치료약 개발에 2000년 이후 약 30개 사의 세계적 제약회사들이 누계 6,000억달러(약 65조엔) 이상의 연구 개발비를 투자했지만 예방 및 치료로 이어지는 특효약은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말과 영상으로 뇌에 작용하는 디지털 약은 이러한 정체된 상황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대형 제약회사들도 디지털 약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시오노기(塩野義)제약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증후군)라고 불리는 어린이의 발달장애를 치료하는 게임 앱의 임상시험을 올해 안에 일본에서 개시한다. 시오노기제약은 미국의 Akili Interactive Labs가 개발한 앱의 일본과 대만에서의 판매권을 가지고 있다. 태블릿으로 게임을 즐기듯이 장애물을 피하거나 화면에 터치하는 등 뇌를 자극한다.

오츠카제약은 다양한 얼굴 사진을 보여주며 단기 기억력을 단련하는 우울증병 치료 앱을 운영한다. 미국의 Click Therapeutics와 올해 안에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시작한다. 알약에 센서를 내장해 약 복용을 앱으로 관리하는 정신병 치료약도 미국에서 발매했다.

디지털 치료약은 몸에 이물질을 주입하지 않기 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어린이와 임산부용 치료로도 활용하기 쉽다. 또한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CureApp의 사타케 사장은 “개발비는 적게는 기존 치료약의 10분의 1 정도면 된다”라고 말한다. 예전 슈퍼컴퓨터 수준의 능력을 가진 스마트폰을 누구나 가지고 있는 시대에 등장한 디지털 치료약은 병을 극복해온 인류 역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장식하려 하고 있다.

-- 제약도 정보 산업으로 성장 --
디지털 약의 대두는 제약회사에게 비즈니스 모델의 개선을 압박하고 있다. 신약 개발을 위해 기업들은 대규모 연구자들과 거액의 개발비를 투입, 신약의 화학물질을 특허로 보호하며 고수익을 얻는다. 때로는 기업 간 수조 엔의 인수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은 진입 장벽이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아스테라스제약은 운동을 지원하는 앱을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개발 중이다. 디지털치료약 개발에서 앞서있는 스타트업 기업에는 IT업계 출신자들도 많다. “속도감 있는 개발 방법 및 의사 결정 방법을 도입했다”(아스테라스제약의 가네야마(金山) Rx+사업창성부 비즈니스프로듀서).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제약업계를 바꾸고 있다.

디지털 약은 새로운 업체의 시장 진입을 이끄는 한편, 치료약 개발이 중심이었던 제약회사의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환자의 말하는 방식과 행동을 분석해 치매나 뇌경색을 진단할 수도 있다. 다이니혼스미토모(大日本住友)제약의 노무라(野村) 사장은 “치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진단 및 예방을 포함한 사이클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기여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제약회사들이 디지털 약에 주력하는 배경에는 “획기적인 신약을 만들어내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오츠카제약 간부)라는 점이 있다. 신약 개발의 최전선은 암이나 희귀병 등 한정된 영역으로 유전자 치료 등 새로운 방법을 필요로 한다. 신약 개발에는 평균 20년의 시간과 1,000억엔 규모의 개발비가 소요되는 등, 점차 특허 창출이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디지털 치료약은 낮은 비용으로 단기간에 개발할 수 있는 반면, 경쟁 상대는 늘어난다. 지금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형태로 스스로를 바꾸는 것이다. 아스테라스제약의 가네야마 프로듀서는 “언젠간 우리 회사명에서 ‘제약’이라는 단어가 없어질 날이 올 지도 모른다”라고 말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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