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게아의 문, 연결된 세계(하): 민주주의의 자기 수정 -- 디지털 ‘숙의 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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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비즈니스/ 기타
- 기사일자 2018.8.17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면
- Writerhjtic
- Date2018-08-23 20:50:10
- Pageview397
판게아의 문, 연결된 세계; 혼돈을 넘어서 (하)
민주주의의 자기 수정
디지털을 통한 ‘숙의(熟議) 민주주의’
9월에 의회 총선거를 앞둔 스웨덴. 쟁점인 이민자 문제에서 유입 규제를 주장하는 극우 정당이 제 1당이 될 기세로 약진하고 있다. 내셔널리즘를 내세워 지지를 얻는 포퓰리즘의 파도가 중동부 유럽에서 북유럽으로 밀려들고 있다.
-- 세력을 더하는 독재 체제 --
식품 관련 회사에 근무하는 25세 남성 페르트 씨는 “정부는 이민자 증가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극우 정당 지지도 망설이고 있다. 국가 분열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정치에 국민들의 불만은 쌓여가고 있다.
포퓰리즘의 대두는 민주주의가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후쿠야마는 동서 냉전이 종결된 1989년에 논문 ‘역사의 종말’에서 민주주의의 승리를 선언했다.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와 함께 글로벌리제이션의 가속화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최근 수 십 년, 민주주의는 가장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미국 인권 단체 프리덤 하우스). 2017년까지 12년 간 자유가 후퇴한 국가가 진보된 민주주의 국가를 앞지르는 등, 강압적인 독재 정치의 기세가 커지고 있다.
민주주의가 항상 완벽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 콜롬비아대학의 버만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국민이 국가 통치에 관여한다는 것에는 독재 체제에는 없는 가치가 있다”. 인터넷은 정치 참여의 형태를 확대해 ‘소리 없는 목소리’의 발신력(發信力)도 높였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여론 조작에 이용되거나 검색 엔진 기능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정보만 볼 수 있도록 하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 세계 빠질 위험성도 있다.
포퓰리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진위를 판별할 수 있는 유권자의 능력이 중요하다”. 이렇게 지적하는 정치학자 소네(曽根) 게이오대학 명예교수는 반대가 많은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도 참여해 토론을 반복하면 찬성 여론이 늘어난다라는 연구 결과얻은 적이 있다. 정보의 편중을 없애고 ‘숙의 민주주의’를 구축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 시작되고 있다.
-- 최적의 찬반 판단 --
호주의 비영리 단체 ‘MiVote’’는 정치 헌금 규제 등의 중요 정책을 인터넷 상에서 국민 투표하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단순한 양자 선택의 인기 투표를 방지하기 위해 전문가의 견해와 찬반 양측의 주장 및 의견 등의 판단 재료를 제공한다. 투표 결과는 민의로서 의회에 제시된다.
좀 더 미래에는 미국 매사추세츠공학대학(MIT)의 이달고 준교수가 연구하는 ‘인공지능(AI) 직접민주주의’이다. 모든 유권자의 일상생활에서 수집되는 빅데이터를 AI가 분석. 이것을 바탕으로 유권자 대신 정책에 대한 최적의 찬반을 판단하는 ‘디지털 에이전트’이다.
누구나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정책은 피하고 싶다. 직접민주제는 중우정치(衆愚政治)가 될 위험성이 크지만, 이달고 준교수는 “유권자는 AI를 통해 학습력과 판단력이 향상될 가능성이 있어 사회에 책임감을 가진 ‘정치가’로 성장할 수 있다”라는 가설을 세웠다.
민주주의는 “자문자답하며 스스로 수정해가는 힘을 가지고 있다”라고 영국 캠브리지대학의 랜시만 교수는 말한다. 민주주의는 21세기도 글로벌리제이션의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판게아’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몫이다.
-- 연재 끝 --