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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이노베이션: 심장이 양산품으로 바뀌는 날 -- 가능성과 윤리의 갈림길
  • 카테고리바이오/ 농생명/ 의료·헬스케어
  • 기사일자 2019.10.2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1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9-10-12 09:02:54
  • 조회수555

단절(Disruption)을 넘어서; 의료 이노베이션 (1)
심장이 양산품으로 바뀌는 날
가능성과 윤리의 갈림길에서

자신의 몸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인류가 가질 수 있게 된다면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런 상상을 하면서 이번 취재는 시작되었다.

하네다(羽田)공항 주차장 근처에 있는 가와사키(川崎) 시의 연구개발 거점. 리코의 연구실에서는 양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의 소형 프린터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좌우로 움직이는 헤드 부분에서는 똑똑 물방울이 떨어진다. 이것은 새어 나오는 잉크가 아니다. 한 방울 한 방울이 신경세포가 함유된 액체이다.

프린터 헤드가 바쁘게 왕래하며 그림이나 문자를 인쇄하는 대신 신경세포를 신중하게 전면에 깔고 있다. 1~2시간 동안 최대 20층 정도 쌓아 올려 약 1cm 크기의 주사위 모양을 한 덩어리가 된다.

신경세포는 재생의료의 보증수표라고 알려져 있는 iPS세포로부터 키운 것이다. 이 3D프린터 기술을 이용하면 세포 덩어리를 다양한 형태로 바꾸거나 서로 다른 세포를 혼합할 수도 있다. 앞으로는 대뇌피질의 일부를 만들어 질병 및 사고로 다친 뇌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무기기의 잉크젯 프린터를 담당했던 개발 사원도 참여, 연구는 열기를 띠고 있다.

■ 1만명의 환자가 이식 기다려
리코는 완벽한 장기를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제공한다”(바이오메디컬연구실의 호소야(細谷) 실장)는 것이 개발 방침이다.

하지만 ‘교환 가능한 장기’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올 봄,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대학이 3D프린터로 사람의 세포를 쌓아 올려 혈관까지 구비된 미니 심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사가(佐賀)대학도 3D프린터로 사람의 세포를 이용해 혈관을 만들어 사람에게 이식하는 기술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진짜와 똑같은 장기를 어떻게 재현할지는 큰 과제이다. 3D프린터의 활용은 그 유력한 방법으로, 이미 선두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3D프린터는 처음엔 제조 현장에서 각광받았다. 수지 등을 열과 빛으로 가공해 간단하게 입체 부품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장기까지도 3D프린터로 만들어내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가까운 미래에 장기는 ‘양산품’으로 바뀌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쇠약해지거나 손상된 장기는 예비 장기와 교체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들의 육체는 시간과 함께 늙고 병들어만 가는 것이 아니게 된다.

혈관을 봉합하는 기술을 연구해 장기이식의 길을 연 프랑스 출신의 외과의 알렉시 카렐이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한 것은 1912년. 1960년대부터 시작된 이식 의료는 심각한 장기 부족에 직면하게 된다. 신부전 환자 등이 필요로 하는 장기이식은 국내에서 연간 1,500건 전후. 그 중 약 80%가 건강한 사람으로부터의 제공에 의한 것으로, 1만명 이상의 환자들이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양산 장기가 기존의 이식 의료를 크게 변화시킬 것은 분명하다.

디스럽션(창조적 파괴)의 임팩트는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한 연구자는 말한다. “이빨을 인플란트로 교체하는 것처럼 장기도 마찬가지이다. 손상된 것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뿐이다. 이상한 것이 아니다”. 국내외에서 간과 심장 등 내장의 80% 이상이 장기 재생의 연구 대상이다. 최첨단 기술은 육체를 영원히 새것으로 교체할 수 있을 만큼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인류는 많은 기술 진화를 경험해왔다. 어떤 시대든 가지고 태어난 본래의 육체를 재생하는 것이 의료의 최대 사명이었다. 지금의 장기이식도 자신의 몸의 일부를 보완하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자신의 육체를 새로운 육체로 계속해서 교체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육체의 대부분이 새로운 장기로 채워진다면 우리의 정체성은 유지되는 것일까? 가지고 태어난 몸이 아니기 때문에 나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일까? 인류는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이러한 의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육체의 나를 나라고 할 수 없다면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도쿄대학의 나카우치(中內) 특임교수는 “지금부터 30년 후에는 장수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새로운 기술로 몸을 보완한 사람들로, 본래 태어났을 때 그대로의 몸을 가진 사람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라고 하며 양산된 장기는 치료의 선택지로서 일반적인 것이 될 것이다.

