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생사회: 세계는 바로 가까이에 있어 -- 타국 사람들과 ‘지금’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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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사물인터넷/ ICT/ 제조·4.0
- 기사일자 2018.8.20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면
- Writerhjtic
- Date2018-09-05 15:22:01
- Pageview573
포스트 헤이세이의 미래학; 제 10부 공생 사회를 향해
세계는 바로 가까이에 있어
타국 사람들과 ‘지금’을 공유한다
해외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은 15년 간 1.5배로 증가해 130만 명을 넘었다. 일본을 떠난 사람들은 현지 사람들과 어떻게 교류하고, 그곳 문화에 어떻게 융화될 것인가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디지털 툴을 이용해 타국을 좀 더 깊이 있게 경험하거나, 일본에 있으면서 국경을 넘어 타국 사람들과 깊은 연대를 맺는 사람들도 있다. 새로운 방식으로 세계와의 공생을 모색하는 사람들을 취재했다.
“早上 好(좋은 아침)”. 8월 어느 일요일. JR아비코(我孫子)역(지바 현)을 찾아간 영상 프로듀서 다케우치(竹內)(39)는 이렇게 인사했다. 그곳에는 중국 혼혈 배우 아베(阿部)(36)와 카메라맨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케우치는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의 다큐멘터리 방송 ‘我住在这里的理由(내가 이곳에서 사는 이유)’를 촬영하고 있다.
다케우치가 배우와 카메라맨과 함께 간 곳은 일본과 중국에서 미용실을 경영하는 중국인 장(張)의 미용실. 다케우치는 아베가 이곳에서 머리를 자르며 장 씨와 담소를 나누는 장면을 촬영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재일 중국인들과 중국에서 사는 일본인들을 소개. 아사쿠사(浅草)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중국인 여성과 중국 우한(無漢)에서 카레점을 운영하는 일본인 등 여러 삶의 모습들을 진솔하게 그려냈다.
‘我住在这里的理由’는 2015년에 시작되어 유튜브와 ‘Youku’ 등 14개 동영상 사이트에서 시청 회수가 총 3억 회가 넘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1주일에 1회 방송으로 지금까지 총 120회가 넘었고, SNS인 웨이보(微博)에서 다케우치 개인이 10만명, 프로그램은 3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다케우치는 과거 NHK와 민족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했다. 취재로 중국의 내륙부를 방문한 그는 “많은 중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인식은 쇼와(昭和)시대에 멈춰있었다”. 일본과 일본인의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 그는 중국 난징(南京)에 이주해 영상 제작회사를 설립했다.
다케우치는 중국 방송국에 기획을 제안했지만 계속 거절당했다. 이 때 그가 주목한 것은 인터넷 방송. 그의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되는 일본인들과 중국인들의 진솔한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대형 인터넷 사이트로부터 잇따라 제의가 들어오게 되었다. SNS의 친구 수도 확대되면서 매일 새로운 소재가 제공되고 있다.
전세계 41억 명이 인터넷을 이용, SNS 인구는 33억 명이다. 업무뿐만 아니라 영상이나 음악 등 새로운 동료와 연대를 만드는데 국경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7월 28일, 일본을 대표하는 야외 음악 페스티벌 ‘후지 록’에 이색 팝 밴드가 등장했다. 런던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슈퍼올가니즘’. 일본인 여성 보컬의 노구치(野口)(18) 외에 영국, 호주 등 5개국 사람들로 결성된 다국적 그룹이다. “학교에서 밴드를 결성할 생각은 없었다”라고 말하는 노구치 양. 그녀는 유튜브를 통해 일본에 온 멤버의 라이브를 방문, SNS로 친구가 되었다. 그녀는 인터넷으로 보내져 온 음원 파일에 가사를 넣어 다시 보내는 작업을 통해 멤버에 합류하게 된다. 슈퍼올가니즘은 애플의 음악 전송 서비스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장기 유학생 수 감소 등 일본 젊은이들의 ‘내향적 지향’이 지적되고 있지만, 정말 그럴까? 디지털은 이 세상에 국가나 조직과는 다른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내었다. 일본에 있어도 국적과 관계 없이 자신과 맞는 사람을 찾아 SNS로 친구가 될 수 있다. 여기엔 돈도 들지 않는다 연령이나 직업이 달라도 친구가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국적이나 입장을 초월한 ‘공감’을 원하는 것은 아닐까?
