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니, 왕겨를 흡착재로 이용 -- 10년 전, 배터리 연구에서 아이디어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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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화학/ 신소재/ 환경·에너지
- 기사일자 2019.7.25
- 신문사 일경산업신문
- 게재면 20면
- Writerhjtic
- Date2019-07-31 20:37:02
- Pageview502
Start Up Innovation / Science
소니, 왕겨를 흡착재로 이용
10년 전, 배터리 연구에서 아이디어 얻어
소니가 폐기되는 쌀의 왕겨를 ‘보석’으로 변신시켰다. 10년 전에 배터리 소재 연구에서 탄생한 아이디어가 꽃을 피운 것이다. 특정 물질에 대한 흡착 성능은 주류인 활성탄을 크게 상회한다. 샴푸 등 일용품에서 의류, 공업용 필터 등 용도도 다양하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 신소재 연구를 추진해온 엔지니어들의 열정이 사내외 조력자들의 지원 속에 빛을 보게 되었다.
-- 실용화 포기 않고 타사와 연대 --
올 3월, 전국 드럭스토어에 로토제약(ロ-ト製薬)의 남성용 보디샴푸 ‘데오우(DeOu)’의 신상품이 진열되었다. 상품에는 조금은 낯선 문구가 적혀져 있다. ‘세계 최초 흡착탄 트리포러스(Triporous) 배합’. 이 트리포러스가 개발로부터 오랜 시간 빛을 보지 못했던 신소재이다.
“상당히 오랜 기간 수면 아래에 잠자고 있었습니다”. 지적재산센터의 야마노이(山ノ井) 비즈니스 프로듀서와 다바타(田畑) 엔지니어는 쓴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한다. 두 사람이 개발에 착수한 것은 10년 이상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스타트업 기업 등에서 은밀하게 개발하고 있는 기술을 ‘스텔스(Stealth)’라고 한다. 하지만 트리포러스가 1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수면 아래에 잠자고 있었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1991년에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2차전지를 상품화한 실적을 가진 소니. 전극에 사용되는 탄소재료 연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바타 엔지니어가 착안한 것이 왕겨로 만들어진 소재였다. 연구 자체는 이전부터 추진되어왔지만, 비용이 비싸 실용화는 포기한 상태였다.
-- 자신은 있었지만 --
다바타 엔지니어는 2006년~2007년에 걸쳐 독특한 구조를 가진 소재 실험을 반복하던 중, “흡착 실험에서 이전에는 흡착성을 보이지 못했던 물질이 흡착성을 보였다”라며 트리포러스의 성능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결국 배터리 소재로서는 채택되지 못하고 배터리 사업 자체도 2017년에 무라타(村田)제작소에 매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았다. 사내에서의 실용화를 목표로 공기청정기 등으로도 제안했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운이 없었다. 올 3월기까지 2년 연속 최고수익을 달성한 소니이지만,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실적이 안정되지 못해 구조 조정 압박을 받았었다. 수익화까지 시간이 걸리는 도전적인 신규 사업에 자원이 투입되기 어려워 트리포러스의 실용화는 추진되지 못했다.
트리포러스의 독특한 구조는 큰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었다. 일반적인 활성탄은 2나노미터의 작은 구멍이 많고 1마이크로미터의 큰 구멍이 조금 있는 정도이다. 반면 트리포러스는 이름 대로 3개(트리플)의 포러스(세공)을 가지고 있다. 활성탄이 가진 2종류의 구멍에 2~50나노미터의 중간 크기의 구멍도 가지고 있다.
이 3종류의 구멍으로 인해 트리포러스는 3가지 특징을 갖게 된다. 첫 번째는 흡착 속도. 체취나 애완동물 냄새의 원인이 되는 암모니아가스를 기존 활성탄의 6배 속도로 흡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구멍의 종류가 많아 다양한 크기의 물질을 흡착할 수 있는 점이다. 작은 단백질이나 바이러스 등, 물질에 따라 2~8배의 흡착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보습성도 높아 공기청정기나 공장용 필터 등에 사용할 경우, 기존의 2배 이상 길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꾸준하게 학회 발표 등을 지속하며 실용화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던 두 사람에게 순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14년. 공익사단법인 발명협회로부터 ‘21세기발명 장려상’, ‘21세기발명 공헌상’을 수상했다. 이를 계기로 새롭게 사내외로부터 주목 받기 시작해 연대를 맺게 된 곳이 현재 다바타 엔지니어와 야마노이 프로듀서가 소속되어 있는 지적재산센터이다.
“기술의 가시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지적재산센터의 야토(矢藤) 총괄부장은 트리포러스에 대해 이렇게 평한다. 다바타 엔지니어와 야마노이 프로듀서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모색하는 가운데 촉 넓은 용도를 대상으로 한 특허를 출원, 등록해왔다.
이 특허들을 가지고 타사와 연대해 시장 창출에 도전한 것이 두 사람의 전환점이 되었다.
-- 양산화 목표 --
다음 장애물이 된 것은 양산기술의 확립이었다. 2017년경부터 활성탄 제조사 및 화학 제조사와의 협업을 통해 시도했다. 쌀의 왕겨는 전세계에서 연간 1억톤씩 폐기되므로 원료로서는 조달이 용이하다. 다만, 운송비와 타산이 맞지 않으며 가공 과정에서 바람에 날리거나 다루기 어려워 배관이 막히는 경우도 있었다.
운송 전에 펠렛으로 가공함으로써 1cc당 무게를 이전보다 대폭 높일 수 있었다. 운송비 절감 및 처리양의 증가, 바람에 흩날리지 않는 무게를 실현시켰다. 거듭되는 실증실험으로 양산을 검증, 2019년 1월에 ‘트리포러스’의 라이선스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최초로 상품화된 Body Soap에 이어, 올 가을에는 ‘트리포러스 섬유’라는 실도 실용화될 예정이다. 앞으로는 정수 필터와 같은 물 정화 및 에어 필터 등의 에어컨 분야 등 공업용도 시야에 넣고 폭넓게 전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미국에서 열린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SXSW)’ 및 독일에서 열린 아웃도어 전시회 등에도 출전해 세계를 무대로 전개하는 것을 구상 중이다.
폐기되는 왕겨를 원료로 함으로써 ‘환경 가치의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야토 씨). 비용은 활성탄보다 높지만, 고성능 및 환경에 대한 배려 등으로 인해 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사내에 잠자고 있던 기술은 지금, 영광의 무대를 걷기 시작했다. 대단한 기술이 아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수익은 내는 사업 모델을 구축한다. 이처럼 왕겨의 ‘성공’에는 소니의 DNA가 스며들어 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