■ 어디까지 ‘나’로서 살아갈 수 있을 수 있을 것인가?
나카우치 특임교수는 놀라운 방법으로 자연산 장기를 만들려 하고 있다. 돼지 수정란에 사람의 iPS세포를 주입해 돼지 태아의 췌장 및 신장을 사람의 것으로 바꾸는 연구를 추진 중이다. 태어난 돼지에서 사람의 장기를 추출해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올 가을부터는 쥐의 수정란에 사람의 iPS세포를 주입해 잘 자라는지를 조사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내가 조금이라도 나인 채로 살아갈 수 있기 위해 본인의 iPS세포로 만든 장기 제작이 나카우치 특임교수의 최종 목표이다.

당신은 어디까지 나로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교토대학의 사와이(沢井) 특정조교는 철학의 관점에서 “외부로부터 도입한 조직이 일정 비율을 넘게 된 이후부터는 본래의 나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논쟁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심장의 기능을 보완하는 페이스메이커를 삽입한 사람들 중에는 기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육체의 일부처럼 애착을 가지는 사람도 있다”라고 말하며 장기를 교체하면서도 나는 그대로 나라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대학의 나카우치 특임교수는 “몸의 대부분이 타인으로부터 제공된 장기 및 기계로 교체되어도 뇌가 바뀌지 않는 이상 ‘나’라는 의식은 존재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방위의과대학 연구팀은 최근 혈소판과 적혈구의 기능을 하는 인공혈액을 개발했다. 대량 출혈로 사망 가능성이 높은 10마리의 토끼에게 이것을 ‘수혈’한 결과, 6마리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인공이기 때문에 혈핵형이 없다. 이번 개발은 연구 성과가 실용화될 경우 ‘혈액형 운세는 어떻게 되는가?’ ‘수혈하면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가?’ 등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렇듯 기술의 진보로 현대인이 자문자답하지 않으면 안 되는 테마가 또 하나 늘어난 셈이다.

-- 가능성과 윤리의 갈림길에서 --
창조적 파괴의 배후에는 단서가 되는 대발견이나 연구 성과가 있다. 인류가 인체를 계속 보완해나가는 방법을 개발해 더욱 고도화할 수 있게 된 것은 모든 세포로 성장할 수 있는 iPS세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iPS세포는 교토대학의 야마나카(山中) 교수가 2007년에 사람의 세포를 통한 제작에 성공, 2012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했다.

전국 약 1,800명을 대상으로 한 내각부의 조사(2017년)에서는 iPS세포 등 재생의료에 관련된 이노베이션을 통해 질병 등의 치료 기술이 진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90% 이상이었다. 2014년에는 일본의 이화학연구소 등이 눈의 난치병 ‘가령황반변성’ 환자에게 iPS세포로 키운 세포를 처음으로 이식했다. 일반 사람들의 눈에 비친 의료의 모습은 iPS세포 탄생의 전과 후로 완전히 바뀌었다.

차원이 다른 이노베이션은 파괴와 급속한 변화를 동반하는 만큼 이전 시대와의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사람의 장기를 ‘양산’한다는 시도는 기대와 공포 등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도쿄대학의 나카우치 특임교수의 연구는 지금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지만 2010년, 그 구상을 발표할 당시에는 세계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교토대학 iPS세포연구소 우에히로(上廣)윤리연구부문의 후지타(藤田) 특정교수는 “동물을 이용해 사람의 장기 제작을 목표로 하는 연구는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에 논의가 필요한 대상이다”라고 지적한다.

지반 변동을 일으킨 iPS세포를 탄생시킨 장본인인 야마나카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생각할까? 야마나카 교수가 감수한 서적 ‘과학지식과 인문지식의 접점’에서는 그의 복잡한 심경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사람의 iPS세포를 만든 이후의 고뇌를 밝히며 “커다란 윤리적 과제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알고 망연자실했었다. (중략)모든 연구에는 빛과 어둠이 있다. 잘 이용하면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만 잘못된 이용 방법은 인류의 위협이 될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이노베이션은 이후의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상응하는 책임과 각오를 요구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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