디지털과 현실은 경계선은 옅어지고 있다. 페이스북 일본법인에서 일하는 나카야마(中山)(28)는 자택에서 가상현실(VR)용 헤드셋을 착용, 차세대 SNS에 참가한다. 눈 앞의 VR 공간에는 미국의 사무실 동료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나카야마는 “다른 나라의 사람과 같은 장소에 있는 것처럼 말하거나 게임을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VR과 자동 통역 기술이 발달한다면 디지털 공간은 더욱 현실에 가까워질 것이다.
극히 평범한 회사원이 휴일에는 세계로부터 주목 받는 아티스트가 되거나, 다양한 분야의 기술 및 노하우를 가진 시니어가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선생님 역할을 하게 될 날이 올 수도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일본에서 시니어들의 새로운 삶의 보람이 될 가능성도 있다. 세계가 우리 바로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것은 자신이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인지 도 모른다.
네트워크를 ‘외향적 지향’에 활용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시작해 3년 동안 중국의 미디어는 크게 변화했습니다”라고 다케우치는 말한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2017년 시점에서 중국 인터넷 이용자는 7억 7천만 명으로, 1년에 4천만 명이 증가했다. 거의 대부분이 모바일 단말기를 이용해 영상을 즐기고 있다.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15초 동영상 앱 ‘Tik Tok(중국 서비스명 더우인)도 중국에서 만들어진 SNS. 새로운 미디어의 활성화를 배경으로 스타트업기업들이 잇따라 참여하고 있어, “미디어를 전공한 대학생들은 방송이나 신문 쪽이 아닌 신흥 기업에 취직하고 있다”(다케우치)라고 한다.
단말기와 통신 환경, 미디어 등, 모든 것이 진화하고 있는 가운데 전세계의 데이터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시스코 시스템의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데이터 통신량은 2021년에 월 278엑사바이트로, 2016년의 약 3배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중 80% 이상이 비즈니스가 아닌 일반 소비자에 의한 것이다. 1명 당 3대의 디바이스를 인터넷에 접속해 매 초 100만 분의 시청 시간에 해당하는 비디오 콘텐츠가 전송되는 세계가 곧 찾아올 것이다.
일본의 젊은 세대는 이미 TV보다 인터넷이 친숙한 미디어로 자리잡고 있다. 총무성의 2017년 조사에서는 10대의 TV 시청은 평일 73분인데 반해 인터넷 이용은 128분. 그 중에서도 SNS의 이용이 54분, 동영상 서비스 등이 37분으로 길다. 30대와 비교해 2배, 50대의 4배 이상의 시간을 인터넷에 소비하고 있다.
1988년 태어난 나는 어릴 적부터 디지털과 인터넷에 친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고 불린다. 그럼에도 중학교 정도에 처음 핸드폰을 갖게 되어 착신 멜로디를 찾곤 했던 우리와 비교해 초등학교 때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한 1998년 생인 지금의 20세 친구들은 더욱 능숙하게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젊은 세대들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소셜 미디어 연구자인 보이드는 미국에서의 인터뷰 조사 등을 통해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큰 정보 격차가 존재한다고 지적. “중년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들도 리테라시(Literacy)와 스킬을 길러 정보 사회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충고한다.
전세계가 네트워크화되고 있는 지금, 자신과 자신이 속해있는 단체나 생활권에 갇혀있지 않고 항상 오픈 마인으로 생활하는 것이 새로운 친구들과 공생할 수 있는 첫 걸음이 된다. 하지만 정보와 유대관계가 끝도 없이 확대되면서 무심코 내뱉은 말이나 글이 생각지도 못한 파장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스스로 자신의 개성을 유지하면서 여러 매체를 이용해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