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이세이 30년, 패러다임 시프트 (7): 포화 상태의 ‘물질’보단 ‘행동’에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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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비즈니스/ 기타
- 기사일자 2018.8.25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8면
- Writerhjtic
- Date2018-08-31 22:28:36
- Pageview493
헤이세이(平成) 30년, 패러다임 시프트 (7)
포화 상태의 ‘물질’보단 ‘행동’에 가치 있어
체험의 공유, SNS로 확산∙증폭
물질의 소유에서 행동의 공유로. 헤이세이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가 크게 전환되었다. 버블 경기가 낳은 사물의 포화 상태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 하락, 도시로의 인구 집중, 스마트의 보급 등 생활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도 사람들의 의식 변화를 가속화시켰다. 이러한 흐름을 파악한 기업들의 성장도 확대되고 있다.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지상명령(至上命令)이다” 이러한 머리말의 책이 2000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다쓰미 나기사(辰巳 渚)의 ‘버리는! 기술’이다.
작가는 헤이세이가 시작되기 1년 전, 대형 유통업체에 취직. 이후 마케팅의 길을 걸었지만 점점 마음속에 의문이 쌓이기 시작했다. 소비자는 이익을 추구하려는 기업으로 인해 원하지도 않는 신상품을 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주택건설회사들은 수납 장소가 많은 것을 어필하고 있지만, 물건을 줄인다면 수납이나 정리를 고민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물건이 부족했던 시대에는 ‘버리기 아깝다’라는 의식이 강했다. 하지만 물건이 남아도는 시대에서 중요한 것은 소유하는 것이 아닌 사용하는 것. 그리고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버리는 것이다. 물건을 사용하는 것이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기자의 취재에 다쓰미 씨는 이렇게 말했다.
버블경제 시대에서는 평범한 회사원도 고급제품을 경쟁적으로 구입했다. 버블 붕괴로 가격 파괴가 시작되자 사람들은 이번엔 그 저렴함에 감동해 불필요한 물건들을 대량으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건 뭔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다쓰미 씨의 책이 인기를 얻은 것은 이러한 그의 생각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질로는 더 이상 충족감을 느끼지 못한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행동(체험)’이다. 닛산자동차는 1999년에 ‘물질보다는 추억’이란 TV CM을 방영해 화제를 모았다. 체험 소비의 대표 주자인 도쿄 디즈니랜드는 1983년에 개업해 2001년에는 근처에 두 번째 파크도 병설. 헤이세이의 불황 및 디플레이션과는 무관하게 입장객 수와 매출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헤이세이의 초반, 디즈니랜드의 성공에 자극 받아 각지에서 리조트호텔과 테마파크 개발이 제3섹터(민관합동 법인) 등을 통해 추진되었다. ‘여가’ 및 ‘레저’는 고도성장기부터 계속 주목 받고 있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이 시기 호화로운 시설이 계속해서 만들어졌지만 모든 곳이 다 성공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개업으로부터 10년 정도 지났을 때 도쿄 디즈니랜드는 입장객 데이터를 분석한 적이 있다. 국내외로부터 많은 입장객이 방문한 것은 맞지만, 그 과반수는 수도권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재방문 입장객도 많았다. “일년 프리티켓을 구입해 아무 것도 타지 않고 느긋하게 분위기를 즐기는 손님들도 꽤 많이 있다”.
일생에 한 번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방문해 많은 사람들 속에서 불편함을 참아야 하는 고도성장기형 레저와는 정반대의 체험을 즐기기. 친숙한 장소에서 친구들이나 동료와 자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등, 사람들은 손님의 입장에서 벗어나 이러한 이벤트에 점점 참가하게 되었다. 이러한 체험 소비를 SNS와 스마트폰이 가속화했다.
헤이세이도 3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체험 소비의 성공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참가형 이벤트로 부활한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 CD 판매 감소를 대규모 야외 콘서트사업으로 보완하고 있는 음악업계. 야외 전시회 투어를 통해 지역 주민과 만나는 아트전시회. 애니메이션의 무대에서 스토리를 체험하는 ‘성지순례’. 독서모임으로 팬을 늘리고 있는 서점. 할로윈과 월드컵 기간 중 거리 축제 등, 수없이 많다.
의식주 등에 필요한 물건들도 인터넷의 등장으로 체험 소비와 결합되기 시작하고 있다. ‘소유’보다는 ‘이용∙활용’을 우선시하는 공유경제가 등장한 것이다. 예를 들어 주거분야에서는 원룸 맨션 및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 대신 거실과 주방을 공유하는 셰어 하우스와 정원을 공유하는 신형 집합 주택이 인기를 얻고 있다. 주민들의 교류가 촉진되고 일상생활이 체험 소비의 무대가 된다는 점이 포인트다.
메루카리 등 프리마켓서비스와 차량∙유휴공간공유서비스도 성장 중이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대차(貸借)∙매매 당사자들이 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되었다. 물건이나 공간을 소유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대차 및 매매를 통해 돈을 벌거나 지출을 줄일 수 있게 되고, 사람과의 유대도 넓어지는 일석삼조의 소비 행위이다.
지금 일본에서는 고령화와 도시 인구 집중이 진행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령자는 물건보다는 체험에 관심이 높다. 또한 도시의 주택은 공간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앞으로 휴일의 레저에서 일상 속 공유까지 체험 소비는 가속화될 것이다.
편의점은 가정의 냉장고와 부엌의 기능을 대신하며 물건을 소유하지 않는 생활의 흐름 속에서 기반을 구축했다. 할로윈 등의 파티 수요를 집객으로 연결한 잡화점으로는 ‘돈키호테’와 100엔샵 등이 있다. 물건을 파는 기업에게도 체험 소비는 비즈니스 찬스가 될 수 있다.
증언
‘지금에 충실한 삶’을 소중하게, 전환점은 한신(阪神)대지진
이시테라 슈조(石寺 修三) / 하쿠호도(博報堂)생활종합연구소 소장
현재 51세인 내가 광고회사 하쿠호도에 입사한 것은 헤이세이 원년(1989년). 정확히 헤이세이의 30년 간 광고와 생활의 변화를 보아왔다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후반은 ‘물질’에서 ‘행동’으로의 전환점이었다 한신∙아와지(淡路)대지진, 야마이치증권(山一證券) 파산 등으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은 달라졌다. 사람들은 물건을 많이 갖는 것보다 지금에 충실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중시하기 시작했다. 영어로 말하면 Have에서 Do로 전환한 것이다.
내각부의 조사에서는 쇼와(昭和)50년대부터 ‘마음의 풍요로움’을 중시하는 사람 수가 ‘물질적 풍요로움’을 역전했다. 하지만 헤이세이에 들어 소비가 늘기 시작했고, ‘물질보다는 추억’이란 CM이 공감을 얻게 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경부터이다.
하지만 헤이세이 후반부터 ‘체험’만으로 소비 성격을 정의할 수 없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다. 2010년대 생활 속 새로운 가치를 우리들은 ‘시간’ 소비라고 이름 지었다. 단순하게 즐거운 체험만이 아닌, 한정적이고 재현이 불가능하다는 희소성에 사람들이 보다 강하게 끌리고 있었다. 언제 가도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설, 늘 같은 노래나 연기로 이루어진 콘서트나 연극보다도 두 번 다시 감상할 수 없는, 자신에게 특별한 시간에 가치를 느끼는 심리이다.
평범한 사람들도 참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 한 번뿐인 체험이 되는 것이다. 팀의 일원으로서 즐거움을 제공하는데 공헌했다라는 만족감도 있다. 영어로 말하자면 Be. ‘소유’에서 단순한 ‘체험’의 시대를 거쳐, 지금 자신이라는 ‘존재’가 받아들여지는 장소를 사람들은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전과 다름없이 지금도 커뮤니케이션에는 서툴다. 자사의 조사에서도 사람들의 ‘친구’ 수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사람들이 한 순간에 모여 즐기면서 일체감을 느낀 후 해산하는 형태이다. 롤플레잉 게임(Role Playing Game)의 실사판과 같은 소비가 확대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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